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수 4위 박장현 "노래 그만두려했던 때 만난 국민가수..실수 받아준 팬들 덕에 치유"

최보윤 기자 2022. 1. 1. 02: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가수 톱 7 연쇄 인터뷰 시리즈-박장현>
마음의 병 대중에 공표하게 된 국민가수
매번 다음 무대 오르는 게 기적 같아
'괜찮아!'라는 관중 응원이 암흑 속 빛이 돼
다시 일으켜준 팬들 위해 희망 주는 가수 되고파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최종 4위에 오른 박장현 / 장련성 기자

“사실 저 이별을 결심했었어요. 제가 그렇게 사랑했던 노래와. 노래에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마냥 붙잡는 제가 비참해 지는 것 같아 헤어지려 한 거죠. 아니, 화해하려고 제대로 시도조차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냥 모르는 척하고 살아야겠다, 했는데 이렇게 다시 무대 앞에 섰네요. 제가 노래할 수 있게 받아주시고 따뜻하게 맞아주신 국민 모든 분께 정말 감사드려요.”

박장현(32)의 눈이 어느새 글썽거렸다.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최종 4위로 마무리한 그는 “고통스러운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한 무대 한 무대 거치면서 다시 노래할 수 있다는 게 기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도전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팬들을 술렁이게 했던 화제의 인물이다.

지난 2011년 ‘슈퍼스타K3′에 도전해 빼어난 감성과 안정적인 고음을 선보였고, 2016년 4인조 남성 그룹 ‘브로맨스’로 데뷔해 리더를 맡았다. ‘명품 보컬’ ‘화음자판기’라는 수식어가 붙은 실력파 그룹이다. 어린 시절 별명은 ‘카세트테이프’. 친구들이 쿡 찌른 뒤 ‘재생’이라 외치면 웬만한 노래는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제가 항상 ‘삶의 이유’에 대해 자문하는 편인데 이번 국민가수를 통해 ‘희망’이란 키워드를 찾게 됐어요. 도망치지 않고 부딪혀 극복해 내면서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간 것 같아요. 몸과 마음의 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되고 싶어요.”

방송 중 공개된 박장현과 딸 지우/TV조선

박장현의 휴대폰 바탕 화면에서 딸 지우의 영상이 그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제 희망의 원천이기도 하죠.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돼야겠다, 포기하지 않고 이겨냈다는 걸 보여줘야겠다 마음먹었죠.” 지난해 결혼한 그는 어느덧 ‘지우아빠’라는 호칭이 익숙하다고 했다. 눈가가 벌게졌던 그가 휴대폰에 시선을 맞추는 동안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눈물을 닦아냈다.

◇'제발 부르게 해주세요’ 빌고 또 빌었던 ‘거짓말...’ 무대

박장현은 매 무대를 ‘기적’이라 표현했다. 그만큼 무대 뒤에서 자신과 보이지 않는 싸움을 전쟁처럼 치러낸 것이다. 경연에 나왔지만 상대보다 자신을 먼저 견뎌내고 이겨내야 했다. 결승전 1라운드 레전드 미션 ‘거짓말이라도 해서 널 보고 싶어’ 무대는 정말 ‘거짓말’처럼 그에게 악몽처럼 찾아와 그에게 과거의 망령을 되 씌우는 듯했다.

결승 1라운드 '거짓말...' 도입부를 놓친 박장현. 하지만 관객과 레전드의 응원끝에 이내 노래를 끝까지 마쳤다/ TV조선

“정말 어려운 노래거든요. 중간 중간 숨쉬는 부분까지 다 계산해서 어떤 버전이든 완벽하게 해낼 수 있게 수십가지 편곡을 다 외웠어요. 그런데 리허설날 그동안 경연을 치렀던 곳과 장소부터 모니터 세팅까지 다 바뀌었더라고요. 제가 동선까지 머릿속에 다 시뮬레이션을 해 놓았는데 그게 흐트러지면 당황하는 편이거든요. 게다가 경연이잖아요. 연습 때 그렇게 완벽하게 해냈는데 리허설 때 제대로 노래를 못 부르니 극도의 불안감이 몸서리치게 밀려오더라고요.”

드디어 결승 1라운드. 무대에 선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려는 데 음악이 들리지 않았다. 아니, 그에게만 들리지 않은 것이다. 이미 전주는 시작됐는데 그의 귀에는 묵음만이 흘렀다. 입을 어디서 떼야 할지,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몰랐다. 기도했다. ‘제발 부르게 해주세요. 여기서 무너지면 전 다시 노래할 수가 없어요. 노래 좀 하게 해 주세요. 여기서 멈추면 안 돼요. 저에게 더 많은 고통을 주셔도 되는데, 제발 여기서만큼은 노래하게 해주세요…’

슈퍼스타K3에 출전했을 때도 똑같은 일을 겪은 적 있다던 그다. 연주가 들리지 않는데 관객들 박수에 맞춰 노래를 부르자니 어디서부터 들어가야 할지 몰랐다. 무대에 홀로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듯한 두려움.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이러다 무대가 끝날지도 모를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 그런데 그에게 ‘거짓말’처럼 기적 같은 변화가 생겼다. 조금씩 그의 귀가 열렸다.

“관객석에서 ‘힘내요’ ‘괜찮아요’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인이어 끼고 있는데도 반주 소리가 마치 백지장이 된 듯 멍했는데, 그를 뚫고 팬분들의 응원 목소리가 들려요. 그때부터 연주 소리도 들리면서 끝까지 부를 수 있었죠. 내가 실수해도 사람들이 날 기다려주는구나. 전 몰랐거든요. 실수하면 끝인 줄 알았어요. 무명이 길어져서 그런지, 여러 번의 실수가 저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녀서 그런지 정말 완벽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기다려주시는 거에요. 정말 행복했어요. 그날이 제 평생 기억에 남을 거에요.”

국민가수 4위 박장현 / 장련성 기자

◇인생 전부라 생각했던 노래…하지만 그 노래로 삶이 망가졌다

그가 리더를 맡은 ‘브로맨스’는 모두가 메인 보컬이라 불릴 정도로 감성을 자극하는 목소리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8년 한 방송에서 그가 음이탈 실수를 한 것이 무대 공포증을 키웠다. 그 당시엔 음이탈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영상이 100만 뷰를 넘는 등 그룹 이름을 대중에 알리는 큰 역할(?)을 했다. 음이탈 장면만 따서 개그 소재로도 쓰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의연하게 웃어넘겼다. ‘역대급 음이탈’이라고들 했지만, 그 덕에 브로맨스를 찾아보면서 그들의 내공 깊은 ‘진짜 실력’을 알아본 팬들이 급격히 늘었다. ‘고음 강자’ 박장현을 인정해야 한다는 팬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방송으로 영원히 ‘박제’된 그 장면은 박장현 스스로에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됐다. 이듬해 ‘보컬플레이’에도 도전했지만 무대는 그에게 자유보다는 압박이 됐다. 잘하면 하려고 마음먹을수록 무대는 멀고 먼 벽처럼 느껴졌다. 최근까지 인기 드라마 ‘오! 삼광빌라’(박장현)와 ‘연모’(브로맨스) OST를 부르며 식지 않은 보컬 능력을 과시했지만 그는 가수 활동을 그만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노래가 제 인생 전부라고 생각했거든요. 부모님 반대에도 ‘죽어도 노래해야겠다’고 선언했죠. 입시학원비 모으려 새벽 야간반 일용직 노동일도 해서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대학도 진학했어요. 데뷔까지 하고나니 꿈을 이루는구나 했죠. 그런데 제가 노래를 택하니, 집안에 안 좋은 일이 계속 생겼어요. 부모님 사업이 굉장히 잘 됐었는데 제가 데뷔한 뒤 한순간에 기울었고요. 제가 맏이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 같은 회한이 멈추지 않는 거에요. 전 항상 강한 사람이었고, 리더였고, 맏이였고, 믿음을 져버리지 않은 사람이었죠. 하지만 노래를 하고 대중에 나서면서 제 삶이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자책과 원망이 심해졌어요.”

공황장애 등을 딛고 국민가수 4위에 오른 박장현 / 장련성 기자

‘국민가수’에 도전하기 전 배달 삼겹살집을 할까 하고 친구들과 부동산 다니며 새 길을 알아보던 차였다. 여기저기 뛰어다녀봐도 선뜻 결정을 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내일은 국민가수’ 포스터. ‘내 꿈이 국민가수였는데…’ 포스터를 한참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다 다시 바라보다를 반복했다.

“어느날 친한 동생이 ‘형 국민가수라는 공고 봤어? 난 태어나서 형처럼 노래하는 사람 못 봤어. 거기 나가봐요’라는 거에요. 마음이 요동치더라고요. 정말 힘들게 고민하고 아내한테 말했는데 ‘하고 싶은 건 해야지. 당신이 하는 일인데 무조건 응원이야. 우리가 뭐 굶어 죽겠어’라면서 저한테 힘을 주는 거에요.” 코로나로 공연 등을 거의 할 수 없게 되면서 수입이 월 4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아내는 불평 한마디 없었다. 지원서를 직접 쓰고 나니 이전과는 또 다른 떨림이 그에게 찾아왔다.

◇'국민가수’ 통해 마음의 병 공개…중도 하차 고민 끝에 고른 ‘한숨’

그는 “국민가수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지만, 처음엔 나가야 할지 말 지를 굉장히 고민했다 했다. “아픈 걸 그동안 숨기려고 했거든요. ‘국민가수’가 제 힘든 상태를 대중에 처음으로 알리는 장이었어요. 그걸 들켰잖아요. 부모님이 너무 아파하시면 어떡하지, 부모님도 모르고 계셨던 부분인데 이렇게 갑자기 알게 돼 충격받으시면 어쩌지, 또 어딜가나 정신적으로 병든 사람 취급받으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들이 밀려왔어요.” 아니나 다를까. 마스터 예심 뒤 그는 호흡곤란을 호소하기도 했다. “녹화에 피해를 줬다는 게 너무 죄송하고 싫었어요. 흔들리면 안 된다 했는데 무너져버린 거죠.”

그래도 다시 돌아왔다. 본선 1차전 ‘국민가수전’에서 무명부 박창근·권민제와 함께 이선희의 ‘알고싶어요’로 올하트를 받으며 그에게도 황금길이 펼쳐지는 듯 했다. “마스터님들께 극찬받고 잘 끝났는데 이상하게 숨이 가파지면서 다시 공황상태가 오는 거에요.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는 거에요. 난 정말 안 되는 사람인가, 제작진에 피해를 주느니, 중도 하차해야 하나 방황했죠. 본선 2차전 데스매치 곡을 골라야 하는데 곡도 도저히 못 고르겠고, 녹화장 한 바퀴를 돌면서 계속 저를 추슬렀죠.”

'한숨' 을 부르고 있는 박장현/ TV조선

그렇게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게 길을 걷고 또 걸으면서 선택한 곡이 이하이의 ‘한숨’. 자신을 위한, 또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준 이들을 위한, 또 자신 이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바치는 그의 자기 고백이자 스스로에 대한 화해이며 격려다.

◇’한숨’을 부르며 나는 웃어보일 수 밖에 없었다.

작가님께 “그만두겠습니다”라고 말하려던 순간 떠오른 곡이 ‘한숨’이었다. 그렇게 ‘한숨’을 중얼거린 지 얼마 뒤. ‘한숨’을 고른 지 정확히 20분 뒤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했다. 그의 코끝이 다시 벌게졌다. “저 데뷔 때부터 키워주셨던 매니지먼트 회사(RBW) 부사장님이 계시거든요. 정말 저한테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제가 아픈 것도 알아봐 주시면서 격려 하주신 분이셨죠. 당신도 (암투병으로) 많이 고통스러워 하셨으면서도 저를 그렇게 챙겨주셨어요. 그런데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거에요.”

박장현의 눈에서 눈물이 물줄기를 만들어갔다. “회사 누나가 그 말씀을 전해주시면서 ‘네가 다음에 부를 곡 고를 때까지 기다리셨나 보다’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 말씀에 ‘부사장님 때문에라도 그만해야겠다, 못하겠다는 마음 가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는 박장현 / 장련성 기자

“여기 출연 결심하게 되면서 정말 잘해내는 모습 보여 드리고 싶었거든요. 당신도 그렇게 아프시면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저를 생각해 주셨다니, 내가 아프니까, 내 아픔만 앞세워 그렇게 고마운 분들의 진심 어린 응원을 잊고 있었던 거에요. 보답드리고 싶은데 돌아가셨으니 제가 어떻게 해 드릴 방법이 없잖아요. 장례식장을 찾아 밤새 울고는, 맹세했어요. ‘한숨’을 부르면서 절대 울지 말자고. 끝까지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저에 대한 응원이기도 했지만 저를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 또 부사장님께 바치는 선물이기도 했어요.”

◇겨울에 생각나는 사람이고 싶다.

박장현은 애써 웃음을 찾으려 했다. 이미 유튜브 라이브나 네이버 나우 등을 통해 재치 넘치는 입담을 선보였던 그다. 아팠고, 힘들었고, 극복했고, 이겨냈기에 생겨나는 자신감이라고 했다.

“최종 결승전 ‘인생곡’으로 부른 ‘살다가’도 준비한 것에 90%도 못 부른 것 같거든요. 하지만 매번 기적을 체험하면서 제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깨닫게 됐어요. 노래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노래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좋아요. 톱 10 친구들도 다 훌륭하고 재밌는 친구들이고, 서로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도와주고 그러거든요. 언제 경연을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에요.(웃음)”

겨울 남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박장현 / 장련성 기자

그는 ‘겨울의 남자’이고 싶다 말했다. 겨울을 좋아하기도 하고 겨울에 따스함을 선사하는 목소리로 기억되고 싶다 말했다. ‘미아’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이들을 생각하며 힘이 되고 싶어 불렀다. ‘겨울 사랑’도 그런 의미에서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정말 바닥까지 찍었다고 생각하고, 노래와 헤어지려 했는데 이렇게 살아나서 치유되니 감사하죠. 정말 여러분이 절 일으켜 세우신 거에요. 다시 노래 부를 수 있게 해주셔서, 무대에 다시 오르게 해주셔서 고맙고 또 고마워요. 저에게 ‘약’이 돼 주신 모든 팬분들, 방송에서 콘서트에서도 많이 만나고 싶어요.”

이제는 가족같이 친해졌다는 국민가수 톱7 맨 왼쪽부터 이병찬, 김동현, 손진욱, 이솔로몬, 박창근, 고은성, 박장현 / 장련성 기자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