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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대신 멍카롱·고양이 화장실...1500만 펫팸족 사로잡았다

[K스타트업 업계 지도] (5) 펫테크

  • 노승욱, 나건웅 기자
  • 입력 : 2022.03.10 22:05:14
  • 최종수정 : 2022.03.11 18:38:13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전역에서 600만마리의 반려견이 증가했습니다. 재택근무가 늘며 사람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많이 입양한 때문이죠. 팬데믹이 끝나고 다시 출근하게 되면 이 반려견들은 어떻게 될까요. 이런 생각 끝에 하루 종일 반려견을 맡아 돌봐주는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데이비드 바(David Barr) 전 미국프랜차이즈협회장의 얘기다. 반려동물 산업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더욱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크게 늘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펫팸족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448만명으로 전체 가구의 29.7%에 이른다. 한국농촌연구원은 2020년 3조원이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27년에는 6조원으로 두 배로 늘어날 것을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자 펫팸족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도 각광받는다. 반려동물 산업에 IT 기술을 접목한 ‘펫테크’도 주목받는다. 국내 펫테크 스타트업은 어떤 곳들이 있을까.

펫커머스는 펫 산업 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시장으로 꼽힌다. 사진은 펫커머스 업계 1위 ‘펫프렌즈’ 이용 화면. (펫프렌즈 제공)

펫커머스는 펫 산업 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시장으로 꼽힌다. 사진은 펫커머스 업계 1위 ‘펫프렌즈’ 이용 화면. (펫프렌즈 제공)

▶펫커머스

▷펫의 쿠팡 ‘펫프렌즈’, 정기구독 ‘깃’

펫 산업 내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시장은 역시 ‘커머스’다. 반려동물 용품을 판매하고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른바 ‘펫커머스’ 시장이다.

‘반려동물’ 앱 상위권에는 펫커머스 앱이 다수 포진해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반려동물 앱 월별 순사용자 수(MAU) 1위는 ‘펫프렌즈(약 25만명)’로, 전체 반려동물 앱 사용량의 28.6%를 차지했다. 3위 ‘어바웃펫(14.5%)’, 4위 ‘핏펫(9.8%)’, 9위 ‘디어테일(4.4%)’, 10위 ‘고양이대통령(4.3%)’까지 MAU 상위 10위권에 펫커머스 앱만 5개다.

펫프렌즈는 ‘펫커머스 업계의 쿠팡’으로 불린다. 2016년 설립 이후 매출 기준 1위 플랫폼을 유지 중이다. 주문 당일에 반려동물 용품을 배송해주는 ‘심쿵배송’, 수의사 등 전문가가 24시간 대기하는 고객 상담 서비스 등이 호평받으며 덩치를 키웠다. 지금까지 누적 보유한 반려동물 데이터만 약 70만마리에 달한다. 지난해 7월 약 1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IMM프라이빗에쿼티와 GS리테일에 인수됐다.

펫커머스 플랫폼 ‘베이컨박스’를 운영하는 ‘깃컴퍼니’는 정기구독 서비스에 특화했다. 반려견 장난감 2종과 반려견 용품 1종, 맞춤 수제 간식 2종으로 구성된 키트를 매월 새롭게 구성해 배송한다. 예를 들어 올 1월에는 ‘호랑이 기운받개’ 콘셉트로 호랑이 모양 파우치와 장난감을, 2월에는 ‘멍슐랭가이드’ 테마에 맞게 크루아상이나 머핀 모양 장난감을 구성해 보냈다.

‘애니멀고’는 반려동물별 ‘맞춤형 상품 추천’으로 차별화를 꾀한 사례다. 사용자는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애니멀고를 통해 반려동물의 혈통·배변·나이·감정 등을 분석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반려 용품과 사료 등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반려동물 유치원·놀이터·호텔·용품점 등 여러 시설을 한데 모아놓은 오프라인 매장 6곳을 운영 중이다.

2017년 삼성SDS 출신 고정욱 대표가 창업한 ‘핏펫’은 헬스케어로 시작해 커머스로 전환한 사례다. 초기에는 모바일 건강검진이 가능한 국내 최초 반려동물 소변검사키트 ‘어헤드’로 주목받았다. 국내외 누적 판매량 40만개, 수출 실적만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2019년 반려동물 건강관리에 특화한 ‘핏펫몰’을 선보였다. 종·성별·나이·질병 이력·어헤드 검사 결과 등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핏펫의 누적 투자유치금은 288억원. 현재는 2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기업가치는 2000억원 규모로 알려진다.

핏펫 관계자는 “간편 검사 ‘어헤드’에 이어 건강 맞춤 커머스 ‘핏펫몰’과 동물병원 찾기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생태계를 확장해가는 중이다.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해 반려동물 산업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펫 용품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이컨박스’ 상품 구성. 매월 상품 구성과 콘셉트가 달라진다. (베이컨박스 제공)

펫 용품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이컨박스’ 상품 구성. 매월 상품 구성과 콘셉트가 달라진다. (베이컨박스 제공)

▶펫푸드

▷쌀빵 디저트 ‘달롤’, 고급식 ‘반려소반’

반려동물 먹거리인 ‘펫푸드’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도 많다. 단순히 ‘사료’를 넘어, ‘요리’와 ‘영양식’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달롤컴퍼니’가 운영하는 펫 디저트 브랜드 ‘달미펫’은 국내산 쌀가루로만 만든 베이커리 제품을 판매한다. 쌀가루 외에도 강원도 초당 두부,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오리안심·닭가슴살 등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다. 사진만 보면 사람 간식인지 반려동물용 간식인지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로 실제 디저트와 유사한 외관을 지녔다. 달롤에서 기존에 판매하던 롤케이크와 꼭 닮은 ‘달미펫 시그니처 롤케이크’, 마카롱과 똑같이 생긴 ‘치즈 멍카롱’ 등이 인기가 높다.

‘아그레아블’이 운영하는 ‘반려소반’도 프리미엄 식재료로 차별화한 반려동물 간식 브랜드다. 제주 무항생제 닭고기와 국내산 오리고기 등 국내산 원육을 사용한다. 강아지·고양이용 간식 ‘바른통살’이 대표 제품이다. 방부제 없이도 실온 보관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해 180개 올리브영 매장과 50개 아트박스 입점에 성공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 밖에도 수의영양학 전문가가 영양성분을 검토해 일대일 맞춤 레시피로 수제 간식을 만들어주는 ‘펫픽’, 곤충 단백질과 키토산을 활용한 곤충 간식을 만드는 ‘푸디웜’이 주목받는다.

▶펫 헬스케어

▷동물병원 가격 비교부터 항암제까지

반려동물도 늙고 병든다. 고령견, 고령묘 건강을 챙겨주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각광받는 이유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임프리메드’는 인공지능 모델과 실험실 테스트를 통해 혈액암에 걸린 반려견에게 효과적인 항암제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100명 이상 종양학 전문 수의사와 협업해 1500마리 이상 반려견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 반려견 대상 약물 분석 유료 서비스를 선보였다. 임프리메드는 이를 바탕으로 사람 대상 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과 MOU를 맺고 암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항암제 효능과 예후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임성원 임프리메드 대표는 최근 ‘라이프 사이언스 보이스’로부터 생명과학 분야 영향력 있는 리더를 의미하는 ‘톱 인더스트리 리더’에 꼽히기도 했다.

갑자기 반려동물이 아프면 보호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증세에 맞는 동물병원 찾기는 물론, 보험 적용이 어려우니 비용 부담도 만만찮다. 대선 후보들이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제’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 수가제’ 등을 내걸었을 정도다. 이에 펫테크 스타트업들은 반려동물 의료 부담을 낮춰주는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수의사가 2016년 설립한 ‘펫닥’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수의사 상담, 동물병원 예약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전국 동물병원 네트워크를 활용해 반려동물 관련 콘텐츠를 제작한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아기 유니콘’에 선정되고, 1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도 유치했다.

‘펫프라이스’는 동물병원 진료비 비교 견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호자가 견적 요청을 하면 수의사의 예상 소견과 진료·수술 절차, 비용이 포함된 견적서까지 받아볼 수 있다. 전국 동물병원에서 발생하는 모든 진료비의 10%를 앱 내 쇼핑몰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페이백’ 서비스도 제공한다.

‘에이아이포펫’이 운영하는 ‘티티케어(TTcare)’ 앱은 반려견의 안구와 피부를 촬영한 사진으로 질병 발생 여부와 위험도 등을 알려준다. 반려동물의 종류와 나이, 건강 상태에 따른 생애 주기별 맞춤 건강관리법도 제공한다.

이 밖에도 동물용 의료 영상 장비와 판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엔’, 반려동물 용품 구독 서비스 ‘펫띵’, 동물용 진단시약 전문기업 ‘바이오노트’가 있다.

‘달롤컴퍼니’가 운영하는 펫 디저트 브랜드 ‘달미펫’은 국내산 쌀가루로만 만든 베이커리 제품을 판매한다. (달미펫 제공)

‘달롤컴퍼니’가 운영하는 펫 디저트 브랜드 ‘달미펫’은 국내산 쌀가루로만 만든 베이커리 제품을 판매한다. (달미펫 제공)

반려동물 건강진단 솔루션으로 출발한 ‘핏펫’은 펫 전용 쇼핑몰, 병원 찾기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사진은 반려동물 소변검사키트 ‘어헤드 베이직’. (핏펫 제공)

반려동물 건강진단 솔루션으로 출발한 ‘핏펫’은 펫 전용 쇼핑몰, 병원 찾기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사진은 반려동물 소변검사키트 ‘어헤드 베이직’. (핏펫 제공)

▶금융·택시·장례…

▷훈련 ‘워키도기’, 배변 ‘펄송’

반려동물을 처음 기르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관리 서비스도 봇물이다.

‘워키도기’는 반려견 훈련 앱 ‘도그마스터’를 운영한다. 도그마스터는 반려견을 처음 키우는 보호자에게 유용한 기초 양육 정보, 훈련 방법 등 약 250가지 콘텐츠를 제공한다. 출시 1년 3개월 만에 가입자 5만여명을 달성했다. 지난해 말 카카오벤처스, 신한캐피탈, 서울대기술지주 등에서 투자를 받았다. 이를 통해 반려인 양육 정보·반려견 정보 기반 개인 맞춤화 훈련 서비스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펄송’은 IoT 고양이 자동화장실 ‘라비봇2’를 개발했다. 반려묘가 배변을 보면 안에 설치된 갈퀴가 굳은 모래와 배설물을 자동으로 걸러낸다. 전용 앱 ‘펄송’은 배변 횟수와 시간 등을 기록해 반려묘 건강 상태도 체크해준다. 펄송은 올 초 세계가전박람회(CES) 2022에 3번째로 참가하고 ‘라비봇2’를 전 세계 36개국에 수출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인핸드’는 국내 최대 유기·실종동물 입양 앱이다. 전국유기동물보호소로 구조된 동물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2013년 11월 앱이 나온 후 10년여간 10만마리 넘는 유기동물이 가족을 찾았다. 지난해 KT로부터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선발된 바 있다.

‘펫핀스’는 반려동물 전문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복잡한 반려동물 보험 가입과 청구 절차를 한눈에 보여주고, 반려동물 사진 1장과 기초 정보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펫계좌’ 번호를 생성하는 등 반려동물 관련 금융 상품을 쉽게 이용하도록 돕는다. 잇단 개 물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맹견책임보험을 의무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올해의 벤처기업’ 상을 수상했다.

‘뉴플러스기획’은 반려동물 전문 모빌리티 서비스 ‘멍타냥택시’를 선보였다. 반려동물과 외출할 때 출발 1시간 전까지 예약하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택시를 보내준다. 서울 강남권에서만 한정 운행하다가 최근 서울 전 지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 신용보증기금이 주관한 유망 혁신 스타트업 ‘2021 오픈 네스트 200’에 선정됐다.

이 밖에 ‘도그메이트’는 펫시터 예약 서비스를 운영한다. 반려견 산책부터 배식, 배변 정리까지 전문 펫시터가 방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21그램’은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동물 염습부터 수의, 입관, 화장, 수골, 분골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전문적으로 도와준다.

인터뷰 | 윤현신 펫프렌즈 대표

펫 산업도 4차 혁명…빅데이터·AI 고도화 ‘관건’

Q 최근 펫커머스 시장 트렌드는 무엇인가.

A 반려동물을 가족이나 친구 같은 인격체로 대우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 zation)’이다. 이에 기반해 반려동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과 동물 복지로 대표되는 ‘고급 펫푸드’ 시장 저변이 확대되는 중이다.

Q 기존 이커머스와 펫커머스 시장의 차이점은.

A 훨씬 더 다양하고 정교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름, 성별, 나이뿐 아니라 품종, 알레르기 정보, 기타 건강 우려 사항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사람은 이 정도 데이터까지는 얻지 못한다. 정교한 데이터 기반 커머스 덕분에 만족도와 충성도가 오히려 더 높다. 펫프렌즈의 경우 재구매율이 70~80%에 이른다.

전문가 상담 서비스를 갖춰야 한다는 점도 다르다. 소비자 불만이나 애로 사항을 해결해주는 단순 고객센터 수준을 넘어 반려동물 상태를 진단하고 제품·서비스를 추천해줄 수 있는 전문가 상담 센터가 있어야 한다.

Q 미래 펫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A 이전에는 단순히 인기 제품과 저렴한 제품 위주의 구매 패턴을 보였다. 요즘은 반려동물의 성향과 건강에 맞는 제품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소비로 변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본다. 1인당 소비액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저가 중심 시장에서 고가·프리미엄 시장으로 옮겨 가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반려동물 특성·성향과 관련된 데이터를 축적해놓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다. 딱 맞는 제품을 추천해줄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알고리즘 기술도 점차 고도화될 것이다.

[노승욱 기자,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9호 (2022.03.09~2022.03.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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