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판 미생' 박진우 "야구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사이드암스로 박진우(32·전 NC 다이노스)에게 이번 겨울은 낯설다. 예년 같으면 스프링캠프에서 한창 구슬땀을 흘려야 할 시기지만, 그는 야구장에 없다. 대신 스카우트 장비를 챙겨 전국을 떠돌고 있다.
'야구판 미생' 박진우가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박진우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NC에서 방출됐다. 현역 연장을 희망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대신 성실함을 알아본 SSG 랜더스 구단이 그에게 스카우트 자리를 제안했다. 류선규 SSG 단장은 "올해부터 전면드래프트가 시행됨에 따라 투수 출신 스카우트 보강이 필요했다. 프로와 아마를 통틀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카우트를 추천받았고 그중 박진우가 높은 평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진우의 야구인생은 굴곡이 많다. 부경고 졸업 후 신인 드래프트에서 낙방했고 건국대 졸업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육성 선수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운명의 장난일까. 2015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 베어스에 지명됐고 2년 뒤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친정팀' NC로 복귀했다. 그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NC가 다시 불러줘서 감사했다. 독기 품고 정말 열심히 했다"고 회상했다.
잠시 빛을 봤던 시기도 있다. 2019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9승을 따냈다. 연봉도 무려 300%(4000만원→1억6000만원)가 인상됐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결국 세대교체가 진행된 팀 상황과 맞물려 프로 유니폼을 벗게 됐다. 박진우는 "후회 없이 했다.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현역 연장 의지가 크지 않았나. "KIA 타이거즈 입단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테스트로 어디를 간다는 게 쉽지 않더라. 항상 구속 얘기가 나왔다. 아쉬움도 있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짧았지만 1군에서 야구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행복했다."
-구속이 많이 떨어진 건가. "시속 150㎞를 던지는 파워 피처가 아니니까 직구 구속이 1㎞/h 떨어지는 걸 크게 보시더라. 시속 130㎞ 중반을 던지는 투수가 초반으로 떨어지니 그랬던 거 같다.""
-구속 저하의 원인은.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2019년 이후 밸런스가 잘 맞지 않고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특별히 아픈 건 아니었다."
-2019년에 많이 던진 영향일까. "주변에서도 그 얘길 많이 한다. 선발과 중간을 다 하면서 그렇게 많이 던졌던 경험이 없었다. 처음엔 믿지 않았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니까 '그게 사실인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럼 2019년은 영광과 상처가 교차한 시즌인데. "지나고 보면 그럴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준비를 조금 더 잘했다면 지금보다 나아졌을 거다. 스스로 안일했던 부분이 있었다."
-야구인생이 파란만장했는데. "항상 순탄치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유격수였는데 지명이 되지 않았고 대학교에 가서는 투수를 했다. 육성 선수로 입단해 어려움도 많았다. 엄청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묵묵히 하다 보니까 길이 보였다. 또 열심히 하니까 내가 원하는 목표도 이룰 수 있었다. 스카우트 일도 남들보다 한 발 더 움직이고 뛰면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인가. "2020년이다. 2019년 야구를 잘해서 자신감이 넘쳤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니 더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만큼 야구가 되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심해 잠도 잘 못 잤다. 계속 2군을 오가니까 정말 '멘붕'이 오더라."
-박진우에게 NC는 어떤 팀인가. "없어서는 안 될 팀이다. NC가 없었다면 박진우도 없었다. 부족함이 컸던 선수를 육성 선수로 불러주셨고 2차 드래프트에서 다시 지명하지 않았나. 그때 정말 독기 품고 하니까 야구가 늘더라. 프로 세계에서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팀을 나오게 된 거는 내가 부족해서다. 좋은 감독, 코치, 동료, 직원들을 만나 정말 행복하게 야구했다."
-은퇴한 것을 후회하지 않나. "다른 건 후회 없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건 부모님이다. 대학교까지 뒷바라지하셨는데 내가 은퇴하는 순간 부모님도 은퇴하는 게 되더라. 내 경기, 기사를 보는 게 삶의 낙이셨을 텐데 그게 없어졌으니 조금 마음에 걸린다."
-공식 발표 없이 은퇴했는데. "응원해주셨던 팬들을 하나하나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감사함을 마음에 고이 새겨서 제2의 야구 인생도 열심히 살아보겠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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