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세 폐지·다주택 중과 백지화.. '부자 감세' 비판 넘을까

신재희 입력 2022. 3. 16.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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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본 Y노믹스] <3> 부동산·금융 분야 세제 개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부동산·금융 분야 세제를 대폭 손질하겠다고 예고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공제금액 기준 상향 등 ‘파격’ 공약들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추진한 부동산 세제 정책을 원점으로 돌리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 공약도 핵심이다. 근로장려세제(EITC) 대상·지원금액 확대 및 퇴직소득세 폐지 등 각종 감세 공약도 다수 포함돼 있다.

15일 윤 당선인의 공약집에 따르면 주식 양도세 전면 폐지는 주요 세제 공약 중 하나다. 고액자산가의 부담을 줄여 이른바 ‘큰손’ 자금이 국내 증시에 머무르도록 하겠다는 게 주목적이다. 증권거래세에 대해선 현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주식 양도세는 주식을 팔 때 거둬들인 수익에 대해 내는 세금이다. 현재 비상장주식, 해외주식을 거래하는 모든 투자자나 상장주식을 매매하는 대주주에게 부과한다. 국내 양도세 납부 대상자는 전체 투자자의 2% 정도로 추정된다.

문재인정부는 대주주에게 부과하는 세금과는 별도로 2023년부터 주식거래를 통해 얻는 차익이 5000만원을 넘으면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양도차익의 최대 25%를 세금으로 매길 계획을 세워놨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대주주 양도세는 물론 양도차익 5000만원 이상에 대한 세금까지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해당 공약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 섞인 시선이 많다. 선진 주식시장 과세 추세와는 정반대 방향일 뿐 아니라 ‘개미 투자자’가 아닌 재벌 등 대주주와 고액자산가 등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주식 투자로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투자금의 규모가 최소한 ‘억 단위’를 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공개한 ‘2017~2020년 주식 양도세 100분위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연평균 주식 양도세는 3조4706억원으로 이 중 95%(3조2938억원)는 상위 10%가 냈다.

가상자산 공제 금액을 연간 투자 수익 5000만원까지 높이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당초 정부는 내년부터 기본 공제금액 250만원 이상 수익에 대해 과세하기로 했는데, 비과세 기준을 주식양도세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가상자산을 주식·펀드 등과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은 부적절하며 비상장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해외주식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윤 당선인이 유세 기간 동안 자주 언급했던 세제 개편 방안은 단연 부동산 세제다. 5월 출범할 새 정부는 ‘부동산 세제 전반의 정상화 방안 태스크 포스(TF)’를 운영해 보유세 부과 수준 등 세제 전반을 개선할 방침이다. 문재인정부에서 개편된 부동산 세제를 일단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나선 게 핵심이다.

윤 당선인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장기적으로 통합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주택가격 상승에 따라 종부세를 고지받은 납세자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중과세’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게 골자다. 종부세율 조정 계획도 밝혔다. 1주택자 대상 세율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낮추고, 1주택자와 비조정 지역 2주택자의 경우 합산 세액이 직전 연도의 50%를 넘지 않도록 세 부담 상한 비율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조정지역 2주택자나 3주택자의 세 부담 상한도 현행 300%에서 200%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부동산 보유세인 재산세·종부세의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재 수준의 95%에서 동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주택 공시가격은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도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키로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취득세는 현행 1~3% 수준으로 부과되고 있는 체계를 단일화하겠다는 방침이며, 특히 생애최초주택 구매자에 대해선 취득세 면제 또는 1% 단일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쉽게 말해 문재인정부에서 다주택자 대상 부동산 관련 거의 모든 세금을 중과했던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다주택자를 기본적으로 투기 가능성이 있는 이들로 규정하고 이들에게 취득세와 종부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한 거의 모든 세금을 중과해 왔다.

일단 정부는 오는 22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공개에 맞춰 종부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정부가 검토 중인 보유세 부담 완화 대책은 크게 세 가지다. 현행 150%인 보유세 증가 상한선을 100%로 낮추는 것, 올해가 아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종부세·재산세를 부과하는 것, 60세 이상 1주택자는 매각이나 상속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하는 것 등이다.

다만 ‘대수술 예고’ 공약과는 별개로 실제 정책까지 실현될 수 있을지는 장담이 어렵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가장 큰 난제는 여소야대 국면이다. 윤 당선인이 내놓은 세제 관련 공약 중 다수가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양도세 중과 완화 등은 국회 입법 없이 정부의 의지만으로 제도를 개편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윤 당선인의 세제 관련 공약이 대부분 ‘감세’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감세냐, 증세냐 절대적인 가치는 없지만 감세 공약을 낼 것이었으면 지출 공약도 함께 줄였어야 한다”며 “이대로면 국가 재정건전성이 불가피하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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