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시대의 시청률③] “시청 기록 있는데 0%…시청률 조사 한계 봉착”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3.08 13:30  수정 2022.03.08 08:41

코바코(KOBACO) 성윤택 박사 인터뷰

“공적 기구 개입 필요…시청률 조사 검증·개발해야”

“미디어 환경과 시청 행태가 변화했는데 시청률 조사 방식은 변화가 없다” “시청 기록이 있음에도 시청률 0%가 나온다”


달라진 미디어 소비 환경에서 기존 시청률 조사 방식은 대중은 물론, 업계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TV수상기를 통한 시청률 조사는 ‘패널’ 표본을 통해 조사되는데, 표본이 4000가구 정도다. 최근 TV수상기가 아닌 모바일 디바이스 등으로 콘텐츠 시청 경향이 확대되면서 기존 조사 방식의 신뢰도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


ⓒ성윤택 박사 제공

이 같은 현행 시청률 조사 방식에 대한 지적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코바코(KOBACO) 성윤택 박사는 “기존 시청률 조사 방식이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꼬집었다.


시청률은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 입장에서, 또 광고를 유치해야 하는 제작사·방송사 입장에서도 민감한 데이터다. 특히 방송사에서는 광고 영업은 물론 프로그램 성과 평가과 편성 전략 등을 세우기 위한 지표로 시청률을 활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청률 조사에 대한 우려가 크다.


“소위 ‘전통적 시청률 조사’ 방식, 즉 TV편성표에 따른 실시간 방송프로그램 대상의 조사 방식이 미디어 발전에 따른 시청환경 변화를 기민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집에 있는 TV수상기 외 스마트폰, PC, 태블릿 등 다양한 디바이스 등으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 TV편성표 기준이 아닌 시청자 개개인이 자기 시간에 맞춰 언제나 콘텐츠를 접속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웹·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등), VOD 콘텐츠 증가 등의 시청행태들이 생기고 있음에도 말이죠.”


“시청률이 제대로 집계가 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콘텐츠들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조사범위가 충분히 확대되지 못한 상태에서 유튜브 조회수, 넷플릭스 순위 등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일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에는 일정 정도의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죠.”


실제로 TV 시청률과 실제 콘텐츠 이용 행태간 괴리는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종영한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의 경우 3%대 시청률로 시작해 5.3% 시청률로 종영했는데, OTT 순위에서는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달 25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조사에서도 해당 드라마는 3위에 올랐다. 지난해 시청률이 저조하다고 평가된 JTBC ‘구경이’ ‘알고있지만’ 등도 실제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리서치의 OTT 시청 지표에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픽사베이

“요즘 전화조사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잖아요.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시청 데이터를 협조 받아 패널조사 방식과 결합하는 데이터 결합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유지비용, 패널관리가 쉽지는 않지만 소규모라도 싱글소스(TV-스마트폰-PC를 모두 이용하는) 패널을 구축하여 전반적인 콘텐츠 이용행태를 추정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조사 패널 자체가 왜곡됐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한국케이블TV협회가 이른바 ‘0% 시청률’을 문제 삼았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청 기록이 있음에도 조사 패널이 적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시청률 지표의 문제가 광고 판매 뿐 아니라 콘텐츠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시청률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방송 제작 현장에선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통위에선 변화하는 시청행태를 반영하고자 2014년부터 스마트폰, PC를 통한 시청행위를 조사하는 소위 ‘N스크린 시청기록 산출조사’를 수행 중이며 ‘통합’의 차원에서 고정형TV수상기 외 스마트폰, PC 등을 통한 실시간 및 비실시간 시청기록을 합산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행 법체계에서 부가통신사업자 서비스를 통한 콘텐츠 시청을 ‘방송’으로 포섭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며, 기금사업으로 수행되는 조사이다보니 조사예산 상의 한계 등으로 조사범위(콘텐츠 이용 범위, 패널 규모 등)를 충분히 확대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성 박사는 시청률조사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거듭 ‘패널조사와 셋탑의 데이터를 결합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이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실제 실행까지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미국 MRC처럼 K-MRC(미디어 데이터 협의체)와 같은 기구 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MRC는 미국에서 1960년대 시청률 검증을 위해 조직된 기구다. 지난해 기준 155개사가 회원으로 가입돼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라 시청률 조사 방법과 이를 위한 기준, 조사 수행 등을 마련, 논의하고 있다.


“‘표본(패널) 조사’의 장점을 살리면서 사업자가 갖고 있는 데이터(시청기록 등)를 결합하는 시도가 있어야 합니다. 다른 차원에서는 이러한 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국내 기술개발이 필요하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조사는 전문업체에 맡기고 ‘지원’ 차원에서 데이터 인·검증, 이해관계자 협의체 구성·운영, 기술개발 등 기반 구축이나 의견 수렴의 장에 기금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