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승 억울, 금메달이 그렇게 올라가는 곳인가" 쇼트트랙대표팀 최고참 곽윤기 작심발언 [베이징 인터뷰]

곽윤기. 스포츠동아DB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쇼트트랙대표팀 최고참 곽윤기(고양시청)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기자의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갔다. 6일(한국시간) 베이징캐피털실내빙상장에서 진행된 공식 훈련 직후였다.

상황은 전날(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에서 중국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 중국은 준결선 2조에서 3위로 골인했지만, 약 10분에 걸친 리뷰 끝에 2위 미국과 4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동시 실격되면서 각 조 2위까지 주어지는 결선행 켓을 따냈다.

ROC의 실격 사유는 레이스를 펼치지 않는 선수의 방해(Extra team skater causing obstruction), 미국의 실격 사유는 배턴을 넘겨준 선수의 방해(Blocking by infield skater)였다. 13바퀴를 남겨둔 시점에서였다. 두 팀의 실격 사유는 타당하다. 그러나 중국은 이 과정에서 배턴터치를 하지 못했다.

ISU 규정집의 계주 경기규칙 3.c에 따르면, 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레이스에 참가할 수 없다(Skater will not be in the race until that Skater has been touched by, or has touched the Skater he is relieving). 혼성계주 규정 p를 봐도 ‘다른 팀의 선수로 인해 터치에 방해를 받았다면, 반 바퀴 뒤에 교대가 가능하다(In exceptional cases when a Team cannot make an exchange because of actions from other Teams, the exchanges can be made half a lap later)’는 예외규정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후 2바퀴를 더 돌고 나서야 제대로 배턴 터치를 했다. 명백한 실격 사유다.

곽윤기도 ‘혼성계주 규정 p’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그 규정이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과연 (결선에) 올렸을까”라며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네덜란드 선수들도 중국을 포함해 3개 팀이 실격 처리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총 3개 팀만 결선을 치르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비디오판독이 길어지면서 설마 했는데, 받아들이기 힘든 판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곽윤기는 “선수이기 전에 사람이다 보니 중국의 우승과정을 보면 억울하다. 내가 꿈꾸는 금메달이 그렇게 올라가는 곳인가 싶어 허무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후배들을 생각하니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뿐 아니라 우리와 겨루는 모두를 조심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