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충남 출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별세..향년 89세

박영문 기자 2022. 2. 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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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교수 등 활동..한국 대표 석학이자 최고 지성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사진=연합뉴스

문화부 초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가 암 투병 끝에 26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유족 측은 이날 이어령 전 장관이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호적상 1934년생) 고인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이자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

노태우 정부 당시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이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부여고를 나와 1956년 서울대 국문학 학사와 1960년 서울대 국문학 석사, 1987년 단국대 국문학 박사 학위 등을 취득했다. 앞서 부여고는 지난 2016년 개교 70주년을 맞아 '여러 빛깔이 무지개처럼 하나로 합칠 수 있는 힘을 주소서'라는 의미있는 시를 후배들을 위해 헌시한 이 전 장관의 뜻을 기념하기 위해 '이어령 동문 헌시비'를 세운 바 있다. 

여기에 공주고는 지난 11일 열린 ‘제95회 졸업식’에서 이 전 장관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사회 활동 중 공주고의 정신을 널리 알려 학교 위상을 높이고 문학을 통해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고인은 또 1966년부터 이화여대 강단에 선 이후 1989년까지 문리대학 교수, 1995-2001년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2011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됐다.

1956년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를 발표하며 등단한 고인은 문학비평 활동을 하며 김동리와 작품의 실존성(實存性)에 관한 논쟁을 벌였고, 조연현의 전통론을 반박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 '젊음의 탄생', '생명이 자본이다', '디지로그' 등이 있다. 

특히 문화예술인으로는 처음으로 문화부를 이끈 고인은 국립국어연구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전통공방촌 건립, 도서관업무 이관 등 4대 사업으로 문화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여기에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 대본을 집필했으며 개막식에서 '굴렁쇠 소년'을 연출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앞서 이 전 장관은 2017년 암이 발견돼 두 차례 큰 수술을 받았지만, 항암치료를 받는 대신 저서 집필에 매진했다. 고인은 자신을 '이야기꾼'이라 칭하며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를 탐구하는 마지막 저작 시리즈 '한국인 이야기' 집필에 몰두해왔다. 12권으로 계획한 시리즈 중 2020년 2월 첫 권인 '너 어디에서 왔니'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고인은 "생과 죽음이 등을 마주 댄 부조리한 삶. 이것이 내 평생의 화두였으며, 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죽음 아닌 탄생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차남 이강무 백석대 교수가 있다. 고인의 장녀 이민아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역 검사를 지냈다가 2012년 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유족 측은 5일간 가족장으로 치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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