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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가 더 자신 있다”…입사 시험 신풍속도

중앙일보

입력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0월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 내 '세븐타운'에서 역량 면접을 실시했다. [사진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0월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 내 '세븐타운'에서 역량 면접을 실시했다. [사진 세븐일레븐]

지난해 11월 세븐일레븐의 수시 채용에 합격한 육소영(27)씨는 현재 세븐일레븐 인천2공항입국장점에서 점장으로 근무 중이다. 육 씨는 지난해 10월 열린 세븐일레븐의 메타버스 채용 면접을 통과한 뒤 한 달간의 인턴과 임원 면접(화상 회의)을 거쳐 최종 합격자 명단(50명)에 이름을 올렸다.

세븐일레븐은 서류 통과자를 대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 에서 화상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자는 게더타운 내 면접 장소인 ‘세븐타운’에 아바타로 대기하고 있다가 자신의 차례가 오면 아바타를 움직여 면접장으로 들어갔다. 면접장 내에선 편안한 비즈니스 캐쥬얼 차림으로 화상 면접을 봤다. 육 씨는 “오프라인 면접은 서로 누군지 모른 채 본인 면접만 보니 긴장도 많이 될뿐더러 다른 면접자와의 소통이 불가능했는데, 메타버스 면접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면접자와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올해 상반기 기업 채용이 다가오면서 구직자는 물론 기업에서도 달라진 채용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바른채용인증원이 채용전문면접관 2급 이상 자격을 취득한 375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올해 채용 트렌드는 직무 중심(73%), 면접관의 역량·자질 강화(64%), 디지털 인재 확보 전쟁(49%), 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ESG) 경영 강화(36%), 디지털 플랫폼 채용(32%)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바른채용인증원·인크루트·잡코리아 등과 함께 올해 주요 채용 트렌드를 키워드로 풀어봤다.

①갈빗집 VS 쌀집 인재 확보 전쟁  

올해 채용은 대기업 중심으로 인재 확보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인크루트가 올해 채용 동향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73%가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확정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중견기업(49.5%)과 중소기업(46%)은 지난해 대비 각각 6.1%포인트, 13.3%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세자릿수 인원(100명 이상)을 뽑겠다고 응답한 대기업은 25%로 지난해 대비 17.6%포인트 늘었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방식으로 그룹 공채 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렀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방식으로 그룹 공채 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렀다. [사진 삼성전자]

특히 대규모 채용을 예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인재 확보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삼성그룹이 주요 계열사 임직원에게 월 기본급의 200%를 특별격려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히자 기본급의 300%를 특별 보너스로 지급하며 맞불을 놨다. 이 회사는 지난해 삼성전자 대졸 초봉(4800만원)보다 훨씬 많은 5040만원의 초봉을 약속하기도 했다.

②정시 가고 수시 뜬다…수시 채용 확대   

공채보다 수시로 채용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인크루트가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확정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채용 방식으로 정규직 수시 공채(68%)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정규직 정기 공채(28%), 채용연계형·체험형 인턴(4%) 순이었다. 정기 공채는 2019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반면, 수시 공채는 2019년 대비 43.5%포인트 늘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수시 공채를 채용 방식으로 채택한 대기업이 3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며 “취업준비생은 목표 기업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기업에서 우대하는 자격증 취득과 직무 경험을 미리 갖추어 놓는 전략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요 기업 채용 일정.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주요 기업 채용 일정.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③아바타 면접…메타버스 채용 인기 

메타버스를 채용 설명회나 채용 과정에 적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신입사원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 방식을 채택했다. SK텔레콤 측은 “주니어 탤런트(신입 사원)의 경우 올해 3차례에 걸쳐 채용할 예정”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메타버스 채용 설명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자사의 메타 버스플랫폼인 이프랜드를 통해 개별 상담 방식의 채용설명회를 개최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 자사 메타버스 서비스를 활용해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채용 설명회를 열었다.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 자사 메타버스 서비스를 활용해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채용 설명회를 열었다. [사진 SK텔레콤]

구직자 역시 메타버스 채용 과정을 선호하는 추세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말 취업 활동을 한 MZ세대(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층)를 대상으로 메타버스 채용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1%)이 아바타 면접 등 메타버스 채용 과정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대면 면접·설명회에서 더 편하게 질문하고 대답할 수 있어서(40.7%)’가 가장 많았고, ‘코로나 감염에 대한 위험이 없어서(38.2%)’, ‘이동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31.2%) 등을 꼽았다.

오성은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전문위원은 “메타버스 면접을 통해 파워포인트 발표나 포트폴리오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직무 역량을 확인하는 데 유리하다”며 “또 블라인드 채용 효과가 나타나 학력 파괴, 연령 제한 타파 등 능력 중심의 채용 프로세스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④기업, 갑질 줄이고 취업 교육 확대

기업 경영의 필수 가치로 떠오른 ESG는 앞으로 채용 과정에서부터 중요한 가치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국바른채용인증원이 발표한 올해 채용 트렌드 중 면접관의 역량·자질(64%)과 ESG 경영 강화(36%)가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조지용 한국바른채용인증원장은 “MZ세대는 공정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채용 과정에서 차별적 발언을 한다거나 아이디어나 노동력을 착취하는 등의 행위를 할 경우 당장 기업에 리스크로 작용한다”며 “검증된 사람(면접관)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전형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말 경기 분당사옥에서 청년 AI 인재 양성프로그램인 'KT 에이블스쿨' 1기 교육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입교식을 진행했다. [사진 KT]

KT는 지난해 말 경기 분당사옥에서 청년 AI 인재 양성프로그램인 'KT 에이블스쿨' 1기 교육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입교식을 진행했다. [사진 KT]

채용과 연계된 사회적 책임도 강화되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취업 연계형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인 사피(SSAFY),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전문 인력의 교육·취업을 돕는 하이파이브, KT의 인공지능 분야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에이블스쿨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조 원장은 “전문 기술이나 지식을 취업준비생에게 공유해서 직무 역량을 개발할 기회를 주는 것도 기업의 대표적인 ESG 실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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