유남석 소장 등 재판관 모두 尹 임기 내 퇴임…진보색채 지워질 듯
‘청소년 방역패스·공수처 통신조회·형사사건 공개금지’ 헌법소원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 내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 전원이 교체되면서 헌재의 지형이 바뀐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장기적 폐지와 맞물려 있는 ‘종부세 위헌법률심판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 8명 모두 내년 3월부터 2025년 4월 사이에 퇴임한다. 헌재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3명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3명은 국회 선출 인사를,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사실상 대통령이 헌재를 구성할 수 있다. 9명의 재판관 중 6명이 새 정부·여당에서 지명한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헌재소장을 포함한 헌법재판관 전원을 임명할 권한을 가진 윤 당선인의 인사권 행사에 따라 종부세 위헌 소송의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동안 헌재는 종부세 자체에 대해서는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려왔다. 중도색채가 강했던 헌재 4기 재판부는 지난 2008년 ‘세대별 합산’과 ‘1주택 장기보유자’ 부과 규정에 대해서는 각각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종부세는 공익을 위해 도입된 것으로 정당하고 방법도 수긍할 수 있을 정도라고 판단했다. 세 부담도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공시지가 상승으로 인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1주택자인 대다수 서민도 막대한 종부세를 납부해 불만이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헌재 6기 재판부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여서, 정부·여당이 추진한 종부세 정책의 기조를 벗어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재판부가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인사들로 구성돼 현행 종부세법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로 회장까지 지낸 유남석 헌재소장과 같은 연구회 출신인 문형배 재판관, 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국제인권법 연구회 출신이고 이석태 재판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출신이다.
종부세 위헌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헌재의 지형 변화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의 성향에 따라 재판 결과가 바뀌는 만큼, 사실상 윤 당선인이 인사권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위헌소송의 향방이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윤 당선인은 부동산 세제를 시장 관리 목적이 아닌 조세 원리에 맞는 방향으로 개편해 장기적으로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의 공약을 내놓으면서, 종부세 자체를 손질할 것을 예고했다.
헌재는 또한 ‘청소년 방역패스’와 관련한 헌법소원심판 사건도 심리 중이다. 방역패스가 중단돼 소송의 실익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지만,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해 본안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정치인과 언론인을 상대로 무분별하게 통신조회를 한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도 제기된 상태다.
이 밖에도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은 헌재가 재판관 9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서 심리할 것인지를 두고 적법 요건을 검토하고 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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