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새해 운세는 손바닥에서..쑥쑥 크는 '모바일 점(占)' 시장

나건웅, 반진욱 입력 2022. 1. 4. 17:06 수정 2022. 1. 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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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에 사는 직장인 허은진 씨(가명)는 매년 새해가 되면 점집을 찾아 신년 운세를 점쳐본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점집이 아니라 자기 방에서 상담을 받은 것. 역술인을 집까지 모셔온 것은 물론 아니다. 30분 동안 스마트폰 영상 통화로 ‘비대면 사주’를 봤다. 그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오히려 좋은 점도 많았다. 댓글 리뷰나 별점으로 역술가의 스타일을 미리 확인하기도 좋고, 이어폰을 착용하면 눈치 볼 필요 없이 노트북으로 메모도 쉽게 할 수 있어 오히려 더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거세진 ‘언택트’ 바람이 ‘운세 시장’에까지 불어닥친 모습이다. 모바일·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으로 미래를 점치는, 이른바 ‘언택트 점(占)’ 시장이 커지는 중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일매일 운세를 알려주고, 나아가 역술인과 1:1 비대면 상담까지 매칭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주·타로·풍수·관상 등 역술과 관련한 비대면 온라인 강의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유튜브로도 타로점을 볼 수 있다. ‘제너럴 리딩’을 통해서다. ‘1번 카드를 고른 사람은 영상 5분으로’, ‘2번 카드를 고른 사람은 영상 10분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타로 유튜브 채널 ‘이봄의 낙원’ 캡처)

▶비대면 사주 앱 살펴보니

▷AI가 사주 보고 챗봇으로 상담

언택트 점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것은 모바일 앱이다. 태어난 연월일시를 입력하면 사주는 물론 재물운·애정운·건강운 등 매일 운세를 알려준다. ‘운세·점’ 카테고리로 분류된 앱 시장 규모는 최근 5년 새 약 3배 이상 커졌다.

월간 순 사용자 수(MAU)가 10만명이 넘는 운세 앱도 여럿이다. 모바일 앱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11월 기준 MAU가 가장 많은 앱은 ‘점신’이다. 월 이용자가 77만명이 넘는다. 사주·타로·궁합·별자리·손금 등 다양한 운세 정보를 제공하는 앱 ‘포스텔러’도 MAU가 45만명에 육박한다. 이 밖에도 운세비결(18만3000명, 안드로이드만 서비스), 헬로우봇(14만7000명), 오즈의 타로(6만6000명) 등의 인기가 높다.

운세 앱은 저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이용자 공략에 나선다.

한다소프트가 개발한 ‘점신’이 내세우는 무기는 폭넓은 전문가 라인업이다. 점신은 단순 운세 정보 제공을 넘어 유명 역학 전문가나 점술가를 유저와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앱에서 대략적인 운세를 확인한 이용자는 역술인들과 전화 연결을 통해 구체적인 추가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현재 점신에 등록된 역술 전문가는 130여명 정도다.

‘포스텔러’는 정통 사주와 토정비결, 타로, 별자리, 꿈 해몽 등 다양한 운세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스마트 기기 환경에 적합한 사용자 경험과 디자인으로 복잡한 운세 정보를 쉽게 풀어준다는 평가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무료 콘텐츠가 많고 광고도 없어 불편함이 덜하다.

포스텔러의 차별화 포인트는 사주의 다양한 값을 수치화해 자체 개발한 사주 분석 시스템 ‘FAS(Fortune Analysis System)’다. 정교한 기술에 힘입어 2020년 3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받기도 했다. 포스텔러 관계자는 “사주·점성술 등 운세를 점치는 방법의 기본 논리를 종합해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변환했다. 사주 전문가와 기획자 그리고 개발자가 모여 사주 논리를 코딩하는 작업을 거쳐 적합한 문장이 도출되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AI 스타트업 ‘띵스플로우’가 서비스 중인 ‘헬로우봇’은 ‘챗봇’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AI 기술을 활용한 캐릭터 챗봇과 채팅을 하면서 그때그때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다. 연애 타로(라마마), 성격·심리 분석(바비), 대신 욕(새새), 사주(판밍밍) 등 저마다 캐릭터를 지닌 챗봇이 자신이 담당하는 전문 분야에 맞춰 고민을 상담해준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채팅으로 운세를 볼 수 있어 젊은 세대로부터 인기가 많다. 헬로우봇 이용자의 약 90%가 MZ세대다. 11월 앱, 웹 사용자 수를 합친 통합 월간활성사용자 수(MAU)는 51만명을 훌쩍 넘는다 . 누적 앱 사용자는 약 500만명, 2021년 약 6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헬로우봇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게임 회사 크래프톤이 2021년 6월 띵스플로우를 본격 인수했다.

‘역술인 매칭’만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도 있다.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한 앱 ‘출장도사’다. 출장도사에는 타로·신점·사주·심리 상담 등 각 분야 전문가가 500명 이상 입점해 있다. 배달 플랫폼의 ‘점술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다. 그동안 상담 건수, 찜 수, 이용자 후기 등을 살펴보고 원하는 이에게 상담을 신청하는 식이다.

▶MZ세대 불어온 사주 공부 열풍

▷타로·관상 등 온라인 강의도 ‘인기’

운세 시장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 나타난 변화는 또 있다. 바로 ‘온라인 운세 교육’ 시장의 성장이다. 과거에는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높았다. 대부분 스승-제자 관계로 전수되는 ‘도제식’인 데다, 관련 강의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여러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 점술을 주제로 한 강의가 쏟아진다. ‘클래스101’이 대표적이다. 클래스101은 2021년 기준 2750개 클래스, 11만명의 크리에이터를 보유한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이다. 그동안은 드로잉·공예·요리 등 취미 관련 클래스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 범위가 점술로 넓어지는 추세다. 2021년 하반기 기준 타로·운세·사주 등 점술 관련 클래스 개수는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강의 주제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주·타로뿐 아니라 관상, 손금, 풍수 인테리어 강의까지 등장했다. 사주 역시 ‘비즈니스 사주’ ‘재테크 사주’ ‘셀프 사주’ 등으로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송유진 클래스101 라이프스타일 파트 PD는 “지난해 연말에는 ‘비즈니스 사주’ ‘풍수지리’ ‘타로’가 전체 검색어 ‘톱10’에 나란히 오를 정도로 운세 시장에 대한 수강생 관심이 커지고 있다. 셀프로 사주·타로를 보거나 재테크·인테리어 등 일상에도 적용 가능한 콘텐츠가 주목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커지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자 하는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클래스101 인기 강의 중 하나인 타로 클래스 ‘고민으로 잠 못 드는 당신을 위해’를 운영하는 이봄 씨는 “2030대 여성 중심으로 타로 수강생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고민 많은 이들이 셀프 타로를 보기 위해 수강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 선생님이나 심리 상담사처럼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직업을 가진 분들도 수업을 많이 듣는다. 타로 점을 상담이나 치유의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커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헬로우봇(좌’은 캐릭터 챗봇이 채팅 형태로 운세 정보를 알려준다. ‘출장도사(우)’는 역술인과 유저 상담을 매칭해주는 플랫폼이다. (각 앱 화면 캡처)

▶언택트 점 시장, 향후 전망은

▷가격·심리적 장벽 낮춰…‘장밋빛’

언택트 점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기존 오프라인 운세 시장이 갖고 있던 여러 문제점들이, 온라인에서는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덕분이다.

먼저, 시장 자체가 투명해졌다. 여러 역술인을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 등장으로, 무엇보다 정보 비대칭 문제가 사라졌다. 주변 지인의 ‘입소문’만으로 점집을 선택했던 과거와 달리 수천 개의 댓글과 리뷰 영상을 참고할 수 있게 됐다. ‘무료 맛보기 상담’ 등 선택에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반갑다.

상담 시간과 가격이 명시되면서 신뢰도도 더욱 높아졌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황민지 씨(가명)는 “예전에는 점을 보면서도 ‘바가지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는데, 앱을 쓰면서는 걱정이 사라졌다. 다른 역술인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데다, 시간을 다 채우지 않고 상담이 끝날 경우 일정액을 환불해주는 곳도 생기면서 만족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멀리 점집까지 찾아갈 수고를 덜게 되면서, 오히려 예전보다 더 자주 상담을 받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중랑구에서 활동하는 한 무당은 “신당에 들어오는 것을 어색해하고 무서워하기까지 했던 이들이, 비대면 전화 상담은 부담을 덜고 도전하는 눈치다. 이제는 온라인 복채가 오프라인보다 더 많다. 한 달에 서너 번씩 상담을 받는 ‘단골’들도 확실히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터뷰 | 이수지 띵스플로우 대표

챗봇으로 언제 어디서든 ‘점’ 보는 시대

헬로우봇은 친근한 캐릭터와 쉬운 사주 풀이로 MZ세대 지지를 받는 ‘비대면 사주 앱’이다. 헬로우봇을 개발한 띵스플로우는 어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사주’ ‘운세’ 등을 Z세대에게 전파한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이수지 띵스플로우 대표에게 비대면 사주 시장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물었다.

Q 헬로우봇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A 2017년 친구와 별자리 점을 보고 난 후 아이디어를 얻었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우울한 기분을 위로받는 상담 도구로서 수요도 만만찮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업, 진로, 인간관계 등 주요 시점마다 찾아오는 고민을 털어놓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마침 챗봇 형태 뉴스 서비스 등이 실리콘밸리에서 막 등장하는 시점이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실제 상담과 유사한 경험을 얻는데, 챗봇이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

Q 최근 운세 시장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A 운세를 보는 것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전보다 훨씬 ‘캐주얼’해졌다고 보면 맞다. 최근에는 다양한 연령층, 특히 1020세대가 자신의 운세를 콘텐츠화해 주변에 공유하고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마치 친구들과 서로의 MBTI를 공유하는 것과 비슷하다. 헬로우봇 챗봇도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했다. 친근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워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형태로, 친구처럼 운세 콘텐츠를 풀어내 알려준다.

Q 모바일 운세 시장 전망은.

A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본다. 모바일 서비스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수가 동시에 서비스를 접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접근 가능하다는 점은 모바일 운세 콘텐츠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이다. 그야말로 ‘일상’이 되는 것이다. 어렵고 미신적인 색채가 강한 서비스가 아닌,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뷰 | 클래스101 사주 인기 강사 ‘도화도르’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역술인은 없어요”

‘도화도르’는 클래스101 사주 클래스 최고의 인기 강사다. 인터넷 강의 외에도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에서 사주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맹활약 중이다.

Q 최근 사주·명리학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체감하는지.

A 온라인에서 활동하다 보니 더 명확히 느낀다. 유튜브 조회 수가 수십만을 넘는 영상이 생겨났고 최근 댓글 반응도 뜨겁다. 얼마 전에는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 또 구독자 수 100만명이 넘는 유튜버로부터 ‘수업 잘 듣고 있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예전보다 확실히 20대 관심이 높아진 것을 느낀다.

Q 사주를 공부하면 좋은 점이 무엇일까.

A 스스로 사주를 보는 ‘셀프 사주’가 가능해진다. 같은 사주라고 해도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풀이가 가능하다. 그런데 세상에서 나보다 더 나를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본인만큼 본인 사주를 정확히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얘기다.

셀프 사주는 막연한 인생의 방향을 잡고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예를 들어 나는 2021년에 ‘교육운’이 들어오는 사주를 갖고 있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클래스101로부터 강의 제안이 들어왔다. 운세를 몰랐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거나 다른 활동에 몰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꼭 해야겠다’ ‘하면 된다’라는 자기 확신이 생겼고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Q 사주 공부는 어렵다는 인식이 강한데.

A 직업으로 삼고자 한다면 어렵다지만 자기 사주를 보고 내 삶에 참고하는 정도라면 오히려 다른 공부보다 쉽다. 사주에 필요한 한자도 딱 22개밖에 되지 않는다. 기초 개념만 익히면 충분하다.

Q ‘사주는 미신’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사주는 ‘명리학’이라는 수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하나의 학문이다. 오랜 역사 동안 축적된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과학’이라고 본다. 나 역시 기독교인임에도 사주 공부를 지금껏 해오고 있다. 요즘 MBTI가 인기를 끌지만 이를 놓고 미신으로 치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주는 MBTI보다 훨씬 더 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결과도 더욱 정교하고 세분화돼 나온다. 스스로를, 또 다른 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공부라고 생각한다.

[나건웅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1호 (2022.01.05~2021.01.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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