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살' 박명신 "'어떤 배우'로 기억되지 않아도 좋아" [N인터뷰]

윤효정 기자 2022. 2. 27. 09: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라는 질문에 배우 박명신(58)은 "어떤 배우였다고 기억되지 않아도 좋다"라는 신선한 답변을 내놨다.

-'불가살'은 대작으로 기대를 받았는데 참여한 배우로서 어떤 생각이었나.

-'불가살'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입을 모아 제일 귀여운 캐릭터라고 해서 궁금했다.

-'불가살'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모가디슈'·'공작도시'에서도 열연
이화여대 약대 나와 30년 넘게 배우의 길
배우 박명신/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라는 질문에 배우 박명신(58)은 "어떤 배우였다고 기억되지 않아도 좋다"라는 신선한 답변을 내놨다.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자신을 보며 '이런 배우도 있구나' 정도라면, 그것만으로도 기쁨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박명신은 이달 종영한 tvN 드라마 '불가살'에서 무녀이자 혜석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역시 이달 끝난 JTBC 드라마 '공작도시'에서는 철거 참사 피해자 유족이자 분식집 사장 역을 통해 시청자들과 조우했고, 지난해에는 영화 '모가디슈' 속 주소말리아 북한대사의 아내 역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활발히 활동 중인 박명신은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한 후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현장에서 연기를 하며 벌써 30년 넘게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혹자는 안정된 직업대신 배우를 선택한 것이 '대단하다'라고 한다지만, 박명신의 대답은 다르다. 그는 "내가 너무 하고 싶은 연기를 만났는데 경제적인 안정 때문에 다른 일을 한다면 더 안타까웠을 것"이라며, 연기를 할 수 있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하고 기쁜 일이라고 했다.

박명신과 이야기를 나눴다.

-'불가살'을 잘 마무리한 소감은.

▶중간에 시청률이나 반응이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 다 마치고 나니 그래도 참 좋은 드라마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 드라마들이 너무 강하지 않나. ('불가살'도) 그런 요소가 있을 법 하지만, 결과적으로 동화적이고 착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불가살'의 설정이 복잡하다. 연기하는 배우로서 어떻게 봤나.

▶어린 시절부터 전래동화나 여러 소설들을 읽었고 커서 연극을 하면서 이런 전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드라마는 끝까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결말까지 나오고) 이렇게 아기자기하면서 슬프고 착한 드라마가 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불가살'은 대작으로 기대를 받았는데 참여한 배우로서 어떤 생각이었나.

▶대작이라고 하니 촬영환경은 되게 좋겠지? 생각은 했다.(웃음) 기본적으로 시놉시스를 보고 내가 1인3역을 소화하는데 3역이 모두 다르다. 연극에서도 하지 못했던 연극적인 연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컸다. 대본을 봤는데 드라마에서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다니,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작품이 영상미가 좋았다. 배경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힘든 점도 있었지만 결과물을 봤을 때는 너무 좋았고 즐거운 기억이다.

-'공작도시' '불가살'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됐는데 우려하지는 않았나.

▶전혀 우려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혼동할 수도 있다는 점에 책임감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다. 일단 작품을 보면 혼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냥 돌아다녀도 아무도 못 알아본다.(웃음)

배우 박명신/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불가살'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입을 모아 제일 귀여운 캐릭터라고 해서 궁금했다.

▶(웃음) 혜석으로 나올 때 의상이나 헤어, 상황이 귀여움을 많이 떠는 설정 아닌가. 배우들이 나를 귀여워 해줬다. 의상을 하나씩 입고 나올 때마다 '너무 귀엽다'고 해주더라. 옷도 러블리한 스타일로 입으니 똥똥한 인형같기도 하고.(웃음) (주변에서) 그렇게 해주다보니 나도 모르게 연기가 더 귀엽게 됐다. 감독님도 처음에는 귀여운 캐릭터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의상과 헤어스타일 설정이 더해지니까 나도 모르게 그것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이 여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과거의 비극성이나 역경을 견딘 사람의 유쾌함이 더 잘 산 것 같다. 보통 그런 사람들이 자기 것을 챙기기 보다 타인에게 베푸는 편이다.

-'불가살' 중반부에는 '고구마 전개'라는 반응도 있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내용을 알고 보니 재미있는데 주변에서는 '그거 어떻게 되는 거냐'라고 하더라. 그런데 사람들이 그 (답답한) 지점을 여러가지 추리로 채우더라. 정보가 없으니까 더 추리한 것 같다. 그렇게 마니아층도 생긴 것 같다.

-눈물 감정연기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연기했나.

▶나이를 먹으니까 눈물이 잘 안 나온다.(웃음) 예전이면 눈물이 툭 떨어져야 되는 감정인데 지금은 맺히는 정도? 한 번 울고 나면 죽어도 눈물이 안 나온다. 그런데 죽는 장면을 보니 눈물이 떨어지더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3역을 어떻게 다르게 연기하려고 했나.

▶환경이 아예 다르니까 인물을 다르게 표현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저는 연기를 잘 만들어서 하는 사람은 못 된다. 주어진 환경, 이 사람의 조건이 이렇구나 파악하고 그에 맞는 에너지를 내서 최선을 다해서 한다.

배우 박명신/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불가살'은 CG나 특수분장도 정말 다양하게 경험한 작품이다.

▶이렇게까지 마녀 같은 캐릭터는 처음이다. 연극에서도 해본 적이 없다. 최고의 분장이다. 분장도 계속 하면 힘들다. 하루에 찍으면 한 번에 다 찍을 것을 나눠서 해야 하니까 속상하기도 했다.(웃음)

-'불가살'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공교롭게도 주요 배역 7명 다 내성적이다. 현장에서 배우들끼리 수다 떨고 깔깔 웃고 그런 건 아니었다. 각자 연기를 준비했다. 내성적인 사람들을 잘 보면 배려심이 많다. 연기하면서 서로 배려했고 그 점이 우리 드라마를 더 조화롭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서른을 넘으면 나도 말을 잘 안 놓는다. 김우석, 공승연에게 말을 놓았다. 서로 붙는 신도 많아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우석이는 일곱명 중에서 제일 영감 같달까.(웃음) 그래서 연기가 더 좋았다. 보통 연기를 처음 할 때 의욕이 앞서면 이상하게 연기를 하게 된다. 이 친구는 전혀 그렇지 않더라. 디렉션을 받고 할 수 있는만큼 해낸다. 그래서 잘 하더라.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아도 자기만의 내공이 있는 친구였다.

-조언을 하지는 않았나.

▶더 효과적으로 보이게 하는 정도는 이야기하지만 (조언은) 잘 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연기를 가르치던 사람이었다보니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면 조언할 수 있겠지만, 내성적인 배우들에게 처음에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상황을 만들려고 한다. 내가 먼저 판(분위기)을 깔면 친구들도 자체적으로 리허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모가디슈' 속 깻잎 떼어주는 장면이 다시 화제가 됐다. 류승완 감독님도 촬영할 때보다 완성된 후에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그 장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찍고 나서 며칠 후에 감독님이 '깻잎 장면 죽이더라'라고 하셨다. 사람들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배우 박명신/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최근 '깻잎논쟁'(연인의 친구의 깻잎을 떼어줄 수 있나)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재미있는 콘텐츠라고 하더라.

▶한국인의 정이지, 떼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1기다. 지금은 현장에서 후배들 ,제자들을 많이 만날 것 같다.

▶내가 1기이고 졸업하고 강의를 오래 했다. 후배들이 저를 기억해줘서 현장에서 만나면 아는 척을 해준다. (제자들 중에는) 이희준, 박정민, 박소담, 이유영, 변요한 등이 있다.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고 정말 뿌듯하더라. 내 덕에 잘 하는 것 같아서. 하하. 어쩌다 만나서 '누구 덕에 그렇게 연기를 잘하게 됐나'라고 하면 '사부님 덕이죠'라고 한다. (웃음)

-연극, 드라마, 영화를 다 소화했는데 제일 사랑하는 무대를 꼽을 수 있나.

▶내가 연기할 수 있는 공간은 다 좋아한다. 나는 연기하는 걸 좋아한다. 연극을 하는게 제일 재미있기는 하다. 협업과정이 길고 비중이 크고 작은 것과 상관없이 무대가 나의 것이다. 매체 연기로 가면 가끔 (작품의) 부품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연극은 배우 예술 ,영화는 감독 예술, 드라마는 작가 예술이라는 말이 있기도 하잖나. (배우로서는) 연극이 제일 재미있게 느껴진다.

배우 박명신/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연기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너희가 느끼는 대로 하라'는 것이다. 연기는 떨리는 일이다. 용기를 가져야 한다. 저절로 되는 건 없으니 용기를 내야 한다. 요즘 대학생이 되어도 부모님에 크게 의존하는 학생들도 많잖나. 나는 수업 첫 시간에 늘 '나는 너희의 엄마가 아니다, 너희가 공부를 열심히 하든 연기를 잘하든 나와는 상관이 없다, 너희가 연기를 잘하면 나도 기분이 좋지만, (못한다고) 화를 내고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 너희가 하고 싶은 만큼 열심히 하고 책임감이 있게 하라'고 한다

-연기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나는 전생에 나를 구했나? 싶을 때도 있다. 먹고 사는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게 감사한 일이지 않나. 그리고 내가 참 게으른 사람이고 일을 만들어서 하는 걸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기쁘고 감사하다. 연기는 완성이 없으니까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이다.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에게는 계속 도전하게끔 만드는 일인 것 같다. 연기를 대신할 다른 재미있는 일이 나타나면 그걸 해야지 마음 먹었는데 아직 없다.(웃음)

-약학과를 나온 후 연기를 배웠는데

▶그래서 계속 하는 건지도 모른다.(웃음) (사람들이) 약사 이력을 보고 '어려운 선택을 했다'라고 하는데 오히려 정반대다. 내가 연기를 만났는데 어떻게 (연기를) 포기하고 약사를 할 수 있었겠나. 경제적인 안정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한다면 그게 더 안타까운 것 아니겠나. 나는 사실 의대를 가고 싶었는데 집안 형편이 안 좋아서 약대에 진학했다. 의대를 갔으면 연기를 못했을 것 같다. (약대 진학을 원한) 엄마에게 감사하다.(웃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그냥 어떻게 기억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없다. 사람들이 내가 나오는 작품을 볼 때 '이런 배우도 있었지' 정도면 좋겠다. 굳이 사람들에게 '박명신이라는 배우가 있었다'라고 하지 않아도, 기억에 안 남아도 괜찮다. 그럼 볼 때마다 새로운 배우로 남지 않을까.

ich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