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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사주 앱 살펴보니…AI가 사주 보고 챗봇으로 상담

  • 나건웅, 반진욱 기자
  • 입력 : 2022.01.07 09:53:51
  • 최종수정 : 2022.01.14 10:11:21
# 대전에 사는 직장인 허은진 씨(가명)는 매년 새해가 되면 점집을 찾아 신년 운세를 점쳐본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점집이 아니라 자기 방에서 상담을 받은 것. 역술인을 집까지 모셔온 것은 물론 아니다. 30분 동안 스마트폰 영상 통화로 ‘비대면 사주’를 봤다. 그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오히려 좋은 점도 많았다. 댓글 리뷰나 별점으로 역술가의 스타일을 미리 확인하기도 좋고, 이어폰을 착용하면 눈치 볼 필요 없이 노트북으로 메모도 쉽게 할 수 있어 오히려 더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거세진 ‘언택트’ 바람이 ‘운세 시장’에까지 불어닥친 모습이다. 모바일·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으로 미래를 점치는, 이른바 ‘언택트 점(占)’ 시장이 커지는 중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일매일 운세를 알려주고, 나아가 역술인과 1:1 비대면 상담까지 매칭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주·타로·풍수·관상 등 역술과 관련한 비대면 온라인 강의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유튜브로도 타로점을 볼 수 있다. ‘제너럴 리딩’을 통해서다. ‘1번 카드를 고른 사람은 영상 5분으로’, ‘2번 카드를 고른 사람은 영상 10분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타로 유튜브 채널 ‘이봄의 낙원’ 캡처)

유튜브로도 타로점을 볼 수 있다. ‘제너럴 리딩’을 통해서다. ‘1번 카드를 고른 사람은 영상 5분으로’, ‘2번 카드를 고른 사람은 영상 10분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타로 유튜브 채널 ‘이봄의 낙원’ 캡처)

언택트 점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것은 모바일 앱이다. 태어난 연월일시를 입력하면 사주는 물론 재물운·애정운·건강운 등 매일 운세를 알려준다. ‘운세·점’ 카테고리로 분류된 앱 시장 규모는 최근 5년 새 약 3배 이상 커졌다.

월간 순 사용자 수(MAU)가 10만명이 넘는 운세 앱도 여럿이다. 모바일 앱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11월 기준 MAU가 가장 많은 앱은 ‘점신’이다. 월 이용자가 77만명이 넘는다. 사주·타로·궁합·별자리·손금 등 다양한 운세 정보를 제공하는 앱 ‘포스텔러’도 MAU가 45만명에 육박한다. 이 밖에도 운세비결(18만3000명, 안드로이드만 서비스), 헬로우봇(14만7000명), 오즈의 타로(6만6000명) 등의 인기가 높다.

운세 앱은 저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이용자 공략에 나선다.

한다소프트가 개발한 ‘점신’이 내세우는 무기는 폭넓은 전문가 라인업이다. 점신은 단순 운세 정보 제공을 넘어 유명 역학 전문가나 점술가를 유저와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앱에서 대략적인 운세를 확인한 이용자는 역술인들과 전화 연결을 통해 구체적인 추가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현재 점신에 등록된 역술 전문가는 130여명 정도다.

‘포스텔러’는 정통 사주와 토정비결, 타로, 별자리, 꿈 해몽 등 다양한 운세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스마트 기기 환경에 적합한 사용자 경험과 디자인으로 복잡한 운세 정보를 쉽게 풀어준다는 평가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무료 콘텐츠가 많고 광고도 없어 불편함이 덜하다.

포스텔러의 차별화 포인트는 사주의 다양한 값을 수치화해 자체 개발한 사주 분석 시스템 ‘FAS(Fortune Analysis System)’다. 정교한 기술에 힘입어 2020년 3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받기도 했다. 포스텔러 관계자는 “사주·점성술 등 운세를 점치는 방법의 기본 논리를 종합해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변환했다. 사주 전문가와 기획자 그리고 개발자가 모여 사주 논리를 코딩하는 작업을 거쳐 적합한 문장이 도출되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AI 스타트업 ‘띵스플로우’가 서비스 중인 ‘헬로우봇’은 ‘챗봇’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AI 기술을 활용한 캐릭터 챗봇과 채팅을 하면서 그때그때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다. 연애 타로(라마마), 성격·심리 분석(바비), 대신 욕(새새), 사주(판밍밍) 등 저마다 캐릭터를 지닌 챗봇이 자신이 담당하는 전문 분야에 맞춰 고민을 상담해준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채팅으로 운세를 볼 수 있어 젊은 세대로부터 인기가 많다. 헬로우봇 이용자의 약 90%가 MZ세대다. 11월 앱, 웹 사용자 수를 합친 통합 월간활성사용자 수(MAU)는 51만명을 훌쩍 넘는다 . 누적 앱 사용자는 약 500만명, 2021년 약 6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헬로우봇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게임 회사 크래프톤이 2021년 6월 띵스플로우를 본격 인수했다.

‘역술인 매칭’만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도 있다.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한 앱 ‘출장도사’다. 출장도사에는 타로·신점·사주·심리 상담 등 각 분야 전문가가 500명 이상 입점해 있다. 배달 플랫폼의 ‘점술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다. 그동안 상담 건수, 찜 수, 이용자 후기 등을 살펴보고 원하는 이에게 상담을 신청하는 식이다.



[나건웅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1호 (2022.01.05~2022.01.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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