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넘어 소통으로 마주한다면

김지환 기자 입력 2022. 2. 19. 10:20 수정 2022. 2.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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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베이징올림픽 계기로 뚜렷해진 반중 정서
한중 간 새 ‘마주침의 장’ 만드는 시도 이어가야

지난 2월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세계인의 축제여야 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한국사회에선 되레 반중 정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올림픽 개막식 때부터 논란이 불거졌다.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이 입고 나온 한복을 두고 한국 정치권에서 ‘문화공정’이라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이후 쇼트트랙 경기 편파판정 논란은 반중 정서에 불을 붙였다. 한중 양국 모두에 쇼트트랙이 ‘메달밭’이었던 만큼 양국의 반응은 더 격렬했다.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황대헌 선수의 인스타그램 댓글창에선 양국 누리꾼들이 격돌했다. 한국의 온라인상에선 ‘착짱죽짱(착한 중국인은 죽은 중국인뿐)’이라는 혐중 표현이 다시 퍼지기도 했다.

베이징올림픽이 강력한 반중 정서 확산의 방아쇠가 되긴 했지만, 그 이전부터 한국사회엔 광범위한 반중 정서가 깔려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뚜렷한 반중 정서로 이어졌을까. 황사·미세먼지, 코로나19,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역사갈등, 중국의 패권주의적 태도, 중국의 경제적 부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타적 민족주의 성향을 띠는 양국 누리꾼들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추는 언론의 보도 태도, 대선 시기 반중 정서에 편승해 표를 얻으려는 정치권의 행태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중장년층보다 청년세대에서 반중 정서가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중 정서가 ‘중국 정부=중국인’이라는 잘못된 프레임을 통해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도 물론 있다. 56개 민족, 14억 인구로 구성된 중국을 뭉뚱그려진 하나의 실체로 간주하는 것은 현실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게으른 태도라는 것이다. 중국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나라를 평등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중국인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포착하고 연대할 수 있는 ‘마주침의 장’을 만드는 시도를 특히 양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갈수록 뚜렷해지는 반중 정서

최근 각종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중국 비호감도는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의 신기욱 교수 연구팀이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지난 1월 17~30일 한국인 10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한국인의 중국 호감도가 100점 만점에 26.5점이었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30.7점)보다 낮은 수치였다. 미국 호감도는 69.1%였다.

동아시아연구원이 지난해 8~9월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일본 호감도의 반토막 수준인 10.7%였다. 중국의 인상이 좋지 않은 이유로는 “사드 보복 등 중국의 강압적 행동”이 65.2%로 가장 높았다. “한국을 존중하지 않으므로”(43.8%), “일당 지배 체제이기 때문에”(31.9%), “중국 정치 지도자의 언행에 호감을 갖지 않고 있기 때문”(25.6%), “역사갈등이 있기 때문”(23.3%), “군사적 위협 때문”(9.5%) 등이 뒤를 이었다. 황사·미세먼지, 코로나19 등도 한국인들의 반중 정서에 영향을 끼친 요인으로 꼽힌다. 더 우려스러운 건 중국 호감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시아연구원의 2019년 조사에선 호감도가 22.2%, 2020년 조사에선 16.3%였다.

홍콩 영화, <삼국지>·<수호지>, 중국 무협지 등을 접하며 자라온 직장인 신모씨(41)는 중국을 한때 ‘낭만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미국 등 기존 강대국들의 ‘오리엔탈리즘’으로 여겼다. 시진핑 주석 체제의 중국이 ‘1인 절대적 권위주의 체제’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중국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했다.

이렇게 달라진 중국에 대한 감정을 상징하는 인물이 그에겐 장이머우 감독이다. 장 감독은 <붉은 수수밭>, <인생>, <홍등> 등의 걸작을 만든, 중국의 대표적인 거장이다. 그는 “장 감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때 우리까지 포함한 동아시아 예술과 미학이 인정받았다고 생각해 기뻤다. 하지만 거장의 극적인 변화는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식·폐막식 연출 때 드러났다. 중국 체제의 프로파간다를 효과적으로 전하는 선전가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더 논란을 빚었다. 시진핑 체제 아래에서 하나된 중국의 힘과 미래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소수민족과 민중은 하나의 부속으로 전락한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베이징에 사는 중국 청년들이 준비한 실패청년파티 홍보 포스터 / 출판사 ‘빨간소금’ 제공


■청년세대의 반중 정서 강화

청년세대의 반중 정서가 중장년세대에 비해 더 뚜렷하고 강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가 지난해 11월 석사과정 학생인 김명준·김준호씨와 함께 현대중국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한국 청년세대의 온라인 반중 정서의 현황’ 발표문을 보면, 한국 청년의 중국 호감도는 2.14점(1에 가까울수록 비호감, 5에 가까울수록 호감),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2.83점이었다. 이 수치는 하 교수팀이 2018년 한·중·일 대학생 4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포함된 내용이다. 한국 청년세대는 두 나라에 모두 부정적 정서를 가지고 있지만, 중국보다는 일본에 더 우호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의 이유로는 “(교양 없는) 중국인”이 48.2%로 가장 높았고 “독재와 인권탄압”(21.9%),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외교문제” 등이 뒤를 이었다. 호감의 주요 이유로는 “중국에 대한 단순한 관심”(41.4%)을 첫 번째로 꼽았다.

일본에 대한 비호감 이유는 “역사문제(위안부·일제강점기)”(79.7%)가 가장 높았다. 호감의 이유는 “선진적인 시민의식”(40.1%), “애니메이션”(29%) 등이었다. 한국 청년들이 일본에 대해선 일본 정부와 일본 시민을 분리해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하 교수는 “중국은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이 모두 중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라며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은 사실상 분리되지 않는다. 이는 한국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중국인들의 이미지가 ‘국가의 주장에 동조하는 애국주의자’라는 단편적 형태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청년세대의 이 같은 인식은 향후 반중 정서 해결이 일본에 비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청년세대의 반중 정서가 뚜렷한 건 중장년세대에 비해 중국의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어서다. 장정아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의 말이다. “한국 기성세대는 중국의 고전이나 전통문화, 역사에 대한 관심·이해가 높다. 하지만 현재 젊은 세대는 중국 젊은 세대와 공동의 기억이나 중국 고전·역사에 대한 관심·이해가 기성세대만큼 보편적이지 않다. 서로의 역사나 문화를 오랜 기간 접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적은 상태에서 문화·역사 갈등이 등장하면 서로 냉철하게 마주보고 토론하기가 어렵다.”

한·중·일 3국의 교육 협력 사업인 ‘캠퍼스아시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동서대 캠퍼스아시아학과 김아현씨(24)는 “중국에 관심이 있어 중국 드라마나 예능을 찾아본다. 한류 콘텐츠가 강하다 보니 다른 친구들은 중국을 문화적으로 체험할 기회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게임에서의 경험도 청년세대 반중 정서의 요인으로 꼽힌다. 게임을 즐겼던 직장인 진모씨(32)는 고등학교 시절 황당한 경험을 했다. 200만원가량의 현금가치가 있는 아이템들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게임회사는 진씨에게 중국의 해킹 때문에 아이템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킹뿐 아니라 중국 유저들의 불법 프로그램(핵) 사용도 자주 경험했다. 예를 들어 슈팅 게임을 할 때 조준경을 사용하는데 움직이고 뛰고 하다 보면 조준이 흐트러진다. 하지만 핵을 쓰면 자동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 중국인들은 ‘게임을 게임답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최근 한복 논란을 이해하려면 청년층의 서브컬처(하위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짚었다. 중국 내 소수민족들은 그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포함한 주요 국가 행사에서 민족의 복장을 입고 참여해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조선족이 한복을 입고 개막식에 참석했다. 당시엔 한복의 등장이 국내에서 논란으로 번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왜 논란으로 번졌을까.

하 교수의 말이다. “한복 논란은 조금 더 들여다보면 서브컬처와도 관련이 있다. 소년들의 사랑을 뜻하는 BL(Boys Love) 장르를 다루는 중국의 유명 그림 작가가 2020년 말 고대 의상 스타일을 현대화한 이미지로 만들어 트위터에 올렸다. 이 이미지에 갓을 쓴 남성의 모습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한국 네티즌들이 왜 한국의 갓을 갖다쓰냐고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자 중국 네티즌들이 한복은 중국 전통 의상이라고 맞선 일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 게임회사가 ‘샤이닝 니키’라는 모바일 게임을 한국 시장에 ‘론칭’하면서 한복 아이템을 출시하려 했다. 그런데 중국 네티즌들이 와서 한복이 중국의 옷이라고 하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중국 회사는 한국에서의 게임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한복공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렇게 서브컬처에서 시작된 것이 10~20대 사이에서 확 퍼졌다.”

중국의 굴기에 대한 불안감이 청년세대의 반중 정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김유익 재중문화교류활동가의 말이다. “청년세대의 반중 감정은 이들이 가진 이념과 중국이라는 가부장적 권위주의 독재국가의 이미지가 충돌하거나 중국의 굴기가 미래 한국의 밥그릇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복, 김치, 쇼트트랙은 이런 불만과 불안감을 자극한 방아쇠일 뿐이다. 한복과 김치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요소들이 한국이 자랑하는 K컬처의 은유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봐야 한다. K컬처는 현재와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기도 하다. 중국몽 중의 하나는 중국문화의 수출이다. 한국인들이 현재의 상대적 우위에도 중국이 경쟁 상대로 부상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전태일 평전>의 중국어판 표지(왼쪽)와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의 중국어판 표지 / 출판사 ‘빨간소금’ 제공

■언론의 반중 정서 편승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주의 성향을 띤 중국의 누리꾼 ‘샤오펀훙’과 한국의 극우 누리꾼들 간 설전을 언론이 주목해 보도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서대 캠퍼스아시아학과 이아름씨(22)는 “언론이 양국의 과열된 의견을 기사나 영상으로 만들면서 감정을 더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며 “제목을 더 자극적으로 달아 읽도록 하고, 그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SNS에 스크랩해 올리면서 서로 싸우는 현상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김아현씨는 “극단적인 유튜버들도 문제다. MZ세대에게 유튜브는 사실상 언론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에는 기자도 있겠지만 기자가 아닌 사람들이 더 많다”고 짚었다.

김치 논란도 양국 언론이 빚어낸 ‘해프닝’에 가깝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020년 11월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인증을 받았다는 <중국시장감관보>를 자사의 바이두 계정에 올리면서 “김치 종주국 한국의 굴욕”이라는 메시지를 달았다. 이후 이 소식이 한국에 전해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언론개혁시민대는 지난해 발표한 ‘언론에 의한 중국(인) 혐오 증폭과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과제’에서 “애초 ISO는 파오차이의 국제표준을 인정하면서 김치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알렸다. 조금만 확인해봐도 논란이 될 여지는 없었다”며 “자국 내 반한 감정을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환구시보의 메시지를 국내 언론이 검증 없이 퍼나르면서 파장이 커졌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학 입시인 가오카오를 치르는 학생들 / 출판사 ‘책과함께’ 제공

■국경은 경계가 아닌 새로운 마주침의 공간

한국 대학들이 중국 유학생들을 대거 유치하면서 한중 청년세대 간 접점이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지만 반중 정서 약화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이아름씨는 “중국 학생과 과제를 같이하게 됐는데 그가 이기적인 행동을 해서 화가 났다는 친구도 있었다. 개인적 경험에 불과하기 때문에 반중 정서의 확실한 이유라고 단정할 순 없다”면서도 “이런 개인적 감정과 한복 논란 등이 계속 쌓이다 보니까 청년세대에서 반중 정서가 강해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마주침을 양국 청년들이 소통·연대하는 새로운 마주침으로 바꿔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중국’의 입체적인 모습을 계속 드러내야 한다. 중국 관영매체를 통해선 중국을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로 만들려는 저항의 흐름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인은 국가의 주장에 동조하는 애국주의자라는 편견이 강해진다. 결국 잘 보이지 않았던, 중국 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면 한국의 시민사회가 나서야 한다.

플랫폼C 활동가 홍명교씨가 지난해 8월 펴낸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는 중국인들과 연대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다. 2018년 3월 베이징으로 떠난 홍씨는 “중국공산당이 원하는 ‘삼호학생(사상과 품성이 좋고, 공부를 잘하고, 건강한 학생)’의 길을 따르거나 취업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노동자와 함께하는 길을 택한” 청년들과 교류한 이야기를 기행문 형식으로 풀어냈다. “우리는 한국을 화두로 대화를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의 진보적 학생들은 한국의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나 노동자운동에 관한 책과 영화로부터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과 구해근의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의 중국어 번역본을 대학생과 활동가가 많이 읽는다.”

홍씨는 책에서 “자신의 실패담을 공유하고 함께 떠들고 함께 좌절하고, 이 ‘뭣 같은 세상’에서 무엇을 도모할 수 있을지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베이징 실패청년파티에 참여한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홍씨는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강화되는 반중 정서와 다른 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중 시민 공동성명을 준비 중이다. 그는 “애국주의적 흐름에 매몰되지 않고 양국 시민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한다”며 “양국 사람들이 양극화·취업난 등 다르지 않은 문제를 겪는다는 걸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연구자들도 소수민족을 억압하고 패권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중국 정부는 단호하게 비판하되, ‘중국’을 중국 정부와 등치시키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을 말할 때 어떤 중국을 말하는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이들은 중국은 하나의 뭉뚱그려진 실체가 아니므로 친중·반중이라는 말도 애당초 성립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한중 청년들의 마주침의 현장을 기록한 <문턱의 청년들>을 엮어낸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한국과 중국의 청년들이 상호 간의 편견과 반목을 넘어 인류 보편의 가치를 도모하고 기후재난, 혐오, 불평등, 신냉전 등 전 지구적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 중심적 세계관과 거리를 두고, 각자가 발 딛고 선 현장의 공통성과 연결성에 시선이 가닿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정아 교수의 말이다. “‘반중 정서’ 또는 ‘혐중 정서’라는 용어들은 얼마나 정확한 현실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이라는 표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차이가 뭉뚱그려지고 가려지고 왜곡되고 있을까. 그 중국은 어떤 중국이고, 한국인들 속 다양한 인식의 차이는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가. 이 고민은 ‘중국’이라는 대상을 역사적으로나 담론적으로나 끊임없이 복수화(複數化)하며 새로운 위상학 속에서 바라보려는 노력과 이어져야 한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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