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범, 소모됐단 느낌 컸던 20대 딛고 자체 충전 30대로

황소영 기자 2022. 2. 26. 08: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범
배우 김범(32)이 올해로 데뷔 17년 차를 맞았다. 지난 2006년 KBS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을 통해 10대에 데뷔, 20대를 거쳐 지금의 나이가 됐다. 10대와 20대엔 연기를 하고 나면 스스로가 소모됐다는 느낌이 커 때론 지치고 때론 쉼을 찾았다. 그러나 자의가 아니었던 공백기 이후 30대가 됐을 때 그는 연기를 할 때 자체 충전되는 느낌을 받으며 지치지 않는 힘을 발휘 중이었다. 한층 인간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성숙해진 김범은 30대에 만난 tvN '구미호뎐' JTBC '로스쿨' 그리고 최근 종영된 작품인 tvN '고스트 닥터'까지 잊을 수 없는 작품들로 꼽으며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종영 소감은.

"마지막 방송을 보면서 다행이란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기술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는데 방송이 끝나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는 걸 보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하는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이었는데 즐겁게 촬영을 마쳤다."

-의학드라마 첫 도전이었다.

"처음 경험하며 새롭게 경험한 게 많았다. 전문적인 의학 요소를 표현하는 데 있어 쉽지 않았다. 수술신에 있어서 대역을 쓰지 않고 조금이라도 직접 표현을 해내고 싶은 욕심이 많았다. 촬영이 진행되기 한, 두 달 전부터 대학병원을 방문하고 흉부외과 의사 선생님들을 인터뷰하고 실습도 가고 그랬다. 아쉽게도 코로나19 상황이라 병원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지는 않았다. 아쉬움은 좀 남지만 의료진분들에게 진짜 존경스럽다고 전하고 싶다."

-의학드라마에 재도전할 생각이 있나.

"연달아서는 안 할 것 같다. '질렸어' '학을 뗐어' 그게 아니라 할 때 재밌게 웃으면서 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힘든 부분이 많았다.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으면 한동안 생각이 안 나듯 다른 맛도 먹어보고 다시 생각나면 해보는 것으로 하겠다.(웃음)"

-이 작품에 끌린 이유는.

"고승탁이란 인물 때문에 이 작품에 끌렸다. 그 인물을 처음 봤을 때 반짝반짝 빛났고 말랑말랑했다.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보니 생각이 깊고 아픔이 있는 친구였다. 저 친구를 표현해보고 싶다, 저 친구의 얘길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어떤 점에 집중해 연기했나.

"우리 드라마의 특정 요소가 빙의이지 않나. 빙의 전후의 차별점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일반적인 드라마 캐릭터 분석과 다르게 표를 양분화해서 처음에 연구를 했던 것 같다. 빙의 전후가 외형적으로는 같지만 걸음걸이나 목소리의 톤, 제스처, 말투, 어미처리 이런 것들을 두 가지로 생각해서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시청자분들이 공감할 수 있게끔 고승탁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빙의됐을 때 정지훈 표 차영민의 디테일함이 살아있었다. 어떻게 연구했나.

"빙의 후 말투, 표정, 어미 처리, 걸음걸이 등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현장에서 형한테 물어본다고 해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형을 보고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미션이 걸음걸이라고 한다면 형의 걸음걸이를 보면서 메모했고, 다음 날은 앉아있는 모습에 대해 메모했다.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정지훈 형이 연기한 차영민을 흉내 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빙의를 표현하는 CG가 많아 촬영 시간도 많이 소요됐을 것 같다.

"빙의라는 단어가 대본에 나오면 한 신당 3~4시간은 걸렸던 것 같다. 길게는 16시간까지 걸린 적이 있다. 새 대본이 나올 때마다 빙의가 있나 이것부터 체크하기도 했다. 기술적으로 힘들지만 신기한 부분도 많았고 지훈이 형과 겹쳐지는 신이라면 저도 혼자 찍고 지훈이 형도 혼자 찍어야 하고 겹쳐졌을 때도 찍어야 하기에 촬영 여건상 많은 시간을 요했던 부분이 있었다. 다행히 CG가 들어간 작품은 많이 해봐서 현장에서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만약 누군가에게 빙의를 하거나 누군가 내게 빙의를 한다면.

"빙의를 7개월 동안 표현하고 체험해봤는데 빙의가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제가 제 자의로 누구에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면 저는 딱히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웃음)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들어와야 한다면 이왕이면 착한 사람. 제 몸에 들어왔어도, 기억에 없더라도 나쁜 짓을 하지 않을 선한 사람이길 바란다."
김범

-정지훈이 차진 연기 호흡에 서수남, 하청일 선배급이라고 표현했다.

"형이 현장에서도 서수남, 하청일 선생님을 언급하며 그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다고 했었다. 형과의 호흡 자체가 재밌었다. 한 가지를 표현해서 이 사람을 웃겨야 한다는 미션이 주어졌을 때 생각하는 게 비슷해서 함께 놀면서 웃기는 상황들이 있었다. 억지로 호흡을 맞춘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얘기가 되는 게 재밌고 즐거웠다. 누구보다 코미디를 잘 소화하는 배우다. 형 덕분에 많이 웃었다."

-극 중 애정 하는 장면과 대사가 있나.

"마지막 회에 차영민 교수와 둘이 수술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 살아있는 차영민 교수를 1회 때 보고 16회 때 처음 봤다. 그와 호흡을 맞춰 수술하는 게 처음이라 색달랐다. 처음 수술하는 것 같은 설렘을 느꼈다."

-'고스트 닥터' 고승탁, 전작 '로스쿨' 한준휘와 자신의 싱크로율을 비교한다면.

"50대 50으로 나눌 수는 없을 것 같다. MBTI 신봉자는 아니지만 승탁이는 E로 시작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한준휘나 저는 I 성향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져 있다기보다 조금씩 조금씩 닮은 면모가 있다고 생각한다."

-촬영이 끝난 후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촬영 중 방송을 시작해서 끝났는데 가장 큰 건 방송을 보면서 시청자분들과 호흡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고스트 닥터'라는 작품을 보내주는 과정이 가장 큰 휴식 중 하나였다. 현장에서 개인적으로 정적이고 조용한 성향인데, 고승탁을 하면서는 굉장히 장난도 많이 치고 활동적인 사람이 됐다. 지난 사진들을 보면서 사진첩 정리도 했다."

-최근 '구미호뎐' '로스쿨 '고스트 닥터'까지 쉬지 않고 작품을 해오고 있다. 10대에 데뷔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비결이나 노하우가 있나.

"30대에 들어와서 처음 만난 작품이 '구미호뎐'이었고 그 이후 '로스쿨' '고스트 닥터'를 만났다. 10, 20대에 만난 작품들은 제가 잘 몰라서일 수도 있고 다른 요소들 때문일 수도 있고 제가 굉장히 에너지를 많이 쏟아냈다. 뭔가 한 가지 물질이 빛나려면 연소가 되어야 하지 않나. 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다시 불 붙이는데 더는 탈 게 없다는 생각이 든 적도 많았는데, 이번 세 작품을 연달아하면서는 제가 소모되고 탔다는 느낌보다 충전됐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 이유는 같이 작업한 사람들이 너무 좋았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그랬던 것 같다. 받은 게 너무 많아서 어떤 다른 색으로 보답해야 할까 바로 고민하게 된다. 세 작품을 하게 된 건 행운인 것 같다."

-올해로 데뷔 17년 차가 됐다.

"17년이라고 하니 되게 이상하다. 벌써 17년? 숫자로 봤을 땐 짧은 기간이 아닌데 잘해나가고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10대에 데뷔해서 현장에 빨리 나온 편인데 10년이 됐을 때도 10년 동안 날 믿어주는 사람이 있구나, 15년이 지나도 날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대단히 크게 느껴지더라. 한국 나이로 34살이 됐다. 내 생의 절반 동안 한 가지 직업을 하고 있는데 이제는 온전한 직업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전까지는 직업이란 생각을 많이 안 해봤는데 온전한 직업이 됐구나 싶고 현장에 동생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신기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는다면.

"30대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데 제 자의에 의해서가 아닌 공백기를 겪고 난 뒤 필드에 나와 겪었던 감정들이 더욱 새롭게 느껴졌다. '구미호뎐' '로스쿨' '고스트 닥터'가 최근의 기억이기도 하고 느꼈던 것들 중 새로운 경험들이 많아 세 작품이 너무 소중하고 많이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공백기가 배우 생활에 어떠한 밑거름이 된 것 같나.

"자의가 아닌 어떠한 상황에 의해 짧지 않은 시간을 쉬게 됐다. 제가 지쳐서 자의로 쉬고 싶다, 지쳐서 쓰러졌다에 가까울 수도 있겠지만 그 시간 동안 제 스스로를 돌아봤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힘들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난다, 못 참겠다는 생각은 다행히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시간들을 보낸 적이 있어서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쉬는 시간이 끝났을 때, 이 시간 이후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일해야 할지를 계획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김범
-무언가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 편인 것 같다.

"정리하고 정돈된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간 작품을 대할 때 상황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 스스로도 정리를 못하고 여러 작품을 했던 것 같다. 작품들을 끝내 놓고 봤을 때 뭔가 즐겁고 행복한 기억도 있지만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 자체를 즐기지 못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너무 전속력으로 달리다 보니 주위 풍경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 느낌이다. 누구보다 예쁜 길을 걸었는데 전속력으로 달리다 보니 그 풍경을 즐기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 같아 시간 자체를 즐기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작품도 그렇고 어떤 시간을 보냄에 있어서도 소중히 생각하는 편이다."

-'로스쿨' 때 리더십이 남달랐다고 하더라.

"학생 역할을 맡은 배우들 사이에서 제가 제일 형이고 오빠였다. (김)명민이 형도 있고 (이)정은 선배도 있었지만 역할 자체가 리더십이 있는 역할이었고 실제로도 배우들 사이에서 제일 나이가 많아 처음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들었다. 이 친구들이 날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근데 전 그동안 너무나 좋은 형들과 누나들을 만났었다. 그들을 생각하며 그 친구들을 대했던 것 같다. 좋은 형이고 싶고 좋은 오빠이고 싶었다. 그 친구들도 활동적이고 스스럼없이 대해줘서 좋았다. 특히 명민이 형 같은 경우 '로스쿨'을 하면서 너무 많이 배웠다. 그에게 배운 거, 느낀 걸 그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전달해주고 싶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다면.

"특정한 역할이나 장르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저에게 다가오는 작품들에 대한 거부감이나 편견이 없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저에게 주어지는 작품들을 좀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특정한 역할이나 장르는 없는 것 같다. 물론 좀 더 새로운 장르나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예능에 대한 욕심은 없나.

"예능 자체를 또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요새 너무 많은 콘텐트가 있고 예능과 다큐 사이에 있는 듯한 콘텐트도 많다. 물론 저 역시 쉬면서 그런 콘텐트들을 많이 보는데 거기 나오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할 수 없는 재능과 노력을 하는 분들이다. 저는 재미를 주는 사람은 아니다. 매사 좀 진지해서 (이)동욱이 형이 재미없다고 뭐라고 한다. 스스로가 웃음을 주는 콘텐트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욕심은 없고 시청자로서 그 자체로 재밌게 즐기고 있다."

-'구미호뎐'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누구보다 좋아하는 작품이다. 여러분 못지않게, 팬분들 못지않게 좋아한다. 힘이 들 때, 집에 들어가서 힐링받고 싶을 때 '구미호뎐'을 본다. 정주행을 몇 번 더 했다. 제 연기에 대한 만족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들 자체가 좋았던 기억이라 자주 본다. 시즌2를 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어떤 얘기로 '구미호뎐'이 다시 시작될지 기다리고 있다. 너무 기대된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킹콩 by 스타쉽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