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의 한 묘목 농원 직원들이 묘목을 차량에 싣고 있다.  옥천군  제공
충북 옥천의 한 묘목 농원 직원들이 묘목을 차량에 싣고 있다. 옥천군 제공
3월 초부터 시작되는 나무심기철을 앞두고 유실수 묘목을 심어야 하는 과수 농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 겨울 한파로 당시 안 좋았던 묘목 작황이 지금 영향을 미쳐 묘목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1년 전 한파로 묘목 출하 급감

묘목 품귀에 가격 껑충…과수농가 '시름'
21일 충북 옥천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파로 추위에 약한 묘목의 생산량이 급감한 데다 생산 면적까지 감소하면서 묘목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옥천군은 전국 최대 묘목 생산·유통지역 중 한 곳이다. 식목철이면 옥천군 이원면 일대에는 전국의 묘목 도매상과 농민 7만 명 이상이 찾는다.

요즘 옥천묘목유통센터에서는 지난해 1~2월 냉해 발생 후 1년이 지난 일부 유실수 묘목을 전년 동기 대비 25%에서 많게는 두 배 가까이 인상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접목한 지 2~3년 된 사과나무 묘목 한 그루는 작년 8000원에서 올해 1만5000원으로 87.5% 올랐다.

감나무 묘목은 7000원에서 1만원으로 42.8%, 캠벨 품종 포도 묘목은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25.0% 뛰었다. 샤인머스캣 접목 1년생(시세 1만2000원)과 접목하지 않은 실생(시세 3000원)도 지난해보다 각각 20% 이상 상승했다.

묘목 가격이 이처럼 오른 데에는 1년 전 겨울 불어닥친 한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접붙인 7~10㎝ 길이의 가지는 1년 뒤 150~200㎝까지 자라면 시장에 유통된다.

묘목농가는 봄 식목철 시장에 내놓기 위해 1~2년 전부터 좋은 품종의 가지를 접붙이는 작업을 한다. 전년도 작황이 이듬해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다. 작년 1월엔 최저기온이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지는 혹한이 발생한 데 이어 2월에도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으로 떨어졌다.

농촌 고령화로 생산 단가 올라

생산 농가와 식재 면적 감소는 묘목 가격 인상을 불러온 추세적·구조적 요인이다. 옥천에서는 한 해 200여 종 1400만 주의 유실수를 생산한다. 이런 가운데 옥천의 생산 농가와 면적은 2018년 151곳, 236만㎡에서 2020년 116곳, 182만㎡로 농가 수는 23.1%, 면적은 22.8% 감소했다.

생산 농가와 면적 감소는 지역 인구 감소 및 고령화와 연관이 깊다. 옥천 인구는 지난 10일 기준 4만9991명으로 전달(5만20명)보다 29명 줄면서 5만 명이 붕괴됐다. 생산 농가의 고령화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 비용 증가도 묘목 가격이 오른 원인으로 분석된다.

묘목 가격 상승세는 21일 본격 개장한 나무시장에 점차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산림조합중앙회는 봄철 나무심기 기간을 맞아 이날부터 오는 4월까지 ‘산림조합 푸른장터 나무시장’ 124곳을 순차적으로 열 예정이다.

이날 개장한 전국 최대 묘목 생산지인 경북 경산 묘목시장의 경우 감, 밤, 무화과 등이 생산량 저조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열풍이 일고 있는 샤인머스캣 포도 묘목은 수요 증가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오르는 등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다만 사과, 포도, 감나무를 제외한 나머지 유실수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옥천에서는 배나무 묘목 6000원, 복숭아 5000원, 대추는 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산림조합중앙회 관계자는 “아직 전국적으로는 품종별 가격이 본격 형성되지 않았지만 나무시장에서 거래가 활성화하는 1~2주 뒤에는 과실수 가격 인상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천=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