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영웅' 박종환, 月60만원으로 떠돌이 생활하게 된 사연

김소정 기자 2022. 2. 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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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영웅’ 박종환(83) 전 감독의 안타까운 근황이 전해졌다.

1983년 6월 한국의 청소년들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대회에서 세계 강호 멕시코와 우루과이를 꺾고 4강에 올랐기 때문이다.

박종환 전 축구감독/조선DB

당시 선수들을 지휘했던 박종환 감독은 대한민국 영웅으로 등극했고, 이후 성남 일화(현 성남FC) 감독이 된 그는 1993년부터 1995년까지 K리그 최초 리그 3연패를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이어 한국 여자축구 연맹 초대 회장, 성남FC, 대구FC 감독을 역임하며 오랫동안 지도자로서 활동을 해 왔다.

화려한 전성기를 보낸 박 전 감독은 몇 년 전부터 활동이 뜸해졌다. 그러다 돌연 자취를 감춰 주변의 걱정을 샀다. 알고 보니 박 전 감독은 믿었던 지인들에게 금융 사기를 당해 많은 돈을 잃고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것.

박종환 전 축구감독/TV조선 '마이웨이'

박 전 감독은 13일 방송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 “지인들에게 여러 번 사기를 당하고 금융문제에 휘말려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정도로 심각한 좌절에 빠졌다”며 “친한 친구, 선배 7~8명에게 돈을 빌려줬다. 몇 천 만원이 아니고 있는 걸 다 줬다. 한 푼도 못 받고 다 줬는데 얼굴도 못 보는 신세가 됐다. 돈 받으러 가겠다는 말이나 전화도 안 했고 믿고 기다렸다. 누가 보면 화려할 거 같지만 정말 비참하게 살았다”고 밝혔다.

현재 박 전 감독은 한 여성의 집에 얹혀 살고 있다. 박 전 감독이 힘들 때 먼저 손을 내밀고 보호자를 자처한 남다경씨는 “감독님과 인연을 맺은 건 2년 반 정도 됐다. 지인에게 감독님이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가더라. 유명한 분인지 몰랐다”며 “전화로 상담하다가 감독님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고 해 찾아갔는데 나도 힘들었던 사람이라 마음을 알겠더라. 저분을 도와줄 수 없을까 생각해 도움 손길을 내밀었다”고 했다.

박종환 전 축구감독/TV조선 '마이웨이'

박 전 감독은 6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 보냈다. 아들과 딸도 출가해 바쁘게 살고 있다. 박 전 감독은 “노령 연금 30만원과 아들이 주는 용돈 30만원이 전부다. 자존심이 세 신세 지는 것도 싫어한다. 축구 후배들이 후원금을 모아줬지만 거절했다”며 “다들 화려한 줄 알지만 사는 게 엉망, 속으로 후회한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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