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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5년 과기정책]②"패러다임 바꿔야하는데…전략이 없다"

전문가 평가 "청년·신진 연구자 지원, 기존 흐름 바꾸지 못해…출연연 정책은 집행력 떨어져"
이우일 과총회장 "양적으로 상당히 팽창, 내용적으로는 전략이 별로 없다는 점이 아쉬워"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2-01-17 07:02 송고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이 약 10조 늘어 역대 최대 인상폭을 기록, R&D 예산 30조 시대를 앞두게 됐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의 과학기술정책 변화상과 차기 정부의 과제를 짚어봤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 8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과기자문회의 3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공) 2021.11.08 /뉴스1

문재인 정부는 과학기술계에 이정표를 남길 만큼 인상적인 예산 증가세를 보였다. 소재·부품·장비 위기 등을 계기로 임기 초 19조원4615억원이던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임기 말 29조7770억원으로 10조원 이상 늘렸다. 특히 코로나19로 복지, 의료 예산 비중이 늘어나는 중에도 연구·개발 비중은 유지했다.

그렇다면 질적 평가는 어떨까? 국가과학기술 자문회의의 민간 최고위직인 염한웅 부의장,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에게 문재인 정부 5년간의 과학기술정책 평가와 차기 정부에 남겨진 과제들을 물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예산 대폭 확대는 노력의 결과, 출연연 정책은 집행력 떨어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국가과학기술혁신을 위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기구로 과학기술분야 정책을 대통령에게 자문한다. 염한웅 부의장(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은 대선 경선 후보 캠프에 합류한 것을 시작으로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국가과학기술 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아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자문을 이어왔다.

문재인 정부는 △자율과 책임성이 강화된 연구개발 생태계 전환 △기초연구의 자율성 보장(연구자 주도 기초 연구 예산 2배 증액 등) △과학기술행정체제 정비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염 부의장은 "기초 연구 (예산) 확대와 R&D 전체 예산이 대폭 늘어났다. 코로나19를 중심으로 한 확대 재정 기조에 업혀 간 꼴이 되었지만, 거기서 연구·개발 예산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며 "연구 재단의 예산 체계를 바꾸었다. 기존에는 과제별로 지원됐지만, 학문별 지원을 도입했다. 이는 20년 만에 처음 오는 변화여서 파급효과가 크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 개발 생태계 개선'에 포함되는 청년·여성·신진 연구자 지원 공약에 대해서는 중간 정도의 점수를 줬다. 염 부의장은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어 청년·여성·신진 연구자를 지원했다. 특히 청년 과학자들에게 연구 프로그램 확대하고 장학금 확대했지만, 기존 흐름을 바꾸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며 "제도적인 혁신이 있었냐는 부분에서 반성하고 있다. (임기 초에는) 연구원 고용계약을 (통해 제도 개선을) 하자는 의견도 나오기도했다. 하지만, 정책의지를 가지고 현장을 광범위하게 설득하는 것이 있었어야 하는데 정교하게 접근하지 못했다. 현재 7000명 근로 계약 중인데, 이게 앞으로 잘되었으면 좋겠다. 불만족스럽지만 단추는 끼웠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혁신 정책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간 분야 R&D가 급증한 현재 상황에서 산업화 시기 만들어진 출연연의 정체성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과학계 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염한웅 부의장은 "출연연을 미션(임무) 중심으로 바꾸고 과제시스템(PBS)도 이에 따라 바꾸는 등을 해야 했었는데, 정책 집행 의지하고 집행력이 떨어졌다"며 "출연연의 연구비는 늘어났지만, 앞으로 나갈 방향을 생각하면, 과제를 다음 정부에 물려준 꼴이 되어 아쉽다. 부처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다. 미션(임무)은 국가가 의지를 갖고 출연연에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전략에서 중요성 부각되는 '과학기술'…"역량 키워야"

과학기술은 그 자체로 많은 사회·경제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이 기술을 중심으로 패권전쟁에 돌입하는 등, 외교·통상과도 본격적으로 얽히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기술에 기반한 위기관리 역량, 행정 전문성, 비전 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염 부의장은 "결과적으로는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3개 항목(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해서는 잘 대처했다. 하지만, 지금의 소·부·장 R&D가 잘되어서 그런 사태가 다시 왔을 때 뭔가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감염병도 마찬가지다. 다음에 위기가 다시 왔을 때를 대비할 역량을 키웠느냐 하는 부분에서 '잘 짜인 무엇'이 있는가 회의적이다. 바이러스 기초 연구소 설립 등에서 논란이 많았는데, 그 과정도 보면서 정말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20대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에 선임된 이우일 前 서울대 교수(과총 제공) /뉴스1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도 평가와 과제는 엇비슷했다.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과학기술에 예산을 많이 늘린 것은 좋게 평가한다. 소·부·장 위기가 작용한 면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은 굉장히 높게 평가할만하다"면서도 "그 지향점이나 장기적 비전에 대해서 전략적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과학기술을 어떤식으로 발전시켜서 우리 국가경쟁력을 키울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우리나라가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다. '빠른 추격자'에서 우리가 진짜 잘하는 전략적인 기술을 확보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기술 패권 경쟁 등 국제 추세에) 대비할 전략이 없다. 양적으로는 상당히 팽창을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전략이 별로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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