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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연대기]반포주공1단지 청약당첨 위해 불임수술까지

  • 2022.01.10(월) 14:12

1973년, 강남보다 먼저 태어난 첫 대단지 아파트
고분양가에 상류층만…청약가점 위해 불임수술도
디에이치·래미안으로 탈바꿈…"아리팍 뛰어넘을듯"

'아파트 전성시대'다. 아파트는 가장 보편적인 주거형태이자 동시에 선망하는 주거형태로서 갈수록 그 역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부터는 오로지 '가격'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다. 상징적인 아파트의 역사와 그 이면의 스토리를 들여다보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함께 그려본다 [편집자]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더 고급진 아파트로 만나요~'

반포주공1단지가 50여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 아파트로의 재탄생을 앞둬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곳은 국내 첫 대단지 아파트로 지어져 꾸준히 강남의 '대장급' 자리를 지켜왔는데요.

땅값 비싼 서초구 반포동에서도 한강변에 위치하는 만큼 재건축이 되면 반포 아파트 서열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상징성이 큰 아파트인 만큼 기존 반포주공1단지와의 작별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도 있는데요. 반포주공1단지, 어떤 단지였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볼까요. 

1973년에 4000가구를?…지금까지 이런 아파트는 없었다!

1973년생인 반포주공1단지는 국내 최초 대단위 아파트(3986가구)라는 점에서 날 때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금이었으면 가구수보다는 '반포동'이라는 점이 더 눈길을 끌었을테지만요. 그때만 해도 강남이라는 명칭도, 가치도 없었거든요.

반포본동은 1963년 서울에 편입된 이후 서울시민의 채소공급지로 활용돼 채소밭, 갈대밭, 모래밭,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곳이었습니다. 서울 시내 중심부에 위치하면서도 교통사정이 불편한 비주거지역이었기 때문에 서울로 인식되지 못하고 한강 이남이라는 뜻에서 '남서울'로 불렸는데요.

1971년 초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립시행자인 경인개발로부터 16만평의 대지매입계약을 체결해 부지를 매립한 뒤 건설한 아파트가 바로 반포주공1단지, 당시 명칭 '남서울 아파트'였습니다. 

1970년만 해도 한국전쟁이 끝난지 20년이 채 안 됐을 때라 주거 공급 목적으로 지어진 아파트들이 많았는데요. 반포주공1단지는 최초의 부촌형 대단지 아파트라는 차별점이 있었습니다. 

당시 분양가는 평형(22평~42평)에 따라 395만~730만원 수준이었는데요. 그때 서울 근로자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4만원대였으니 상류층만 살 수 있었죠. 32평 이상 평형대엔 2평 남짓한 식모방을 두기도 했을 정도고요. 그럼에도 청약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불임수술을 받을 정도로 청약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그때는 산아제한 정책이 있어서 불임수술을 하면 가점을 줬거든요. 

반포주공1단지는 국가의 산업발전을 위한 고급인력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외국 유학파와 교수, 정부 관료 등을 위한 숙소를 제공하기 위해 특별분양도 했는데요. 102~107동 170가구를 서울대 '교수아파트'로 특별분양하고 해외 인재 영입을 위해 한국개발원(KDI)은 5가구를 사택으로 매입하기도 했습니다. 준공 이후 피천득 작가, 서석준 전 부총리, 오원철 전 경제수석을 비롯해 가수 싸이, 배우 이미연, 가수 BTS 지민 등 유명 인사들이 거주했죠.

반포주공1단지 과거 모습./서울시

입지가 다했다!…그때도 지금도 '잘 나가네'

반포주공1단지는 준공 이후 줄곧 강남의 '프리미엄 아파트'로 자리했는데요. 물론 공급부터 '대단지+부촌형' 컨셉이었던 것도 한 몫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입지'가 반포주공1단지의 위상을 더 탄탄하게 다져줬습니다. 

반포동은 고속버스터미널이 위치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교통 허브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이 때문에 '황금노선'이라 불리는 고속터미널역(지하철 3·7·9호선)도 품고 있고요.

그중에서도 반포주공1단지는 지하철 4호선 동작역이나 9호선 구반포역, 신반포역 등을 이용할 수 있고요. 서울반포초, 신반포중, 세화여중, 반포중, 세화고, 세화여고 등 명문학군도 끼고 있어 입주 수요도 높습니다. 국내에서 집값을 좌우하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한강변에 자리하는 데다 반포 한강공원도 도보권이고요. 

2010년께부터는 일대에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반포동의 자리가 더 굳건해졌습니다. 아크로리버파크(2016년 준공), 반포써밋(2018년 준공) 등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시장에서 선망하는 주거지로 자리잡았는데요. 그 결과 지난해 분양가 9억원을 넘겨 중도금대출이 불가했던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224가구 모집에 3만6116명이 몰려 평균 161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반포주공1단지까지 재건축을 추진하며 가뜩이나 뜨거운 반포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고 있는데요.

반포주공1단지가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건 준공 20년을 넘긴 199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부지가 워낙 커서 4개 주구로 나눠 3주구만 따로 재건축을 진행하고 1·2·4주구는 같이 진행하는데요. 벌써부터 기대감이 높습니다. 반포주공1단지보다 5~6년 나중에 지어진 반포주공2단지는 2009년 '래미안 퍼스티지(2444가구)', 반포주공3단지도 같은 해 '반포 자이'(3410가구)로 재건축돼 일대 고급 단지로 손꼽히고 있거든요. 

새 역사 쓰는 반포주공1…'아리팍' 제칠까

시장에선 반포주공1단지가 재건축되면 '반포 1등' 아파트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지금은 '평당 1억원' 아파트로 유명한 '아크로리버파크'가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지난해부터는 반포주공1단지가 이주에 들어가며 재건축이 본격화하면서 점차 시세를 좁혀나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해 11월 전용 129㎡가 60억2000만원에 팔리고, 같은 달 반포주공1단지는 전용 140㎡이 64억원에 거래되는 등 비슷한 시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3주구 모두 수주전 때부터 시공사들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각종 고급화 조건을 내건 바 있는데요. 

1·2·4주구는 2017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하이엔드 브랜드(디에이치)를 적용한 '디에이치 클래스트'(5388가구)로 탈바꿈을 준비중이고요. 3주구는 2018년 HDC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했다가 2020년 삼성물산으로 시공사를 교체해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2091가구)으로 재건축할 예정입니다. 

2017년 1·2·4주구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정수현 당시 현대건설 사장은 "현대건설 70년의 경험과 기술력, 축적된 노하우를 집약해 '100년 주거 명작'을 선보이며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이끄는 본보기가 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습니다. 2020년 3주구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은 "삼성물산의 상품, 기술력, 서비스 역량을 총동원해 래미안 20년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고요. 

1·2·4주구는 지난달 이주를 완료했고 3주구는 진행중인데요. 두 구역 모두 올해 상반기 철거를 진행할 예정으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된다면 오는 2025년엔 준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선분양 예정인 1·2·4주구는 2023년께, 후분양 예정인 3주구는 2025년께 일반분양할 전망입니다. 

두 단지 모두 고급 주거 단지로의 탈바꿈을 예고한 만큼, 재건축 후 반포주공1단지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한강 조망권이 단순한 가치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한강변에 위치한 반포주공1단지가 재건축 된다면 더 고급 주거단지로 변모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반포동은 서울의 최중심지인데다 반포주공1단지는 일대에서도 역대급 규모인 점 등을 고려하면 아크로리버파크의 아성은 무난히 넘길 듯 하다"고 덧붙였고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클래스트' 조감도(위), 3주구를 재건축한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 조감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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