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가입자 보험료 산정 때
주택 관련 부채 공제 개정안
올 7월 시행에 반대 목소리
830만 가구 상당수 적용돼
공제 늘며 공단 재정악화
민원 폭주땐 업무마비 우려도
복지부 "예정대로 시행할것"
주택 관련 부채 공제 개정안
올 7월 시행에 반대 목소리
830만 가구 상당수 적용돼
공제 늘며 공단 재정악화
민원 폭주땐 업무마비 우려도
복지부 "예정대로 시행할것"

개정 건강보험법 72조는 지역가입자가 실거주 목적으로 일정 기준 이하의 주택을 사거나 빌리기 위해 대출을 받을 때 이를 보험료 부과 점수 산정에서 제외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산정되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소득과 재산(전월세, 자동차 포함)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받는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역가입자가 이 같은 혜택을 받으려면 대출 사실을 공단에 알려야 한다. 이때 공단은 대출 사실을 확인하고 대출 금액을 평가해 제외 여부를 결정한다. 복지부는 개정안의 시행 방안을 담은 건강보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7월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건보공단 측은 건보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0년 건보의 연간 보험료 수익(63조1114억원)에서 지역가입자에게서 걷힌 보험료(9조921억원) 비중은 14.4%였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지역가입자가 낸 보험료 가운데 전월세를 비롯한 재산에 부과된 보험료는 44.87%에 달했다. 절반에 가까운 지역가입자 보험료가 주택을 포함한 재산에서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개정안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지역가입자에게 부과되는 보험료가 크게 줄면서 건보 재정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지역건보에 가입돼 있는 830만가구 중 상당수가 주택 구입·임차 관련 빚을 지고 있을 것이라는 게 건보공단 측 입장이다.
건보공단의 재정 상황은 좋지 않다. 건보공단 부채 비율은 올해 100%에 이어 2023년에 112.8%, 2024년에 116.1%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더해 금융부채 없이 주택을 구입·임차한 이들이 제기할 형평성 문제, 대부 업체 등 제3금융권의 대출 자료 확인이 어렵다는 점 등도 향후 민원 급증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건보공단은 민원 폭증으로 인한 행정력 마비를 걱정하고 있다.
건보공단 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수백만 가구가 금융부채를 안고 있을 텐데 그 민원을 감당할 수 있는 조직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건보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에 개정안을 뒤집는 내용이 포함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2단계 개편 시점은 올해 하반기로 발표됐지만, 개정안은 7월에 시행될 예정인 만큼 관련 사항이 들어가면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원 증가 우려와 관련해서는 국회의 대체 입법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일정 가격 이하 주택이나 전월세에 대한 보험료의 기본공제를 확대하는 방향의 법 개정안이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상진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이후 복지위와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거쳐 2019년 10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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