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수' 박창근 "30년 노래했는데 무명부, 심적 흔들림 있었죠"

이재훈 입력 2021. 12.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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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지난 23일 종방 '내일은 국민가수'서 1위
1993년 대학 노래패서 활동 시작…1999년 데뷔 음반

[서울=뉴시스] 박창근. 2021.12.31. (사진= n.CH엔터테인먼트, TV조선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인 지천명(知天命)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가수 박창근(49)의 정갈한 노래와 초연한 태도의 이유 말이다. 그의 내력(來歷)이 남달라 쌓인 성품(聲品)과 인품이다.

오디션에 연연하지 않은 박창근이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에서 우승을 한 일은, '노래 자체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다. 그가 결승 '인생곡 미션'에서 부른 자작곡 '엄마'(정규 4집 '바람의 기억'(2015) 수록곡)을 듣고 눈시울을 붉히지 않은 시청자는 없었을 게다.

"사람들이 모르는, 잔잔한 자작곡을 부르는 데서 묵묵히 반평생을 음악해온 사람의 품격과 자존심 정직함이 느껴졌다. 인생곡이야 맞겠지만 (대중적으로)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정말 대단"(누리꾼 소X)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그런 그가 '국민가수' 처음에 무명부로 속해 있을 때 의아하게 여긴 시청자가 한두명이 아니다. 1993년 대구대 노래패에서 노래를 시작해 포크 팀을 만든 그는 1999년 자체 제작한 데뷔 앨범으로 정식 데뷔,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다.

고향(대구)이 같은 김광석의 감성을 잇는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일찌감치 지목됐다. 2011년 인디 가수 소개 플랫폼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게재된 '소년이 소녀에게' '푸른 바다와 그대 꿈에 관한 이야기'는 명곡으로 회자된다. 2018년 발표한 '우린 어디로 가는 걸까요?'는 철학적이고 깊은 메시지로 평단이 주목 하기도 했다.

김광석 노래를 묶은 주크박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2012년과 2013년 대구와 서울에서 공연했을 때, 주인공 '이풍세' 역을 맡기도 했다.

"'국민가수' 첫날 무명부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 약간은 흔들림이 있었어요. 아웃사이더로 있었지만,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현실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니, 많은 대중 분들이 저를 모르는 게 사실이었죠. 그런데 심적인 흔들림이 있었던 건 그 하루였어요."

[서울=뉴시스] 박창근. 2021.12.31. (사진= TV조선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9일 오후 논현동에서 만난 박창근은 이렇게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박창근은 오디션에서 드문 캐릭터였다. "경연 참가자가 이처럼 전투력이 없다니"라는 탄식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다른 동료의 무대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거나, 어떤 결과에도 의연했다. 정말 오디션에 욕심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아니 실제 그는 우승 여부는 상관 없었다.

사실 박창근은 오디션에 출전할 계획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국민가수' 작가가 거듭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다 작가와 나눈 이야기 중 하나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박창근 씨의 행위나 모습, 노래, 목소리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었다.

"이런 모습으로 노래를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 마음으로 계속 갔어요. 그러다 팀 미션을 하면서 동료들이 너무 좋아졌어요. '음악으로 갈구하는 모습'들이요. 이렇게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서로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아지고, 그걸 나누는 시간들도 좋았죠. 오디션 프로그램이니 '이기고자 하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는 말도 들었는데, 그런 요구를 받았을 때는 머리 속이 복잡해지고 힘이 들더라고요. 그런 때 정서가 불안정했어요."

'국민가수' 1위 상금은 현실적으로 알뜰하게 사용할 계획이다. 빚을 갚고, 이날 인터뷰에도 함께 한 '국민가수' 톱10에게 선물을 주고, 집의 누전누수된 부분을 수리하는 것 등이다. 자신이 노랫말 홍보대사로 있는 시민운동 단체 '맑고 향기롭게' 등 몇몇 자선단체에도 일정 금액을 기부할 계획이다.

1위가 결정된 마지막회 시청률이 18.8%(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는 등 '국민가수'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누렸던 만큼 박창근은 자연스레 '연예인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서울=뉴시스] 박창근. 2021.12.31. (사진= 온스테이지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박창근은 "저라는 캐릭터는 (연예인의) 고려의 대상이 안 되겠나"는 생각이다. "온전히 극장에서 관객과 울고 우는 시간을 많이 마련하는데 저를 사용해주셨으면 해요. 제가 축적돼 왔던 것이 그런 거 같아요. 사람들과 함께 체화해온 것을 나누고 싶어요."

박창근은 톱10과 함께 내년 2월 26~2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을 시작으로 '내일은 국민가수' 톱10 전국투어를 돈다. 맏형인 박창근은 "제 나이 때문에 친구들이 불편할 거고, 제가 못 따라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다"면서 "친구들이 그런 내색을 전혀 안 해서 고맙죠. 앞으로 더 누가 안 돼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

생명, 채식에 대해 노래해온 박창근은 "지금까지 세상에 대해 표현해보고 싶었던 걸 노래했고, 의미로는 잘 전달이 된 거 같다"고 여겼다. 다만 "음악의 형식이 거칠어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이 힘들었다"고 자기 진단을 했다.

최근엔 지구의 현실에 대해 고민 중이다. "환경에 대해 깊은 탐구를 하고 싶다"는 얘기다. '국민가수' 우승 이후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는데 향후 활동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국민가수' 활동과 (제가 해온 것이) 같이 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 생겼어요." 들뜨지 않고 항상 삶과 노래의 중심을 찾는 박창근은 이제 진짜 국민가수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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