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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선2035

여성가족부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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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진호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정진호 경제정책팀 기자

정진호 경제정책팀 기자

“젊은 세대의 남녀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책임은 정치권과 정부에 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끝나고 엇갈린 남녀 표심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엇갈린 여·야 지지가 ‘이대녀’(20대 여성), ‘이대남’(20대 남성) 같은 말들로 설명되던 때다. 신 교수는 정치권이 젠더갈등을 이용하면서 갈등을 부추긴 만큼 그 봉합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9개월이 지났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대선을 앞두고 봉합은커녕 갈라진 골을 더 벌리기만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7일 오후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올린 이후 또래로 구성된 갖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글이 화제가 됐다. 안 읽은 메시지가 금세 100개를 넘겼다. 윤 후보의 페이스북엔 40분 만에 댓글 1000개가 달렸고, 지금은 1만개가 넘는다. 인터넷 댓글뿐 아니라 또래 2030 남성이 참여한 단톡방에도 지지 의견이 압도적이다. 청년 남성의 지지를 받는 게 목적이었다면, 성공이다.

8일 만난 93년생 여사친(여자사람친구) A가 윤 후보 이야기를 꺼냈다. “이대녀는 유권자가 아닌 것 같다”면서다. 이대남의 반대편엔 분명 이대녀가 있다. 지난해 통계로 따져보면 20대 남성이 여성보다 약 33만명(10%) 더 많다지만, 대략 인구 절반은 여성이다.

‘#반페미니즘은 청년의 목소리가 아니다’라는 해시태그(#)로 SNS에 올라 온 게시글. [트위터 캡처]

‘#반페미니즘은 청년의 목소리가 아니다’라는 해시태그(#)로 SNS에 올라 온 게시글. [트위터 캡처]

그런데 환호로 가득한 여가부 폐지 댓글창을 열어보면 남성 비율이 높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대형 커뮤니티 대부분 ‘남초’다. 여성 커뮤니티는 다음 카페를 중심으로 형성됐는데 여성임을 인증해야만 하는 회원제 커뮤니티가 많다. 공개된 커뮤니티와 포털 여론은 남성이 주도한다. A는 “설득한다고 먹힐 것도 아니고, 기사 댓글은 이제 안 본다”고 말한다.

투표율은 댓글 비율과 다르다. 지난 19대 대선의 성별 투표율을 비교해보면 20대 초반에서 여성(79.1%)이 남성(75.4%)보다 투표율이 높았다. 20대 후반은 여성이 7.9%포인트 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30대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5%포인트 이상 더 투표했다. 지난주 트위터에서는 ‘#반페미니즘은 청년의 목소리가 아니다’ ‘#빼앗긴 여성의 목소리를 되찾자’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여성유권자 단체인 ‘샤우트 아웃’이 주도한 운동에 여성들이 참여하면서 이 해시태그는 이날 5560회 이상 공유됐다. 젠더를 선거에 이용하지 말라는 절규다.

전 세계 97개국엔 여성 또는 성 평등을 위한 장관급 부처가 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연평균 5만명이 넘는다. 79%가 남성이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는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여가부에 배정된 예산(1조4650억원)은 전체 정부 예산의 0.2%다. 이게 그렇게 중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