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올 3월9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당 후보들로부터 병역제 개편과 병사 급여 인상 등에 관한 다양한 공약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이대남', 즉 20대 남성 유권자들의 투표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저출산의 영향으로 병역 자원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병역제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는 군 관계자들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주무부처인 국방부 또한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 개편 논의의 취지나 필요성과 별개로 '설익은 공약'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병사 급여 인상 공약에 대한 각 후보 측 발표만 봤을 땐 당장 "재원 마련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사 급여 인상'은 현 정부에서도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지정해 꾸준히 추진해온 사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과정에서 병사 급여를 올해(2022년)까지 약 70만원(2017년 최저임금(시급 6470원) 대비 50%) 수준이 되도록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7년 21만6000원이었던 병장 월급은 2018년엔 40만5700원이 됐고, 2020년엔 54만900원, 그리고 작년 60만8500원을 거쳐 올해 문 대통령 공약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물론 이는 '국민 혈세'로 충당되는 국방예산이 매년 증액돼왔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국방예산 중에서도 장병 인건비 등을 포함하는 전력운영비는 △2017년 28조1377억원 △2018년 29조6378억원 △2019년 31조3237억원 △2020년 33조4723조원 △작년 35조8437억원에 이어 △올해 37조9195억원이 됐다.
국방부의 '2022~2026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올해 병장 기준으로 67만6100원인 병사 월급은 오는 2026년까지 100만원 수준으로 인상된다. 이 경우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은 연간 1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국방예산 기준으로 병사 월급을 포함한 병 인건비는 2조3300여억원 상당이다.
이런 가운데 제1야당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군복무 중 최저임금 보장을 통해 국가가 청년들의 사회진출 준비를 지원하고 최소한의 자산 형성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병사 월급을 200만원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9160원을 기준으로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에 △주휴시간 35시간을 반영한 월 급여액은 191만4440원이다. 즉, 병사들에게도 이에 준하는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적절히 보상하겠다"는 게 윤 후보의 설명이다.
윤 후보는 "병사 봉급을 최저임금으로 보장할 경우 지금보다 5조1000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국방예산 총액 54조6112억원의 약 9.3%에 해당하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도 지난달 24일 '선택제 모병제' 도입(징집병 규모를 5년 내 15만명으로 줄이고, 전투부사관과 군무원은 각각 5만명 증원)과 함께 "장병들의 급여를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7년엔 병사 월급 200만원 이상을 보장하겠다"는 국방 분야 공약을 내놨다.
이 후보는 '선택적 모병제' 공약 이행에만 4조4000억원(올해 국방예산 대비 8%)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즉, '병사 급여 인상' 등까지 포함하만 실제로 공약을 이행하는 데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이란 얘기다.
이·윤 두 후보 측 모두 이 같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세수 자연 증가분과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병사 급여 인상은 부사관 이상 간부들의 급여체계 개편도 연계되는 사안이기에 "좀 더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례로 올해 소위 1호봉은 월 175만5500원, 하사 1호봉은 월 170만5400원으로 병장 월급과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향후 병사 급여 인상에 맞춰 간부 초임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지 않는 한 그 모집 유인책이 약화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 국방예산에서 장교 인건비는 4조5500여억원, 부사관 인건비는 6조3100여억원이다.
물론 내년부터 병역 가용자원(20세 남성 인구) 자체가 본격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병사 급여 인상은 병역제도 개편과 함께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안보태세 유지에 필요한 적정 상비병력 산출 등 병력구조 개편에 관한 '큰 틀'의 고민 없이 병사 급여 인상만 얘기할 경우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회는 작년 말 올해 국방예산을 의결하면서 인건비·시설비 등 전력운영비는 정부안 대비 283억원 증액한 반면, 무기 개발·도입 등을 위한 방위력개선비는 6448억원 삭감했다. 국회는 이 같은 방위력개선비 삭감에 대해 '소요 재검토 필요' 등 나름의 이유를 댔으나, 일각에선 "올해 대선을 앞두고 '표'가 되는 사업에 집중하다 보니 뒷전으로 밀린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병역제 개편이나 병사 급여 인상 또한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현실에 대한 고민 없이 공약 이행에만 매달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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