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픽] NFT 놀면서 돈 버는 자산 혁명..거품과 복제 사기 주의해야

박일근 입력 2022. 2. 16. 16:00 수정 2022. 2. 17.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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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자산 등기부등본 NFT 열풍
가격 거품에 가짜 NFT 사기도 판쳐
기회 놓칠까봐 묻지마 투자는 금물
편집자주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박일근 논설위원이 살아 숨쉬는 우리 경제의 산업 현장과 부동산 시장을 직접 찾아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액시 인피니티 홈페이지

‘놀면서 돈 벌 순 없을까.’

누구나 한 번쯤 해 보는 생각이다.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이미 게임 세상에선 현실이다. 포켓몬을 닮은 가상 동물 캐릭터로 전투를 벌이는 ‘액시 인피니티’가 대표적 예다. 이 게임은 자신이 보유한 액시 캐릭터가 이길 경우 가상화폐를 받을 수 있고 이를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할 수도 있다. 특정 유전자를 교배, 더 강한 액시를 키워 팔 수도 있다. 남들에겐 없는 자신만의 희귀 아이템을 갖고 싶은 욕망까지 자극하며 무려 82만 달러(약 10억 원)에 거래된 액시도 있다. 필리핀에서는 이 게임으로 월 10만 원 안팎의 수익을 올리며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도 적잖다. 1년 전 3만 명에도 못 미쳤던 액시 소유자는 1년 만에 300여만 명으로 폭증했다.

필리핀 사람들이 지난해 12월 마닐라 근교 마을 골목에서 NFT 게임을 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코로나19로 생계가 막막해진 이들 중 게임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는 액시 인피니티 게임으로 생계를 잇는 이들도 적잖다. 마닐라=AFP 연합뉴스

게임 아이템을 사고파는 건 이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복제나 도용에 대한 우려가 거래의 발목을 잡았다. 엔씨소프트가 내 놓은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의 ‘집행검’처럼 수억 원에 팔리는 아이템을 다른 게임에선 쓸 수 없다는 불만도 컸다. 더구나 게임 서비스가 돌연 중단되면 그동안 애써 모은 아이템은 한순간 물거품이 된다.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NFT(Non-Fungible Token)다.

‘대체 불가 토큰’이란 뜻의 NFT는 디지털 자산의 원본 소유권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증표다. 복제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발행 시 고유번호와 이름, 날짜, 거래 내용 등이 메타데이터로 기록된다. 게임 아이템뿐 아니라 유무형의 자산은 모두 NFT로 발행할 수 있다. 누가 주인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 디지털 세계의 등기부등본이 생긴 셈이다.

인터넷 정보혁명→NFT 자산혁명
박수용 서강대 교수

전문가들은 NFT가 미래 자산의 개념을 바꿔놓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수용 서강대 교수는 “그동안 현실 세계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쳤던 디지털 세상이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를 거치고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현실 세계의 모든 게 디지털 세상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NFT가 디지털 자산도 믿고 거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록체인 지갑 스타트업 디센트의 유민호 최고전략책임자도 “인터넷이 오프라인 세상의 정보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으면서 정보의 혁명을 이끈 것처럼 NFT가 자산의 혁명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NFT는 ‘디지털 가상 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Universe)에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는 엄정현 디비전네트워크 대표는 “점점 확장되고 있는 메타버스와 NFT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메타버스에서 아바타와 아이템 등 디지털 자산을 만들어 올리거나 사고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줄 소유권 증명, 즉 NFT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아티스트 비플의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 지난해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에 거래됐다. AFP 연합뉴스

이미 NFT는 게임을 넘어 미술품과 디지털 아트, 연예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화두가 된 상태다. 소장품에 대한 소유권 증명이 중요한 분야라는 공통점이 있다.

BAYC 커뮤니티의 진화 주목
BAYC 홈페이지

NFT가 디지털 자산으로 떠오르며 2030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실 NFT의 가치는 이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고 얼마나 열성적이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지루한 유인원들의 요트 클럽’이란 BAYC(Bored Ape Yacht Club) 커뮤니티다. NFT 자료 제공 사이트인 논펀저블닷컴에 따르면 지금까지 누적 거래액이 가장 큰 NFT 프로젝트(게임 제외)가 바로 BAYC다. 거래액은 24억5,000만 달러(약 3조 원)를 돌파했다. 개발사 유가랩스가 지난해 4월 출시한 BYAC는 1만 개의 유인원 얼굴 그림 파일 NFT. 세계적 스타 저스틴 비버, 귀네스 팰트로, 스테판 커리 등이 수억 원을 주고 이 파일의 소유자가 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으로 쓰며 유명세를 탔다.

BAYC 캐릭터들

그림 파일 하나 가격으론 비쌀 수 있지만 BAYC가 가치관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구성원만 들어갈 수 없는 상류 사회 입장권으로 진화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원들만 참석할 수 있는 오프라인 파티 등도 활발하다. 특히 BAYC 소유자는 지식재산권도 인정받아 디자인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자신이 보유한 BAYC 캐릭터를 활용, 게임이나 음악 앨범, 소설을 내 놓는 이들도 있다. 가상 세계의 스타가 되는 셈이다. 강아지나 돌연변이 유인원 등 추가 NFT 컬렉션을 BAYC 소유자에게만 1대 1로 무료 지급하는 점도 흥미롭다. 이렇게 받은 추가 NFT 가격이 오르면 수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BAYC 가격이 나날이 오르고, 그럼에도 BAYC 소유자가 되려는 이들이 적잖은 이유다.

최대 NFT 거래소 오픈시
크립토펑크 캐릭터들

사실 NFT 커뮤니티의 원조는 크립토펑크(Cryptopunks)다. 2017년 라바랩스가 내 놓은 크립토펑크는 최초의 프로필 사진(PFP) NFT란 역사성을 인정받으면서 이미 부르는 게 값이다. 24x24의 픽셀로 만들어진 총 1만 개의 크립토펑크 중 #5822는 지난 12일 2,370만 달러(약 285억 원)라는 사상 최고가로 거래됐다.

NFT 광풍이 불면서 NFT를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도 뜨겁다. 가상자산 데이터 사이트 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시(OpenSea)의 거래량은 지난해 1월 9,600만 달러에서 지난달 21억1,600만 달러로, 1년 만에 22배나 늘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조차 NFT 거래소 설립을 추진할 정도다.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시'에 올라온 NFT.
너도나도 뛰어드는 기업

일각에선 NFT의 부상을 초기 인터넷과 비교하며 NFT 산업이 차세대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디지털 산업과 콘텐츠 문화 강국인 우리나라는 NFT에 유리한 여건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NFT 커뮤니티의 소속감과 열정은 팬클럽의 특성과 일맥상통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는 물론 SM, JYP, YG엔터테인먼트도 NFT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열성 팬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선 일반 기업들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면서 NFT 사업을 안 하는 기업을 찾기 힘들다. MS가 글로벌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정보기술 업계 사상 최대인 687억 달러(약 82조 원)에 인수한 것도 메타버스와 NFT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우리 기업들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인 미 라스베이거스 CES 행사장에서 TV로 NFT 콘텐츠를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LG전자도 NFT 플랫폼을 탑재한 제품을 내놨다. SK텔레콤과 KT 등 통신기업들은 물론 KB국민과 신한 등 은행들도 NFT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NFT를 신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자회사 스노우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는 계열사 ‘그라운드X’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띄우고 디지털 아트 NFT 시장에 나섰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는 지난해 11월 NFT 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 팬은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 놨다. 사진은 BTS의 3월 서울 콘서트 예고 포스터. 빅히트뮤직 제공
NFT 가치 산정 기준 없어

이런 NFT의 성장세를 보면 또다시 '벼락 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 당장 뭐라도 사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냔 공포감(Fear Of Missing Out)마저 생긴다. 그러나 묻지마 투자는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아직 불확실성이 커 미래를 예단하기 힘들다. NFT는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딘 상태다.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도 있지만 거품이 꺼지며 신기루로 끝날 수도 있다. 기회인 것도 분명하지만 수많은 NFT 프로젝트와 컬렉션 가운데 과연 무엇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NFT 거래소엔 크립토펑크와 BAYC를 모방한 수많은 고양이, 원숭이, 사자, 토끼 캐릭터와 컬렉션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NFT 광풍이 한풀 꺽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논펀저블닷컴에 따르면 NFT 주간 판매액은 지난해 8월 17억9,0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급락, 최근엔 5억 달러 안팎이다. 대부분의 NFT가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가상화폐 시세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다.

지난 1년간 NFT 주간 판매액 추이.
돌연 잠적 '러그풀' 당하기도

가치 산정과 평가의 기준도 분명하지 않다. 한때의 유행으로 가격이 치솟을 수 있지만 그 반대엔 팔지 못할 수도 있다. 자전 거래를 통해 가격에 거품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먹튀도 없잖다. '캣슬'이란 이름의 NFT 프로젝트는 '러그풀' 사례로 꼽힌다. 양탄자(Rug)를 잡아당기면(Pull) 그 위에 있던 사람들은 넘어질 수밖에 없다. 캣슬은 1만 마리의 각기 다른 고양이 NFT를 구매하면 매일 킷(Kit)이라는 물고기를 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았지만 갑자기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잠적했다. 5만 원까지 치솟았던 캣슬 NFT 가격은 10분의1 수준으로 추락했다.

복제 불가 믿음 깨져, 거래소 폐쇄도

무엇보다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믿음에도 금이 가고 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첫 트윗을 판 NFT 거래소 '센트'의 창업자 캐머런 헤자지는 7일 자사를 통한 NFT 매매를 중단시켰다. 원소유자가 아닌 데도 NFT를 매물로 내 놓거나 복제해 파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게 폐쇄 이유다. 불법 위조 디지털 자산이 기승을 부려 문제의 계정을 정지시켰지만 '두더지 잡기'처럼 다른 계정이 더 생겨나자 아예 문을 닫은 것이다.

엄정현 디비전네크워크 대표

오픈시에서도 공짜 NFT의 상당수가 표절이거나 위조, 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록체인 데이터 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화폐 사기 범죄 피해액은 77억 달러(약 9조2,000억 원)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엄 대표는 “사람들이 NFT는 복제가 불가능하다고 믿어 확인을 안 한다는 걸 역이용해 허술한 가짜 NFT를 올려 파는 사기도 많다”며 “반드시 원본과 소유자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NFT 시장 규모 순위
법적 보호 못 받아, 제도 시급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가상화폐는 제도권에서도 법적인 지위를 인정받아 내년부터 과세된다. 그러나 NFT에 대해선 아직 정확한 정의도 없고 과세 방안 등이 논의된 것도 없다. 만약 가상화폐에서 번 돈을 NFT로 옮기면 세금을 피할 수 있는 구멍도 뚫려 있다. 검은돈 세탁이나 불법 상속 증여 등에 악용될 소지도 없잖다.

우리나라 게임물등급위원회는 현행 게임법에 따라 P2E 게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NFT의 소유권과 저작권이 다른 경우도 많고 분쟁 시 어느 나라 법을 따라야 할지도 결정된 게 없다.

유민호 디센트 최고전략책임자

유 이사는 “NFT 매매 이외에도 NFT를 직접 발행(민팅)하거나 관련 가상화폐에 간접 투자하는 등 다양한 접근법이 있는 만큼 우선 공부를 한 뒤 투자를 검토하는 게 순서”라며 “’소유의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옥석을 가릴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탈중앙화를 표방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과 시대 분위기를 감안하면 국가가 나서 간섭하거나 통제하는 건 효과적이지 않은 만큼 자율 규제와 자정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엄 대표는 “아직 초창기인 만큼 우려되는 부분이 많고 거품도 있지만 이미 세계적 흐름이 NFT와 메타버스, 웹 3.0 시대로 가고 있는 것까지 부인할 순 없다”며 “NFT를 법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과세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건전한 NFT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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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근 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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