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옷소매' 이세영, 롤모델 이덕화 얻고 궁녀즈도 얻고

황소영 기자 2022. 1. 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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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
배우 이세영(31)이 '사극퀸' 수식어를 이번에도 입증했다.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거듭난 그는 KBS 2TV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7)을 통해 제53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한 이후 tvN '왕이 된 남자'에 이어 MBC '옷소매 붉은 끝동'까지 주인공으로 나서 연기력과 흥행을 겸비한 배우로 성장했다. 특히 '옷소매 붉은 끝동'은 6년 만에 MBC에서 시청률 15%가 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이세영은 그 중심에 서서 MBC 드라마국의 부진을 씻고 시청자들에게 작품 자체에 몰입할 수 있게끔 하는 힘을 발휘했다. 원작을 넘어선 감동으로 물들이며 2022년 새해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작품을 끝낸 이세영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종영 소감은.

"7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 이상으로 따뜻한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 잘 마칠 수 있어 감사하다."

-최종회 시청률 17.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마쳤다. 인기를 실감하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촬영했는데 어르신분들이 '옷소매 붉은 끝동'을 시청하고 계시더라. 식사를 하러 가면 드라마를 보고 계셨고, 극 중 인물의 이름까지 알고 계셔서 많이 봐주시는구나 했다. 한창 방송할 때 수치적으로는 알고 있어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데 지인들의 연락이 많이 오고, 기사들을 보면서 인기가 많다는 걸 실감했다."

-파트너 이준호와의 호흡은 어땠나.

"아무래도 로맨스 케미스트리는 남자 주인공이 멋있고 사랑꾼일수록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다. 멋있고 매력 있는 인물로 그 이상을 소화해준 이준호 씨께 감사하다. 일만 잘하면 될 텐데 사람이 좋고 거리감 없고 허물없이 친하면 그 시너지가 배가 되는 것 같다. 저보다 오빠라 많이 배려해주기도 했고 이전부터 연기를 잘해 신뢰하는 배우였다."

-'사극퀸'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과분하고 과찬이다. 다음 사극을 하게 된다면 그땐 좀 부담을 느낄 것 같다. 지금은 그저 행복하고 말씀만이라도 감사하다."

-실제 모습과 덕임과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됐나.

"초반부 밝고 쾌활한 덕임이와의 싱크로율은 95% 정도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 한다는 것과 자유를 갈망한다는 점이 닮았다. 조선 시대인데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며 살고 싶어 하는 덕임이의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 스스로도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임이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음에도 감사하지 못하고 살지 않았나 싶다."

-연말 시상식에서 2관왕(최우수상, 베스트 커플상)에 올랐다.

"최우수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베스트 커플상엔 좀 욕심이 있었는데 우리만 단독으로 받는 줄은 몰랐다. 단독이라 기뻤다. 특히나 이 상은 저희 작품이 로맨스 사극이라 의미가 남달랐던 것 같다."

이세영
-현대극보다 사극을 선호하는 편인가.

"선택한 작품들은 인물 혹은 작품에 끌려 택하는 것이지 사극이라고 해서 선택하는 건 아니다. 현대극보다 사극을 선호하는 편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을 통해 너무 큰 사랑을 보내주셔서 다음에 또 사극을 하게 된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작이 훌륭했고, 그것에 못지않은 재밌는 대본, 대선배님들이 있어서 연기합도 좋아 사랑받았다고 생각한다."

-'새피엔딩'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가슴이 먹먹한 결말이었다.

"원작에도 똑같은 내레이션이 나오는데 그 부분을 보니 머리가 띵했다.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 둘이 헤어져 꿈속에서 만나지만 결코 돌아오지 않는 현실이지 않나. 그래도 엔딩으로 재회할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연기하면서도 너무 슬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왕은 궁녀를 사랑했다.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란 카피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궁녀가 왕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느껴지지 않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덕임이는 이산을 연모했다. 그런데 어떤 현실적인 부분들 때문에 밀어낸 것이다. 아픔과 쓸쓸함, 아쉬움, 처연함이 묻어나게 하고 싶었다. 사실 궁녀의 마음은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시대 보잘것없는 여인의 사랑 이야기라 더욱 잘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어떤 점에 집중해 연기했나.

"중후반부까지 대사엔 (이산에 대한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거의 없었고 마지막에 말로 나오는데 '아직도 모르십니까. 정 내키지 않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떠났을 것이옵니다' 그 말을 제외하면 덕임이가 크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로맨스이기 때문에 앞부분에 사랑하게 된 계기는 정해놓고 촬영을 해야 했다. 사랑했고 그로 인해 이룬 것이 많았으나 행복하지만은 않았다고 표현하는 이야기였기에 그 부분을 살리고자 했다."

-승은을 입은 후 친구도 잃고 아이도 잃었다. 생각보다 전체적으로 로맨스 분량이 많지 않았다.

"로맨스 분량이 13, 14부쯤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나오지 않길래 '금방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승은 입은 후 비극적인 서사가 몰아닥치기 때문에 로맨스 부분을 길게 다룰 수 없었던 것 같다. 비극적인 걸 짧게 다루려고 하다 보니 달달한 게 줄은 것이다. 시청자분들도 아쉬울 것 같지만 정조가 보위에 오르는 과정을 좀 더 잘 보여주고, 왕으로서의 고뇌를 다루기 위해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작품이 남긴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덕임이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이지만 사건 사고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하고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 한다. 어쩔 수 없이 휘말리지만 본인은 소박하게 살고 싶어 한다. 거기서 느껴지는 무력감과 역동적인 장면을 많이 연출하려고 노력했다. 의빈 성씨를 재조명해서 만들었다는 건 분명히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덕임이가 산이에게 반한 순간은 언제일까.

"5회까지는 충심이었고, 여러 에피소드를 겪으며 둘 사이가 끈끈해졌다고 생각한다. 14회 엔딩이 산이의 옷소매 자락을 붙잡는 장면인데 이 장면에선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진심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남자로서 보게 된 시점은 6부 엔딩이 아닌가 싶다. 욕조에서 벗은 몸을 봤을 때, 그리고 서로서로 번갈아가면서 구해주는 과정을 통해 산이에게 스며든 것 같다."
이세영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산이의 꿈속에서 만나는 덕임과의 재회신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고, 온전히 사내로서 덕임만을 위해 존재하는 짠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무지개의 경우 CG가 아니었다. 필터 반사로 빛 반사가 된 것이다. 무지개다리를 건넜구나 시청자들이 알 수 있도록 표현해 눈부시게 아름다워 더 슬펐던 것 같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궁녀즈'는 어떤 존재였나.

"궁녀즈는 작품이 끝난 지금도 궁녀즈와 같은 존재다. 그 인연이 너무 소중하다. 세 명이면 불완전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넷이고 또래라 딱 좋다. 보석처럼 좋은 사람들이라서 이 인연이 너무 소중하고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다. 클라이밍 동호회를 만들어서 3~4주에 한 번 만나서 하자고 했다. 함께라면 뭐든 힘내서 할 수 있으니 배워고 싶었던 걸 함께 배워보고 이 시간을 공유하며 살고자 한다. 궁녀즈는 제게 가족 같은 사람들이다. "

-이덕화 배우와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선생님은 너무 프로시고 FM이시다.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직관하는 느낌이었다. 감탄하며 촬영했다. (롤모델) 이덕화 선생님처럼 됐으면 좋겠다. 함께해서 기뻤다. KBS 2TV '최고의 한방' 때 함께 촬영하지 못했지만 방송을 보면서 감탄했었다. 이번엔 함께 촬영해 너무 좋았다. 배울 점도 많고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멋진 선생님이시다."

-매년 쉼 없이 작품을 해오고 있는 원동력은.

"보통 평범한 분야의 직업을 가진 분들은 쉬는 날 빼고 쭉 일하지 않나. 저도 제 일이니까 쭉 할 수 있는 것 같다. 잠깐이라도 쉬면 다음에 어렵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은 없다. 축구를 보면서 느낀 것인데 명문 구단에서 교체 선수로 있으면서 계속 경기를 못 뛰는 것보다는 계속 뛰어야 자기 기량이 늘고 기회가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제 일이기에 끊임없이 하는 것이다. 소모된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는다. 계속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축구를 정말 좋아하더라. 좋아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토트넘 핫스퍼 FC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를 좋아한다. 스포츠만큼 극적이고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는 건 없는 것 같다. 선수들 하나하나 구단의 스토리 하나하나 심장이 벅차고 피가 끓고 그런다.(웃음)"

-아역 배우로 활동하며 일찌감치 꿈을 정했다.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 도전할 수 있지 않나. 그런 마음이 들면 언제가 되든, 몇 살이 되든 시도하겠다.(웃음) 또래 친구들에 비해 진로를 빨리 결정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란 걸 택해 여기까지 왔다. 변함없이 이 일을 잘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배우로의 목표는.

"연기를 잘하고 싶다. 무책임하지 않고, 주연으로서 밥값 이상을 해나가고 싶다. 어려서부터 선배님들이 하시는 걸 보면서 자랐다. 자기 연기뿐 아니라 주변인까지 아우르시더라. 내 것만 해서 되는 게 아니란 걸 느꼈다. 본업을 잘하려고 한다. 제 삶도 잘 영위해야겠지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새해 목표는.

"2022년 일상의 행복을 곱씹으며 살아가려고 한다. 그게 저의 작지만 소중한 새해 목표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프레인T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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