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NFT사업 사령탑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매경 단독인터뷰
―NFT의 경우 오픈시(Open Sea) 등 해외 경쟁 플랫폼이 많다. 업비트도 NFT 거래소를 만들겠다고 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파이가 커지는 것은 환영한다. 경쟁 플랫폼을 의식하기보다는 NFT의 '쓸모'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 현재는 NFT가 투자 아이템으로만 여겨지고 있지만, NFT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디지털 예술 작품을 전시하거나 재창작하는 공간을 만드는 식이다.
―NFT 크리에이터 시장에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앞으로 NFT 크리에이터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NFT는 콘텐츠 자체를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는 크리에이터가 만든 작품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광고 수익이 주수입원이 된다. 하지만 NFT 시장에서는 본인이 만든 작품 자체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다.
―NFT가 아직은 미술 분야에 국한된다. 어떤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까. ▷최근 나이키가 패션 NFT 스타트업인 'RTFKT'를 인수하는 등 NFT를 이용한 디지털 패션 분야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제페토'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아바타에 입힐 옷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NFT도 주목하는 시장이다. 게임이 NFT 대중화를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플랫폼과 협업할 계획이 있나. ▷서로 다른 플랫폼 간 NFT 작품들을 호환시킬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를테면 그라운드X가 샌드박스 내에 전시장을 열고, 작가들이 그 안에서 NFT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만드는 식이다. 호환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글로벌 사업 진출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버블이 꺼지면 자산으로서의 NFT 가치도 떨어지지 않을까. ▷2017~2018년 경험한 바 있다. 가능한 시나리오다. 환상을 갖지 말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도 있다. 투자 자산으로 NFT를 접근할 때 유동성이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일례로 비트코인 클레이는 바로 팔 수 있는데, NFT는 안 팔린다. 팔고 싶어도 못 판다. 대체불가라서 그렇다. 대체가능하면 다 똑같으니 묶어서 팔 수 있겠지만. NFT는 금, 주식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유동화가 안 될 것을 생각해 투자하고, 그런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 미래이니셔티브, 크러스트와 역할을 어떻게 분담하나. ▷클레이튼 관련 플랫폼은 크러스트가 총괄한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진출을 노린다. P2E, 디파이, 블록체인 적용 B2B 등 다양한 사업을 하게 된다. 그라운드X는 NFT에 집중한다. 미래이니셔티브는 말 그대로 미래에 관련된 기술을 발굴한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을 믹스업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크러스트는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다. 싱가포르의 장점이 있나. ▷싱가포르는 규제를 클리어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한다. 한쪽 방향으로 규제만 열심히 만들면 산업이 살지 못한다.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싱가포르는 규제를 명확하게 하면서 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신사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을 다지고, 해외로 나갈 계획이다.
―VC에서 카카오(그라운드X)로 전직했다. 이유가 있었나. ▷VC에 있으면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드론 등 소위 말해 핫하다는 기술을 많이 봤다. 어떤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특히 주주자본주의의 한계를 해결하는 서비스가 어디에서 나올지 주목하고 있었다. 블록체인이 등장하면서 잠재력을 봤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카카오에서 제안이 와서 합류하게 됐다. 처음에는 회사를 만들어 스핀오프하는 컴퍼니 빌더 역할을 맡았는데, 서비스를 준비하다 보니 자체 플랫폼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이것이 '클레이튼'을 만든 이유다.
[황순민 기자 /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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