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메타버스가 온다]<하>메타버스에서 바라본 메타버스

메타버스 좌담회 "사회·경제 전반으로 확산 가속...법령 정비 과제도"

전자신문은 신년특별기획으로 메타버스 공간 이프랜드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전자신문은 신년특별기획으로 메타버스 공간 이프랜드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메타버스가 머지않아 현실 세계를 보완·확장, 나아가 대체하는 사회·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대기업은 새 성장동력이자 미래 경쟁력으로 메타버스를 지목하고 사업화 및 연구개발에 속도를 낸다. 전문가는 메타버스라는 거대 조류에 편승하기 위해선 제도, 기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자신문은 신년특별기획으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는 SK텔레콤 메타버스 회의공간 '이프랜드'에서 이뤄졌다. 전문가 5명과 사회자가 메타버스 공간에서 아바타로 만나 2시간에 걸쳐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참석자들은 좌담회 시작에 앞서 아바타를 움직이며 서로 인사를 나눴다. 본지 사진기자도 아바타로 메타버스 공간에 들어와 좌담회 현장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했다. 단말기를 통해 나오는 참석자 음성은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또렷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고진석 오썸피아 최고기술책임자(CTO)

△송도영 법무법인 비트 변호사

△신현덕 한성대 교수

△양맹석 SK텔레콤 메타버스CO장

△정일옥 이글루시큐리티 전문위원

△사회=이호준 전자신문 전자모빌리티부장

△사회(이호준 전자신문 전자모빌리티부장)=메타버스가 메가트렌드로 부상했다. 새해에도 다양한 산업계를 아우르는 키워드로 언급된다. 이런 현상의 원인부터 짚고 가보자.

△신현덕(한성대 교수)=올해 구글 검색어 1위가 메타버스 대표주자로 꼽히는 로블록스다.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가상 세계가 현실과 연결되면 새로운 공간에서 경제·사회·문화 활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세컨드라이프 같은 가상공간 서비스가 존재해왔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이 게임이나 전시산업 등에 활용됐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유용한 서비스로 더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따랐다. 소비자가 향유하기에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던 탓이다.

기존 AR·VR가 개인 체험에 방점을 뒀다면 메타버스는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화된 정보인 미러월드를 강화하면서 현실세계를 확장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메타버스가 트렌드로 부상한 데는 내·외부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환경 및 가상 현실을 활용하는 수요가 증가했다. 기술 측면에서는 단말기 고도화와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메타버스 구현 기술의 발전을 이유로 들 수 있다. 개인 간, 공간 간 소통 필요성도 커졌다.

콘텐츠 제작이 자유로워지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대체불가토큰(NFT)이 사용되는 등 사회·경제·문화적 현상이 모두 융합돼 영향을 미쳤다.

메타버스는 향후 새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경제 측면에서 메타버스의 중요성이 더욱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즉 메타버스가 미래 사회 성장을 견인하는 수단으로써 주목받는 것이다.

메타버스를 현실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포스트인터넷, 웹3.0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 융합을 기반으로 경제 가치를 창출하고, 크리에이터 참여 또한 활발해질 수 있는 미래 게임 체인저로 볼 수 있다.

메타버스는 특정 분야가 아니라 일과 여가를 포함한 다양한 곳에서 활용된다. 대중적으로 처음 인지시킨 분야는 게임이다. 로블록스 포트나이트가 대표적이다. 게임을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콘서트, 팬사인회, 전시 등 코로나로 현실에서 이뤄지기 어려운 것을 가상공산에서 실현하면서 이용자의 호응이 이뤄지고 있다. 현실 공간보다 훨씬 큰 규모의 행사가 이뤄질 질 수 있다. 파티로열에서 트레비 스캇이 5일간 공연한 것이나 블랙핑크팬사인회에 4600명 참여한 것 등은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로블록스 플랫폼은 10대 게임 제작자에게 100만달러 수익을 안겼다. 로블록스는 게임 콘텐츠가 5000만개에 달하고 인기 게임은 수천만명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가상 화폐를 사용하고, 현금화하면서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가상 화폐거래 신뢰성을 기반으로 NFT같은 디지털 자산의 원본을 인증하는 체계가 마련되면서 미래에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거래를 기반으로 메타버스에서 경제적 활동이 가능해질 것이다.

메타버스는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나 자신을 투영하고 활동하는 공간이다. 제페토는 얼굴 인식 솔루션을 이용해 나를 닮은 아바타를 생성해 헤어스타일, 의상 등을 꾸밀 수 있게 만들었다. 가상 공간에서 내 분신이 나를 대신해 활동하고 있는 만큼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다. 메타버스 공간은 디지털 휴먼의 활동무대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기존의 전승구조 변화도 가져올 것이다. 가상 아바타를 활용한 소통은 자신을 투영한 분신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실현되고 기존 SNS와는 다른 순화된 기능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도 필요하다.

△사회=국내 메타버스 산업 현황은 어떤가.

△양맹석(SK텔레콤 메타버스CO장)=메타버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현재 메타버스는 거대한 산업시장이 형성되기에 앞서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발전할 것이다. 가장 주된 형태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현실 증강이다.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를 점프스튜디오를 통해 실제인지 가상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 것과 같은 사례다. 순천향대 가상 입학식처럼 현실의 활동을 그대로 복제해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미러링 형태로도 진화할 수 있다.

트레비스 스캇의 콘서트처럼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도 있다.

메타버스 시장에 글로벌 빅 플레이어들이 뛰어들고 있다. 미국 게임 디자이너인 존 라도프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은 7개 세부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경험, 발견, 창작자경제, 공간컴퓨팅, 분산, 휴먼인터페이스, 기반시설이다. 각 영역에서 애플, 메타 등의 글로벌 빅플레이어부터 스타트업까지 수많은 플레이어가 참여하고 있다.

△사회=SK텔레콤의 메타버스 사업 전략은 무엇인가.

△양맹석=다른 메타버스 서비스가 주로 아바타를 꾸미고, 게임을 즐기는 재미 요소에 집중한 것에 반해 이프랜드는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로 만나 소통하는 모임에 특화된 소셜 메타버스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제페토'가 2년 먼저 시작했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제페토를 따라가기보다 새로운 전략으로 모임에 특화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대중화를 이끌고자 한다. 메타버스에 접속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익숙한 MZ세대 라이프 스타일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는 게 목표다.

모임룸을 사전에 생성해 친구를 초대하거나 대형 스크린으로 자료를 공유하는 기능은 이프랜드에서만 가능한 차별화된 서비스다.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 미팅, 이벤트 등을 이프랜드 내에서 원활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개선하려 한다.

이프랜드가 MZ 세대 대표 모임 서비스가 되고,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메타버스 내에서 즐길 수 있는 고객 경험이 다양해져야 한다. 이에 대형 제휴 이벤트나 인플루언서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모임 개설을 촉진하고 있다. 또 개방형 아바타·공간 플랫폼을 운영해 서비스 활용성 또한 높일 계획이다.

단기 목표는 기업간 제휴를 통해 비대면 시대 MZ세대와 소통하는 대표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성장하는 것이다. 나아가 궁극적인 목표는 모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 서비스가 이프랜드로 입점해 현실에서의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프랜드 내에서 이루어지는 메타버스 월드로 진화하는 것이다.

전자신문은 신년특별기획으로 메타버스 공간 이프랜드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전자신문은 신년특별기획으로 메타버스 공간 이프랜드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메타버스 핵심 기술을 짚어 보자.

△고진석(오썸피아 CTO)=메타버스에는 5G 등 이동통신 기술, 클라우드, 사물 인터넷, 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 이와함께 VR, AR, 혼합현실(MR)이 융합된 확장현실(XR)이 핵심기술이다.

XR는 VR와 AR, 이 두 기술이 각자 단점을 보완하면서 상호진화를 혼합한 결과물이다. 혼합한 기술을 구현 목적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XR는 일종의 응용기술이기 때문에 플랫폼 서버스 발전의 결과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기술적으로는 현실과 AR 그리고 AR 내 VR 요소를 모두 혼합한 기술이다.

AR는 실제 세계에서의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실제 세계에 디지털 정보를 입히는 기술이다. '구매 경험의 확장'에 쓰인다. 스냅챗이나 에이알뷰, 이케아 플레이스는 언제 어디서든지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카메라를 통해 시험으로 착용해보거나 가구를 배치해볼 수 있다.

VR는 현실과 완전히 분리된 디지털 공간에서 실제 세계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VR는 현실과 단절된다는 특징 때문에 응용 분야가 AR와는 다르다. 가상에서 현실과 같은 몰입감을 주는 실감형 콘텐츠기술이 핵심이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도 이용한다. 시각 분야는 오큘러스퀘스트2 같은 헤드셋을 통한 체험 영역이다. 후각 기능을 구현한 후각 장치도 개발됐다. 최근엔 화학물질 대신 전기 신호를 사용한 방법이 개발됐다.

후각기관의 냄새를 맡는 수용체 신경을 미약한 전기 신호로 직접 자극해 특정 향을 맡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재현하는 방법이다. 촉각을 느끼게 하는 글러브, 슈트 등을 이용한 제품도 출시됐다.

NFT도 주요 기술이다. 샌드박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가상화폐와 NFT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기술핵심은 가상화폐지불 시의 속도 향상이다.

△사회=오썸피아의 사업 전략도 설명한 기술과 관련되나.

△고진석=글로벌 거대기업의 동향이 중요하다. 메타, 구글, MS가 제공하는 기반기술의 변화가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한국기업이 이들 기업의 기반 기술을 응용해 서비스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메타의 VR 헤드셋, 애플의 AR글라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그램기술 등 이슈를 빠르게 습득해 기술을 적용하는게 중요하다.

오썸피아는 가상 관광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라이브'를 내년 상반기 공개한다. 세계 최초로 주요관광지에 증강현실구현 'XR망원경 보라'를 설치하여 관광지의 실시간 데이터를 메타라이브에서 중개한다. 롯데, 엘지와 지자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서비스한다.

첨언하자면 사업 전략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개발자 확보'이다. 주요한 개발자가 신흥대기업(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에 집중되고 있다. 개발자가 너무나 부족하다.

△사회=해외기업도 빠르게 사업을 확장한다. 우리 기업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신현덕=이프랜드 같은 서비스가 바로 우리 경쟁력이다. 메타버스의 글로벌 밸류체인으로는 인프라, 플랫폼, 콘텐츠를 꼽을 수 있다. 국내 경쟁력을 살펴보면 인프라는 네트워크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기업 사례를 살펴보면 네이버는 자사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한 '아크버스'를 구축했다. 아크버스는 AI 로봇과 클라우드를 활용한다. 카카오는 메타버스 구현을 위해 중요한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모양새다. 가상세계에서 관계를 맞고 현실과 유사하게 구현하고자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다.

디바이스 측면에서는 스마트폰의 글로벌 점유율이 높고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기술이 뛰어나 잠재력이 있다.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옵트론텍 같이 요소 기술별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플랫폼은 네이버 제페토가 2억명 이상 이용자를 확보했다. 특히 MZ세대 비율이 높다. 엔씨소프트가 구축한 글로벌 팬덤 유니버스는 3개월 만에 800만건, 최근엔 2000만건을 돌파했다. 월 사용자 또한 440만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K-콘텐츠를 수용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콘텐츠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경쟁력과 연결된다. 하이브, JYP 등 엔터테인먼트사가 이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중견기업 가운데 실감콘텐츠 기술을 확보한 위지윅스튜디오, 덱스터, 자이언트스텝 등이 주목된다.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갈 주역인 인력 현황은 다양한 분야와 연관돼 있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일자리가 창출되고, 리딩 크레이터가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메타버스를 도입하려는 기관이 늘어나면서 초기 유튜브 인력 등이 부족했던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가상공간을 구축하는 3D디자인이나 아바타 디자인, AR·VR 관련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정부가 1조6000억원을 인력 양성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메타버스 환경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일은 다양한 분야와 융합이 요구된다. 산업 전반의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전자신문은 신년특별기획으로 메타버스 공간 이프랜드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전자신문은 신년특별기획으로 메타버스 공간 이프랜드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메타버스 관련 법률 제도 이슈는 무엇인가.

△송도영(법무법인 비트 변호사)=메타버스 관련 법적 문제를 꼽으면 △게임법 이슈 △NFT 등 경제 에코 시스템 △저작권·상표권 등 지식재산권(IP) △개인정보보호 △메타버스 범죄 등이다. 이 가운데 최근 게임법과 NFT 관련 이슈가 많이 다뤄진다.

게임법 이슈와 관련해선 올해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메타버스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와 게임을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용역으로 진행된 '메타버스와 게임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서도 메타버스와 게임을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입장이 명시됐다. 메타버스와 게임물 간 공통점이 많지만 메타버스는 의사소통과 사회적 활동이 기술과 결합된 플랫폼으로 게임물과 동일한 것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이 실렸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지점은 메타버스와 게임을 동일시 할 수 없다는 것이지 모든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는 하나의 '플랫폼'이고 그 안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본다면 게임물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을 수 있다.

게임법이 이슈가 되는 것은 메타버스를 게임물로 보는 순간 게임산업법상 각종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게임산업법내 '게임물' 정의를 개정하거나 메타버스 관련 법령에서 게임법 적용을 배제하는 예외 조항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게임산업법 제2조 제1호 다목을 보면 '게임물과 게임물이 아닌 것이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것'은 게임물이 아니라고 하는데, 찾아보면 관련 고시가 없다.

오래전부터 게임성은 있으나 학습이나 안전, 보건, 의료 등이 주된 목적이고 오락성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한 것들은 과감히 게임물에서 제외하자고 말해왔다. 이를 위해선 게임산업법 제2조 제1호의 '게임물'에 관한 정의 중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이라는 부분을 삭제하고, (다)목에서도 '혼재'라고 할 것이 아니라 게임물과 게임물이 아닌 것이 혼재돼 있더라도 주된 목적이 오락이나 여가선용이 아닌 것은 게임물에서 제외되도록 개정하는 등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게임물인 메타버스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일도양단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게임물로 볼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에 따라 적용되는 법령을 판단해야 한다.

두 번째 이슈인 '가상융합경제법'의 경우 연구를 하다가 알게 된 것인데 정부는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실감콘텐츠 등 이름 하에 관련 정책이나 지원 사업을 수립해서 진행해왔다. 그 맥락에서 지난해 8월에 AR·VR 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했고 12월에는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디지털 뉴딜 1.0에 그 개념이 도입됐다가 디지털 뉴딜 2.0에서는 메타버스가 매우 중요한 내용으로 강조됐다. AR·VR나 메타버스 관련 이슈를 분석해보면 그 자체에 관한 이슈도 있겠지만 대부분 타 산업, 타 도메인과 융복합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슈가 많다. 의료, 교육, 안전, 국방 등등 매우 다양하다.

현행법을 살펴보면 정보통신융합법, 소프트웨어법, 콘텐츠법, 게임법 등 여러 산업진흥법이 있는데 파편적이고 체계적 규제개선 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도 있지만 특정 사업자가 신청하면 사업모델에 대해서만 엄격한 조건으로 특례를 부여하는 이른바 신청주의 기반 프로젝트형이다. 그러다보니 동일한 사업모델에 대해서 수십여개 기업이 별도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다. 누구는 지원금을 받고 늦게 신청한 기업은 못 받는 등 불합리한 점이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상융합경제법에서는 '임시기준 제도'라는 것을 도입해 산업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으면 사업자나 협회, 교수 등 제안 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직권으로 규제 소관부처에 적용할 임시기준을 만들라고 요청하는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앞서 게임물과 관련해서도 법령을 개정하거나 고시를 만들기 어렵다면 행정부가 갖는 권한의 범위 내에서 '목적론적 축소해석'을 해서 게임물의 범위를 제한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무총리와 민간 전문가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가상융합경제위원회'를 두고 특히 상시적인 규제개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가상융합산업규제개선위원회'를 발족했다. 가상융합전문기업에 각종 지원을 하고 특히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조세특례제한법도 함께 개정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관련 입법을 준비 중이고 국회에서는 조승래 의원실에서 법안을 거의 마무리해서 보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메타버스 관련 이슈가 너무 넓다보니 국회에서 심의하는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되지만 일단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2년에 대선이 있긴 하지만 산업 육성을 위해서 여야가 합의해서 조속히 입법되기를 바란다.

△사회=해외와 역차별 지적도 나오는 상황인데.

△송도영=국내 ICT, 빅테크 기업이 항상 하는 말이 역차별이다. 이와 관련해 '역내국민대우'라는 개념을 오래 전부터 말해왔다. 역내국민대우는 해외 기업에 부과되는 혜택이 있으면 우리나라 기업도 동일하거나 적어도 그에 준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해외기업이 받는 혜택이라는 것이 사실상 우리나라 법을 강제할 수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많다. 그러나 그것이 규범적으로 불법이라거나 반사회적인 것이 아니라면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메타버스 관련 연구를 하면서 해외 입법례도 많이 찾아봤다. 우리나라는 엄격한 포지티브 규제체계, 즉 법령상 근거가 있어야 행동을 할 수 있는 체계인 반면 미국 등은 네거티브 규제체계, 즉 법령에서 금지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법체계다. 그러다보니 해외에서 메타버스 관련 직접적 육성 법안을 찾기는 어렵다. 미국도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고성능 정보 처리법에 근거해 연구 개발을 하기는 하지만 메타버스만 한정한 연방법은 없다. 영국, 중국, 네덜란드 등은 VR 산업 육성을 위한 클러스터나 산업단지를 조성해서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체계나 행정체계를 현실적으로 볼 때 관련 법을 제정하거나 기존 법령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석,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대규모 또는 다양한 시범사업을 실시해서 실질적 수요를 창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관의 수요가 민간의 창의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온 것도 사실인만큼 민간중심의 산업 발전이라는 큰 방향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사회=온라인 기반 서비스인만큼 보안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메타버스 서비스에서 예상되는 침해나 위협의 형태는.

△정일옥(이글루시큐리티 전문위원)=

아직은 기존 이슈로 메타버스 보안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메타버스를 크게 콘텐츠, 플랫폼, 디바이스 등으로 나눠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플랫폼 보안 이슈로는 로블록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테스트서버에 접근해서 권리자 권한을 얻고 쿠키를 따서 관리자 서버에서 화폐를 대량으로 만들고 변조했다. 이 방식은 지금도 다른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다. 이와함께 오픈소스가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 디바이스 측면에서는 기존 보안 이슈와 더불어 뇌활동 관련 부작용이나 이명 등이 문제로 보고되고 있다.

보안 최대 이슈는 역시 데이터다. 메타버스에서 나오는 데이터 자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다양하고 영역이 넓다.

메타버스 상에서 개인정보가 어느 시점에 누구에게 공유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 소지가 된다. 메타버스라는 종합 서비스는 이용자 소비 습관, 위치정보, 생체정보 같은 개인 정보를 거의 매순간, 실시간으로 공유·활용하기 때문에 규제 범위를 설정하기 까다롭다. 메타버스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법적으로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슈다. 메타버스를 통해 모르는 사이에 행적이 노출될 수 있고 행태 등도 분석가에 의해 '나'의 특징으로 분석될 수 있다.

이를 보호하는 규정은 없는 상태다. 메타버스 안에서 발생하는 화폐 등은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메타버스 선결 과제로 금융 관련 보안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메타버스 기획 단계부터 보안 측면을 감안해서 개발돼야 한다.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가 만들어지고 수집되지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어떻게 보호할지는 구체 방안이 없다.

디지털 콘텐츠 및 IP는 현재 대응 체계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가상 세계에선 NFT를 통해 소유권을 증명한다. 그러나 창작자가 아닌 누군가 먼저 NFT를 통해 창작물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2차 창작물의 NFT 소유권이 원저작물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에선 특정 브랜드 물건을 무단 복사해 사용할 수도 있다. 콘텐츠 생산자는 기존 콘텐츠 보호 기술인 DRM 기술을 활용, 메타버스 콘텐츠 보호 및 모니터링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또 메타버스 콘텐츠 유통 및 저작권 보호를 위한 새 규정을 수립해야 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