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발맞춰 기존보다 높은 금리를 앞세운 예·적금 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 일부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혜택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역차별 불만’이 되려 커지고 있다.

정부 장려금과 비과세 혜택 등을 합쳐 최대 연 9%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청년희망적금’이 최근 청년층에서 화제인데, 소득 기준이 있다 보니 일부 청년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 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시중 은행의 주요 예·적금 상품이 급여 이체 등의 조건을 충족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세전 최고 금리가 2% 후반대에 그치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보니 정보를 공유하며 친구와 가족에게 가입을 독려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가입 문턱이 있다. 작년 총급여 3600만원 이하인 만 18~34세만 가입할 수 있다. 소득이 없는 사람도 가입이 불가하다. 월 최대한도는 50만원이고 만기는 2년이다. 가입 신청은 오는 21일부터 11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에서 할 수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진수(33)씨는 “지난해 총급여가 3600만원을 넘는 바람에, 청년임에도 가입 기회가 없다”면서 “앞으로 자산을 어떻게 키워갈지, 내 집 마련은 언제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월 급여를 십만원 더 받는다는 이유로 같은 연령대 안에서 기회가 엇갈리고, 이자율 등 금융 혜택 차이가 벌어지다 보니 역차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금융위원회

이런 불만 목소리에는 최근 청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 정책 상품들이 신용 및 소득이 높을수록 예금·대출 조건이 개선되는 기본 원칙이 잘 작동하지 않아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시각이 깔려있다.

소득에 따라 기회가 엇갈린 청년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청년 등 일부 계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 상품을 두고 역차별 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40대 남성은 “세금은 많이 내는데 누릴 수 있는 금융 혜택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자식이 없으니 자녀 혜택도 없고, 세금 내는 기계 같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일부 은행 상품에는 대출 금리 조건을 완화하거나 예·적금 이자율을 올려주는 우대금리 조건 중 하나로 자녀 수가 있다.

고금리 특판상품도 조건을 들여다보면 월 저축할 수 있는 최대한도가 소액에 그치는 등 제한이 걸려 있는 경우도 많다 보니 매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예로 연초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가 내놓은 연 7% 금리의 ‘크크크777정기적금’의 경우, 월 납입 한도가 최대 20만원, 만기 7개월이 조건이다.

최근 예·적금 상품을 둘러싼 불만 목소리가 나오는 데는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데다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는 등의 경제적 상황이 팍팍해지고 있는 영향이 크다. 특히 대출 금리는 빠르게 오른 데 반해 예금 금리는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는 시각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 은행의 지난해 12월말 잔액기준 총수신금리는 연 0.83%, 총대출금리는 연 3.04%로, 예대금리차는 전월보다 0.02%p 커진 2.21%포인트(p)였다. 1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47∼5.26%수준이다. 지난달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6% 올라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론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계도 대출 급증과 금리 인상 등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을 두고 시장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다른 업종과 달리 실적이 좋으면 좋다고 비판하고, 나쁘면 나쁘다고 혼나니 늘 부담이 있다”면서 “올해는 은행권의 대손비용 증가 등 자산 성장세 둔화와 급여 등 판관비 등 비용 증가세에 따른 우려와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정치적 압박에 따른 부담도 있다.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대선 후보들이 대출 조건 및 예대마진에 손을 대려는 공약들을 내놓고 있어서다. 금융업계는 신용평가사에서 산정한 신용점수를 바탕으로 신용 위험을 평가해 대출 여부와 한도·금리 등을 결정하는 것이고, 예대금리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정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대선주자의 공약이 과도한 정부 개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금리 인상기인 만큼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11월 은행권의 예대마진의 확대에 대해 “앞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생각하면 그런 시대가 계속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가 오르고, 뒤이어 대출 금리도 오른다. 당장 오는 15일 나오는 1월 기준 코픽스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수신상품 금리에 반영이 되면 뒤따라 대출 금리 상승을 자극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