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 눈물 닦자" 과학 덕후가 추천하는 과학 영화들 [왓칭]

왓칭·Watching 2022. 3. 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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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중학생도 쉽게 이해할 과학 기사 쓰는 기자
그가 뽑은 과학 영화 추천 리스트 공개
영화 '인터스텔라'
OTT는 많고, 시간은 없다. 남들은 뭘 보고 좋아할까요. 조선일보 ‘왓칭’이 남들의 취향을 공유하는 ‘타인의 취향’을 연재합니다. 오늘은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세상 속 과학 이야기를 다루는 ‘이영완의 사이언스 카페’로도 잘 알려져 있는 기자입니다. 그의 취향을 공개합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1.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조선일보 편집국 산업부에서 과학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04년 경력기자로 조선일보에 와서 줄곧 과학을 맡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중학생도 이해할 만큼 쉽게 과학기사를 쓰라”고 요구하면 저는 “중학교에서 배운 과학만 기억하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렇다고 과학만 아는 덕후는 아닙니다. 세상에 과학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보니 취재 대상도 다양합니다. 건물이 흔들리면 공명 현상을 설명해야 하고, 개나리가 빨리 피면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를 분석합니다. 탈레반 치하에 고통 받는 과학자들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주개발의 발목이 잡히는 현실도 전합니다. 늘 뉴스 속에서 과학을 찾는다고 보면 됩니다. 딱딱한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독자가 좀 더 쉽게 과학에 다가올 수 있도록 문학과 미술, 음악 속에 숨겨진 과학을 눈 여겨 봅니다. 기명칼럼 ‘이영완의 사이언스 카페’에서 과학과 역사, 문화가 얽힌 과학을 쓰고 있습니다.

2. 과학전문기자, 휴, 대학에서 과학전공자만 가능한가요?

저는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과학사를 전공했습니다. 스스로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선에 있다고 하지만 크게 보면 과학 전공자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 언론사에서 과학기자의 자격 조건은 따로 없습니다. 다른 매체 과학기자들을 보면 이공계 출신 기자들이 많지만 인문학 전공자들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종종 과학기자가 되려면 어찌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저는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하면서 문학, 역사, 경제 가리지 말고 늘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합니다. 그래야 과학을 쉽게 풀어쓸 수 있습니다. 과학 이전에 기자가 먼저이니까요.

3. 과학이라면 현기증부터 느끼는 사람도, 과학을 좋아할 수 있을까요?

조선 정조 시대 문장가 유한준 선생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글이 과학에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딱딱한 공식이나 어려운 용어는 잊고 편안하게 주변을 바라보면 새로운 궁금증이 생기고 과학자들이 왜 그런 연구를 하는지 이해가 될 것입니다. 이를 테면 물리학의 유체역학하면 머리가 아프지만 와인이 잔에 남긴 눈물 무늬와 커피 잔을 받친 냅킨에 남은 얼룩을 설명하는 과학이라고 한다면 관심이 가지 않을까요.

4. MBTI 해본 적 있으세요?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나요?

질문을 받고 해봤습니다. 저와 전혀 다른 유형으로 나오더군요. 아무래도 솔직하게 답을 하지 않았나 봅니다. 심리분석은 과학의 영역이죠. 하지만 수많은 사람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비슷한 예로 혈액형도 항원항체 반응의 차이에 따른 것이니 어떤 식으로든 성격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수십억 인구를 단 4가지 유형으로 나누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아, 저는 정의로운 사회운동가 ENFJ-A형이랍니다.

5. 과학은 불변..이란 말도 진리는 아닌 것 같아요. 과학상식이 뒤집히는 경우도 있는데요. 생각나는 경우 있으세요?

과학기자만큼 매일 새로운 뉴스를 전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제의 말을 오늘 뒤집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집니다. 일례로 코로나 대유행 초기 바이러스는 비말(침방울)로만 퍼진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공기 감염도 가능했습니다. 그전에는 이론으로만 예견했던 힉스 입자를 실제로 찾아내고 블랙홀의 모습을 실제로 관측한 성과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공룡의 몸이 영화처럼 비늘이 아니라 털로 덮여 있다는 것도 2000년대 이후 새롭게 밝혀낸 사실입니다.

6. 내 아이가 과학을 좋아하게 만들고 싶어요.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는 모든 아이가 천재이고 아인슈타인이 될 자질을 갖고 있습니다. 부모에게는 다 그렇다는 겁니다. 아이가 길을 가다가 갑자기 “하늘이 왜 파란색인가요?”라고 묻고, 이름도 생소한 공룡의 학명을 줄줄 읊으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죠. 그냥 같이 궁금하다고 하고 맞장구를 치면 아이와 관계도 좋아지고 부모도 뭔가 배울 게 생길 겁니다. 물론 아이가 과학에 진심이라면 책 많이 사주고, TV에서 예능은 포기하고 같이 다큐를 봐야겠죠.

7. OTT에서도 과학다큐만 보시나요?

당연 아닙니다. 거의 잡식성으로 다양한 장르를 즐깁니다. 과학다큐 중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NGC) 6부작 ‘마스(Mars)’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마스'

반은 드라마이고 반은 지금 현재 우주개발 상황이나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다큐입니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같은 당대 최고의 우주 전문가들이 등장해 배울 게 정말 많았습니다. 드라마도 매력적입니다. 주인공은 한국계 아티스트 김지혜씨인데, 화성 탐사대를 이끄는 준 승과 지구의 통신요원 하나 승 1인 2역을 맡았습니다. 그동안 SF영화 주인공은 주로 잘 생기고 신체 조건도 뛰어난 백인 남성이 맡았습니다. 과거 신대륙을 찾는 탐험가 이미지를 딴 것이죠.

하지만 실제 우주탐사에서는 몸보다 머리가 더 중요합니다. 또 우주기지를 세우고 운영하려면 다양한 배경의 우주인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공감 능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성과 감성을 두루 갖춘 한국 여성을 새로운 우주인의 전형으로 제시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

아, 최근 본 ‘나의 문어 선생님’도 좋았습니다. 문어의 뛰어난 능력은 이미 제가 ‘이영완의 사이언스 카페’에서 ‘문어도 惡夢을 꾸는가’(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8/2019031803296.html), ‘글월과 사랑을 아는 文魚’(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03/2014090304413.html) 로 소개했습니다.

8. 전염병 대유행 상황을 잘 그린 영상물 3개만 추천해주세요.

2013년 각종 재난 현장에서 활약하는 과학을 시리즈 기사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 중 한 편이 ‘전염병 전세계 대유행, 판데믹을 막아라’(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22/2013012202397.html)였습니다.

영화 '아웃브레이크'

당시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는 판데믹이 실제로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해보려면 1995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아웃브레이크’를 보라고 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치사율 100%의 에볼라 출혈열 바이러스를 모델로 만든 영화입니다. 김우주 교수는 “병 자체도 위험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사회 집단이 느끼는 공포감”이라며 “판데믹 발생 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으로 근거 없는 소문이 퍼져 공포심리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22/2013012202402.html). 소름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한 말입니다.

영화 '월드 워 Z'

한국계 미국인인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장은 지난해 말 인터뷰에서 ‘월드 워 Z’를 꼽았습니다. 브래드 피트가 좀비 바이러스의 기원을 추적하는 유엔 조사요원으로 나옵니다. 영화에서는 주한 미군 기지가 좀비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나오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중국 우한으로 나옵니다. 또 영화에서 이스라엘이 아랍인들도 장벽 안으로 데려와 보호하는데, 이번 코로나에서도 유대인, 아랍인 가리지 않고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바이러스는 인종, 국적을 가리지 않으니까요. 북한의 대응도 영화와 판박이입니다. 영화에서 북한은 전 국민의 송곳니를 뽑아 감염자에게 물려도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번 코로나에서도 북한은 세계 최고의 극단적인 폐쇄 정책으로 대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 ‘컨테이젼’은 치사율 25%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부족 사태를 생생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영화 '컨테이젼'

9. 과학사에서 가장 영화적 인물이 있다면요?

실제로 영화가 만들어진 과학자 세 명이 떠오릅니다. 모두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연기했습니다. 먼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연기한 앨런 튜링입니다. 튜링은 2차 대전에서 컴퓨터의 원조 격인 계산기를 발명해 독일군 암호 체계를 풀어내고 연합군의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종전 후 삶은 비극 자체였습니다. 동성애자임이 밝혀져 화학적 거세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죠. 결국 튜링은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베어 먹고 자살했습니다. 인생 자체가 드라마인 셈이죠. 아 애플의 사과 모양 로고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자살한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있죠. 사실은 튜링이 아니라 뉴턴을 기린 것입니다. 1976년 처음 나온 애플 로고는 영국의 물리학자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었습니다.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 법칙을 생각해냈다는 이야기를 묘사한 것입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두 번째는 로저먼드 파이크가 동명의 영화에서 연기한 마리 퀴리입니다. 퀴리라는 이름은 노벨상의 역사에 가장 많은 이름을 남겼습니다. 흔히 퀴리 부인으로 알려진 마리 퀴리는 1903년 남편 피에르 퀴리와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고, 1911년에는 혼자서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퀴리의 큰 딸인 이렌과 남편 프레데리크 졸리오 역시 1935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영화는 마리 퀴리의 삶과 함께 그의 발견이 가져온 사건들을 교차 편집해서 보여줍니다. 영화 원제가 ‘방사능(radioactive)’인 것도 그 때문이겠죠.

영화 '마리 퀴리'

마지막으로 에단 호크가 ‘테슬라’에서 연기한 니콜라 테슬라입니다. 앞서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영화 ‘커런트 워’에서 테슬라 역을 맡았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만든 전기차 업체 이름으로 잘 알려졌듯, 테슬라는 전기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송전 방식과 관련, 에디슨은 직류(DC)를 주장했지만, 테슬라는 교류(AC)를 주장하며 대립했습니다. 에디슨은 교류의 위험성을 부각하기 위해 교류 전기의자를 제안하며 여론전을 펼쳤죠. 그래도 승리는 테슬라가 차지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정에서 마음대로 전기를 쓸 수 있는 것도 테슬라의 교류 전송 덕분입니다.

영화 '테슬라'

10. 잘 만든 SF 영상물 세 편을 추천해주시면?

제가 기사를 쓰기도 한 세 편의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먼저 ‘인터스텔라’입니다. 과학기자가 본 영화평(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1/17/2014111700014.html)을 쓰기 위해 오전 6시30분 가장 먼저 영화를 본 기억이 납니다. 아침밥으로 핫도그를 들고 갔는데 곧장 영화에 빠져 한 입도 먹지 못했습니다. 영화에 나온 블랙홀은 캘리포니아공대의 킵손 교수가 감수했는데 나중에 실제 관측한 모습이 영화와 흡사해 놀랐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성공한 것은 과학보다 스토리의 힘이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어지는 모습이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

두 번째는 SF의 고전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입니다. 2018년 개봉 50주년을 맞아 영화에 나온 미래 기술이 오늘날 얼마나 실현됐는지 알아봤습니다(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3/2018042300015.html). 반세기 전 나온 영화에 태블릿PC, 화상전화가 나오는 게 정말 놀라웠습니다. 무엇보다 오늘날 인공지능(AI)의 윤리를 두고 열띤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영화에서 이미 인간과 AI의 갈등을 다뤘다는 점에서 SF의 예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세 번째는 TV드라마와 영화로 숱한 시리즈가 나온 ‘스타트렉’입니다. 역시 2016년 스타트렉 50주년을 맞아 TV드라마와 영화에 나온 기술이 어디까지 실현됐는지 살펴보는 기사를 썼습니다(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9/30/2016093002001.html). 웜홀을 넘나드는 비행이나 원격 전송을 빼면 레이저 건이나 바늘 없는 주사기, 시각장애인용 안경 등은 대부분 현실이 됐습니다.

영화 '스타트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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