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해설위원, 모두 제 본캐죠"..박재민, 열정의 궤적[인터뷰S]

장진리 기자 2022. 2. 20.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박재민. 제공| KBS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프로 챌린저'. 박재민의 SNS 아이디이기도 한 이 이름은 박재민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단어다. 배우이자 만능 스포츠맨으로 알려진 그는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무용예술학부 겸임교수이자 대한스키협회 스노보드 심판위원장이고, 한국 3X3농구연맹 이사이기도 하다. 2018 평창올림픽에 이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도 스노보드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며 '공감의 해설'로 주목받았다.

박재민은 정작 이런 주목과 관심이 얼떨떨하다고 했다. 스포티비뉴스와 전화로 만난 그는 "사실 이런 관심이 감사하긴 하지만 놀랍다"며 "평창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인데, 준비를 더 많이 했다. 기대하지 못했던 반응도 함께 따라와 감사할 뿐이다"라고 수줍게 웃었다.

KBS 스노보드 전 종목 해설을 맡은 박재민은 선수들의 TMI를 대방출하며 경기를 보는 재미를 높이는가 하면, 에너지 넘치는 해설과 진행으로 힘을 더했다. 매 선수마다 맞춤형 해설은 물론, 평소 자신의 가치관을 담은 진심어린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선사했다.

특히 헝가리 역사상 첫 번째로 스노보드 선수로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카밀라 코즈바크가 늘 연속혈당측정기를 장착해야 하는 1형 당뇨 투병 중에도 올림픽에 도전하며 '운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다'고 한 사연, 출산 이후 은퇴까지 했던 슬로베니아 국가대표 글로리아 코트니크가 경력 단절을 이기고 돌아와 자신의 최고 기량으로 동메달을 목에 건 후 "대한민국의 어머지들이 아이를 출산하면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지 않느냐"라며 "이제 시작하셔도 된다. 늦지 않았다"라고 목놓아 외친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을 눈물 흘리게 했다.

이런 해설은 평소 박재민의 가치관과 생각에서 비롯됐다. "정말 조심스럽다"라면서도 "제 해설이 큰 울림이 됐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너무 고맙고 감사하지만 먹먹하다고 해야 할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박재민은 "경력단절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는 게 안타깝고,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경력단절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너무 먹먹하다. 제 가까운 사촌누나 역시도 아이를 낳고 (회사에) 복귀하지 못했다. 요즘 100세 인생이라고 하는데, 일을 단 10년만 한 거다. 이건 굉장히 생각해볼만하고, 또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사회 문제"라고 했다.

한국 스노보드 미래로 불리는 이채운은 이번 겨울올림픽을 통해 박재민 1호 장학생이라는 뒷이야기가 공개됐다. 박재민은 해설을 하던 중 이채운의 뛰어난 경기에 감격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당초 박재민은 이채운에게 장학금을 주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공개하지 않은 상태였다. 해설을 준비하던 박재민은 KBS PD와 "(이)채운이를 아낀다"는 얘기를 하다 장학금 얘기를 하게 됐고, KBS PD가 중계 도중 이채운을 '박재민 1호 장학생'이라고 소개를 하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 겨울올림픽 해설 중인 박재민. 제공| 에스팀

박재민은 "이채운은 제 장학금을 받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 사실 장학금을 받으면 주변에서 그 선수가 오해를 받는 경우가 생긴다. 익명 장학금이었는데 공개돼서 민망하고 조심스럽기도 하고, 이채운 선수는 절대 몰랐다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라고 했다.

박재민은 장학금에 대해 "저도 스노보드 선수 생활을 한 20년 가까이 했고, 1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서 장비를 사서 시합에 나갔다. 돈이 정말 많이 드는 스포츠라는 걸 알고 있다. 장비도 비싼데다 수준급의 국제 경쟁력을 가지려면 해외에 자주 나가야 하고, 그러면 선수들 부모님 등골이 휜다. 제가 스노보드 심판이자 심판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부여받았을 때 '스노보드로 돈을 벌게 되면 무조건 후배들한테 돌려주자'라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혹시 돈을 벌지 못하게 되면 다른 곳에서 벌었던 돈을 후배들한테 투자를 하자'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올해까지 몇명의 선수가 익명으로 장학금을 받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박재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시작된 후 장학금을 마련, 익명으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자신의 사비로 장학금 전액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기업 후원 등을 받지 않을 생각이라고도 했다.

그는 "저도 개인 사비이고, 프리랜서다 보니 월 수익에 오르내림이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항상 내림이다. 제가 부담을 느낄 정도라면 선수들의 부모님들은 더 힘든 상황을 겪고 있었을 거다. 선수들에게는 투자,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친구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나서 통장 잔고가 20만원, 30만 원 정도 남은 적도 있었다. 끝까지 지속 못할까봐 걱정인 거지 다른 걱정은 없다. 물론 기업들의 후원을 받으면 좋겠지만, 선수들이 공개가 되고, 기업이 원하는 게 생기면 취지가 바뀔 수 있다"라고 계속 사비로 자신의 장학금을 유지하고, 힘이 닿는 한 장학금의 규모도 늘리겠다고 했다.

▲ 박재민. 제공| 에스팀

몸은 하나인데, 수십가지의 일을 해내는 박재민은 올해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 마지막 학기를 이어간다. 다만 어느 것 하나 '부캐'가 아니라 모두 '본캐'다. 배우도, 해설위원도, 심판도, 교수도 허투루 하고 싶지 않다는 게 그의 각오다.

박재민의 놀라운 열정의 궤적을 이어가게 하는 동력은 바로 재미다. 춤, 스노보드, 농구 등 지금의 박재민을 만든 것들은 모두 취미생활에서 시작했다. "성공할 수 있겠는데? 재능이 있는데? 돈 벌 수 있겠는데? 라고 접근한 건 하나도 없다"는 박재민은 "재밌는 걸 하다 보니 밤새서 해도 지치지 않고 질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1만 시간의 법칙을 채우게 됐고,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을 한 것 같다"라고 했다.

올해는 박재민의 '배우 본캐'도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재민은 "찍어놨던 영화들이 개봉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올해 꼭 코로나19가 극복돼서 올림픽으로 느꼈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스포츠로 세계평화도 이룰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