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 국내 1호 '박사' 조영찬, "한국도 헬렌 켈러 나와야"

박민지 2022. 2. 2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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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찬(50)씨는 2007년 나사렛대학교에 입학해 지난 10일 15년 만에 박사학위를 땄다.

그는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석사 학위를 받았지만 일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했지만 늘 좌절이 따라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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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조영찬씨가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모습. 조영찬씨 제공

조영찬(50)씨는 2007년 나사렛대학교에 입학해 지난 10일 15년 만에 박사학위를 땄다. 그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시청각장애인으로, 국내 시청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박사학위(신학)를 취득했다.

조씨는 2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시청각장애인’ 대신 자신이 직접 만든 단어 ‘삼관인(三官人)’으로 불러 줄 것을 청했다.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5개의 감각기관(五官) 중 3가지 감각은 갖고 있다는 의미다. 조씨는 “살면서 ‘무엇이 없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조씨 아내가 점자단말기로 변환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조씨는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라고 말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은 대부분 안마사 일을 하지만 난 청각장애도 있어 손님과 소통할 수조차 없었다”며 “음성 소통은 어렵지만 ‘점자’라는 언어가 있기 때문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부를 시작했지만 연구할 수 있는 분야는 제한적이었다.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구대상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에게는 불가능했다. 자신의 의식을 연구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신학 전공자인 조씨는 시청각장애인으로서 언어를 통해 어떻게 하나님을 인식하는지 연구했다. 2017년부터 박사학위 준비에 매진해 5년 만에 학위를 얻었다.

그는 “공부하는 시간보다 공부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에 쏟는 과정이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조씨는 “도서관에는 늘 책이 쌓여 있지만 내가 활용할 수는 없었다”며 “모든 책을 한글 파일로 글자화한 다음 다시 점자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아내를 포함해 학교 직원들이 총동원됐다. 특히 아내는 박사 과정 내내 한글 파일을 만들고 오타를 검수하면서 남편의 꿈을 지지했다.

조씨에게 ‘좌절’은 늘 곁에 있는 존재였다. 그는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석사 학위를 받았지만 일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했지만 늘 좌절이 따라왔다”고 말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래서 해결될 건 아무것도 없다’고 다잡으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꿈’이다. 그는 “한국에도 헬렌 켈러와 그의 스승 설리번이 나올 때가 됐다”며 “달팽이처럼 느린 걸음을 걷지만 꾸준히, 끝까지 걸어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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