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신인 최성은의 빛나는 성장
Q : 화보 촬영할 때 정말 다양한 표정이 나오더군요. 웃을 때는 확실히 반전 매력이 느껴져요
A : 첫인상이 차갑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웃지 않으면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덕분에 오디션에서는 제가 엄청 떨고 있다는 걸 다들 모르시더라고요
Q : 새빨간 숏컷으로 등장한 데뷔작 〈시동〉(2019) 때부터 꾸준히 짧은 머리를 유지해 오고 있는데
A : 단발보다 숏컷을 더 좋아해요. 제 얼굴과 선호하는 이미지가 숏컷일 때 더 돋보이는 것 같거든요. 주변 반응도 좋고요.
Q : 지난봄 방영된 드라마 〈괴물〉에서는 만양정육점 사장 유재이로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연기하면서 제일 고민한 지점은
A :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쉴 때 어떻게 하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까가 관건이었어요. 원래도 사람을 잘 안 만나지만 평소보다 사람을 더 안 만났죠. 쉬는 동안에도 재이를 놓지 않으려고요.
Q :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A : 재이가 절박한 심정으로 엄마의 시신을 찾는 장면요. 연기하는 내내 재이한테 애틋한 감정을 느꼈어요. 불의의 사고로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혼자 고난을 견뎌온 게 너무 장하잖아요. 작품이 끝나고 앞으로 잘 살았으면 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떠나보냈죠.
Q : 웨이브를 통해 공개될 범죄 스릴러 무비 〈젠틀맨〉에서는 보다 유쾌한 매력을 기대해도 좋을까요
A : (김)화진은 솔직하고, 정의감 있고, 검사로서 맡은 일에 대한 열정도 대단한 사람이에요. 주지훈 · 박성웅 선배님과 함께하는 신을 제일 즐겁게 촬영했어요. 촬영 전에 걱정이 많았거든요. 두 분 앞에 당당하게 맞서야 하는 역할인데, 연륜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고요. 다행히 두 분 모두 스스럼없이 저를 상대해 주신 덕분에 믿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Q : 또 다른 차기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에서는 지창욱·황인엽 배우와 함께합니다. 남자배우들에게 둘러싸인 환경에서 연기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A : 이젠 그런 환경에서 오는 편안함도 생겼어요. 개인적으로 남자를 대할 때 더 편하게 느끼는 지점이 있기도 하고요.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자란 영향이 아닐까 하는데…. 남자들 틈에 있으면 익숙하고 편하면서도 이기고 싶고, 그 안에서 내 몫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껴요.
Q : 예고를 졸업했고, 현재 대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는 휴학 중이죠? 학창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요
A : 목표만 바라보고 질주하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틀 안에 가두기도 하면서요. 그나마 대학교 땐 좀 느슨하게 살았다고 생각해요. 자유분방한 학교 분위기와 친한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Q : 2018년, 〈대학내일〉 표지 모델로 등장했을 때도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해 보였어요. 어릴 때부터 꿈을 향해 일관성 있게 달려온 점이 대단하게 느껴져요
A : 연기 말고는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오히려 요즘은 하고 싶은 게 좀 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까지 제 꿈은 오직 배우가 되는 것이었는데 되고 나니 연기하지 않을 때의 나는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Q : 취미는 없나요
A : 정말 없어요. 쉬는 기간 동안 그걸 찾아보려고 노력 중인데, 아! 요즘 운전 연수를 열심히 받고 있습니다. 운전이 좋은 취미가 될 거라는 예감이 있거든요. 혼자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요.
Q : 주인공 최미래로 활약한 영화 〈십개월의 미래〉가 4년의 기다림 끝에 개봉해 호평받았죠.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긴장감은 없었나요(웃음)
A : 엄청 있었죠. 지금도 신인이지만 지금보다 더 서투를 때 빠듯한 스케줄 속에서 정신없이 찍은 영화거든요. 아무래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일 수밖에요. 하지만 그때의 모습도 나니까, 잘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 그건 그대로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Q : 개봉 전후로 남궁선 감독과 오랜만에 주고받은 이야기가 있다면
A : 감독님과는 가끔이지만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요. 최근 영화가 뉴욕아시안영화제에 이어 하와이와 파리에 초청받으면서 서로 축하의 말을 건넸죠.
Q : 관객 평이 정말 좋더라고요. 우연히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미래가 세상의 부정적인 시선에 맞서는 이야기가 지닌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A : 영화가 지닌 독특한 리듬이 있잖아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룬 작품이지만 뜬금없는 지점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블랙 코미디 요소를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언젠가는 연출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꿈도 생겼어요. 연출자 입장에서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궁금해지더라고요. 한번 그 입장을 겪어보면 연기를 바라보는 시야도 훨씬 넓어질 것 같아요.
Q : 배우로서 한 단계 뛰어넘고 싶은 것은
A : 촬영장에 몸을 내던질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아직까지 저는 믿는 구석을 만들어놓고 촬영장에 가야 마음 편히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인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그걸 잊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겠다는 확신이 커져요. 현장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날것의 연기가 훨씬 좋을 수도 있고, 그러면서 제 안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할 기회도 생기겠죠. NG가 나도, 감독님이 별로라 해도 일단 저지르는 용기를 갖고 싶어요.
Q : 자기 분석이 확실하군요. ISFP, 즉 ‘호기심 많은 예술가’ 타입이지만 믿지 않는다고요
A : 세상에 대한 호기심보다 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인 것 같아요. 올해는 글이든 사진이든 음성이든, 평소에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기록으로 차곡차곡 남길 생각이에요.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 연기 인생과 그렇게 무관하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고요. 2022년, 27세의 저는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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