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칼질 기정사실화, 양도세·종부세 또 바뀐다

황정일 2022. 1. 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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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수표’된 부동산 세제
“어쩌다 보니 2주택이었고, 11월에 집 한 채를 팔았는데 양도소득세 계산에 애를 먹었습니다. 양도세 업무는 안 한다는 세무사가 많아요. 너무 복잡해서 계산을 잘못했다가는 가산세를 무는 등 된통 당할 수 있으니. (부동산) 세금 체계, 정말 이상합니다.” 최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 온 사연이다. 아이디가 ‘to76***’인 이 네티즌은 “정부가 국민들을 골탕 먹이려는 게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부동산 관련 세금 계산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이다.

25번에 이르는 부동산 대책과 논란이 일 때마다 고치고 고쳐 ‘누더기’가 된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올해 또 바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2일 “1주택을 보유한 서민·중산층의 보유세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해 주는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종부세 경감을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의 종부세 세제 ‘개편’에 이어 3월 대통령 선거 이후에는 또 다시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여야할 것 없이 부동산 세제 개편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의 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양도세 업무 포기’ 세무사 속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2일 “1가구 1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2022년 공시가격 변동으로 인한 재산세·건강보험료 등 부담이 늘지 않게 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은 3월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8일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바꾼 바 있다. 이처럼 부동산 세제가 수시로 바뀌면서 납세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차치하고, 세금 계산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양도세는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수시로 바뀌고, 세금에 또 세금을 매기면서 ‘양포(양도세 포기) 세무사’가 속출하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매년 양도세 규정을 강화했다. 2017년 8·2 대책에서는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양도세를 20%포인트 중과하고 조정대상지역 내 1주택자의 비과세 요건에 2년 거주를 추가했다. 2018년 9·13 대책에서는 9억원 이상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에 2년 거주를 넣었다. 2019년에는 1주택 비과세 보유 기간 요건을 1주택 보유 시점부터로 변경했고, 이와 동시에 1년 미만 보유 주택의 양도세율을 50%로 올렸다. 2020 7·10 대책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30%로 높였다. 세금을 이렇게 매년 쉼 없이 바꾸면서 다주택자의 양도세는 ‘난수표’가 됐다.

서울의 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양도세는 주택 수·위치·면적·취득시점·거주현황 등에 따라 규모가 수억원까지 달라진다”며 “경우의 수를 하나라도 놓치면 납세자에게 작지 않은 피해가 돌아오기 때문에 가급적 다주택자의 양도세 업무는 맡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양도세의 복잡성은 국세청에 접수된 서면질의 건수에서도 드러난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국세청에 접수된 양도세 서면질의 건수는 3243건으로 2019년 1763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양도세 계산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져 국세청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예가 많아진 것이다. 추 의원실은 “납세자들이 ‘국세청이 양도세 계산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셈”이라며 “세금 체계가 복잡할수록 불공평과 비효율이 커지는 만큼 서둘러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계산해 고지하는 종부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양도세처럼 경우의 수가 많다보니 정부의 계산 실수가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5~2019년 귀속 종부세 중 428건의 고지 오류를 발견했고, 약 3억원 가량을 환급한 바 있다. 지난해는 특히 종부세 대상이 급증하면서 고지 오류도 크게 늘어났다. 이를테면 재개발·재건축 한 주택의 취득일을 신축 주택 취득일로 계산하는 식이다.

국세청은 단순 오류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세제를 활용하면서 주요 기준 등이 수시로 바뀐 영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게 임대사업자의 종부세다. 정부는 2018년 9·13 대책에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폐지했지만 2018년 9월 13일 이전에 취득한 주택에 한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면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 종부세 계산 실수로 3억 환급도

그러나 2018년 9월 13일 이전에 취득한 재개발·재건축 대상 주택이나 신규 분양 아파트의 취득 시점을 잘못 계산하는 오류가 많았다. 김종필 세무사는 “지난해 종부세 오류 의심 건수 가운데 2018년 9·13 대책으로 파생한 부과 오류가 다수 발견됐다”고 전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종부세는 납세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구제 받을 수 없는데 계산식과 부과 기준 등이 너무 복잡하다보니 납세자 스스로 검증하기 어렵다”며 “세금 관련 규정을 검증도 없이 급하게 바꾼 데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땜질 처방을 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3월 대통령 선거 이후에는 또 다시 양도·종부세 규정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여야 유력 후보들이 모두 부동산 세제 개편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후보는 요즘 날마다 양도·종부세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28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직이나 취학 등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된 분들은 구제해야 한다”며 “양도세처럼 종부세도 일시적 2주택자를 1주택자로 간주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앞서 이 후보는 양도세 중과 1년 유예를 주장해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정부와 여당이) 동의가 안 되면 선거 끝난 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도 했다. 자신이 당선되면 양도세를 뜯어 고치겠다는 의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외치고 있다.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양도세 개편 등이 주요 공약이다.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은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인하하고, 일정 소득 이하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서는 연령에 관계없이 매각·상속 시점까지 이연 납부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윤 후보는 1주택자 취득세율 단일화·단순화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단순 누진세율을 초과 누진세율로 변경하고 조정지역 2주택 이상에 대한 과도한 누진세율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대통령 선거 이후 정권에 따라 개편 방향은 다르겠지만 어떤 식으로 개편하든 세금은 기본적으로 투명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취득세도 주택 수·공시가 등 ‘경우의 수’ 복잡

「 주택의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와는 결이 좀 다르지만, 주택 취득세도 양도·종부세 못지않게 복잡하다. 정부가 주택 투기를 막겠다고 취득세를 대폭 끌어 올린 영향이다.

2020년 7월 이전까지만 해도 개인이 집을 살 때 취득세율은 1~4%(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 제외)였다. 시가 9억원 이하 1주택자는 1%,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는 2%, 12억원 초과는 3%이고 4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는 4%를 적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데다 경우의 수가 ‘생애 최초 구입’ 정도여서 계산이 어렵지 않았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는 취득세가 감면된다.

하지만 정부는 2020년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확 끌어 올렸다. 무주택자가 집을 살 땐 종전처럼 1~3%를 적용하지만 집이 한 채 있는 사람이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사면 8%, 집이 두 채 있는 사람이 또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사면 12%를 취득세로 내야 한다.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곳의 주택을 살 때는 무주택자나 집이 한 채 있는 사람은 1~3%, 집이 두 채 있는 사람은 8%, 집이 세 채 이상 있는 사람은 12%를 내야 한다.

공시가격이 1억원 미만인 주택은 누가 사든 주택 수나 규제지역 여부에 관계없이 취득세가 1%다. 단순했던 취득세에 ▶주택 수 ▶규제지역 ▶공시가격이라는 경우의 수가 생긴 것이다. 생애 최초 구입자는 7·10 대책 이전에는 신혼부부가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서울·수도권 4억원 이하, 지방 3억원)을 생애 최초로 구입할 때만 감면해줬으나, 지금은 만 20세 이상이면서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라면 주택 크기나 혼인 여부에 관계없이 감면을 해준다. 다만 집값 기준은 그대로다.

그런데 이 기준을 비롯해 취득세 역시 올해 또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 50% 감면 혜택 기준을 서울·수도권 6억원, 지방 5억원으로 각각 올리고 취득세 최고세율 부과 기준도 12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도 보유세를 강화하면 취득세와 같은 거래세는 낮추겠다는 게 기본 구상이다. 대선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든, 취득세 역시 또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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