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스타트업, 경제 지도 바꿀 것..GDP 50% 차지할 날 온다"

안소영 기자 입력 2021. 12. 30.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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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Interview] 틸라이 라잔 에이 인도공과대(IIT) 마드라스 교수·매니시 새브하왈 팀리스 창업자

‘31개.’ 올해 초부터 12월 초까지 인도에서 탄생한 유니콘 수다. 인도 유니콘 전체(51개)의 60%에 달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사망자가 급증했으나, 인도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금은 쏟아졌다. 스타트업은 인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계층 사다리다. 에듀테크 기업 바이주스는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올라섰고,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조마토, 폴리시바자르, 페이티엠 등은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여성인 나이카 창업자는 스타트업을 통해 유리천장을 깨고 남성 중심의 인도 사회에 도전하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을 쏟아내고 있는 인도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이 인도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파헤쳐봤다. [편집자주]

“Start up India, Stand up India(스타트업 인디아, 스탠드업 인디아·스타트업으로 인도를 일으켜 세우겠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5년 8월 15일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스타트업으로 경제를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6년 후인 올해 독립기념일 연설에서는 “어제의 스타트업이 올해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됐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인베스트인디아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인도 스타트업 투자자 수는 9배, 투자금은 7배 늘었으며, 스타트업 수도 6만 개에 달한다.

그렇다면 인도의 스타트업 약진 비결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은 인도 스타트업이 급성장한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드라스 인도 공과대(IIT) 경영학과 교수인 ‘틸라이 라잔 에이(Thillai Rajan A)’와는 화상 인터뷰를, HR 기업 팀리스의 ‘매니시 새브하왈(Manish Sab-harwal)’ 부회장과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짚어봤다. 인도공과대는 ‘인도의 MIT’라고 불리며, ‘개발도상국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교육기관’ ‘세계 3대 공과대학’이라는 평을 받는다. 마드라스, 델리, 고아 등 여러 곳에 캠퍼스가 있다. 인도 증시에 상장돼있는 팀리스는 현재까지 170만 명의 고용을 지원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해왔으며, 정부와 함께 교육기관을 세우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인도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이렇게 커진 것은 모디 총리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 중산층 규모 확대 등 시장 변화, 뛰어난 인재들의 도전정신 등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스타트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왼쪽부터 틸라이 라잔 에이(Thillai Rajan A) 인도공과대(IIT) 마드라스 교수 현 인도공과대 마드라스 스타트업·리스크파이낸싱 연구센터(CREST) 수석연구원,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YNOS 벤처엔진’ 공동 창업자 사진 틸라이 라잔 에이 매니시 새브하왈(Manish Sabharwal) 팀리스 부회장 HR 아웃소싱 기업 ‘인디아 라이프’ 창업자, 인도중앙은행(RBI) 이사회 사외이사, 인디안 익스프레스 칼럼니스트 사진 매니시 새브하왈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가 급성장한 원인은.

틸라이 “다양한 요소들이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을 이끌고 있다. 먼저 인도 내수 시장의 소비력이 커졌다. 젊은층이 증가하고 중산층 규모가 확대되며 다양한 제품을 사려는 수요가 늘었고, 이에 따라 수출 경쟁력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많이 개발됐다. 모디 총리의 정책 변화와 투자 자본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모디 총리는 각 부처에 스타트업 관련 정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규제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스타트업들이 비즈니스와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하나 더 말하자면, 인도 내에서 ‘실패에 대한 인내심’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자부심도 커졌다. 점차 많은 젊은이가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매니시 “인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100위권 밖이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어느 국가보다 뛰어나다. 올해 인도의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수출액보다 많다. 현재 인도의 유니콘은 소프트웨어 기술과 투자자들과 인재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한다는 점, 똑똑한 인재가 많다는 점은 물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완화된 규제와 낮은 통신비,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정책 등도 성장세를 이끌었다. 정책 영향도 컸는데, 모디 총리는 인도의 문제가 ‘일자리 부족’이 아니라 ‘낮은 임금’이라는 점에 집중했으며, 기업가를 지원하면서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있다.”

인도 경제에서 스타트업이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욱 커질까.

틸라이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 규모는 전 세계 3위다. 스타트업은 인도 경제 지도를 바꿀 것이다. 현재 인도 경제에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가량인데, 인도 GDP가 5조달러(약 6005조원)로 성장하면 50%까지 확대될 것이라 보고 있다. 인도 경제 성장에 있어선 혁신이 매우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인도 사회와 산업 생태계에 고쳐야 하는 시급한 문제도 혁신을 통해 해결하고 가치 창출, 효율성 증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매니시 “물론이다. 많은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와 창업자들의 능력, 재능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2047년, 인도가 독립 100주년을 맞이할 때면 상위 50개 기업에 스타트업들이 이름을 올릴 것이라 본다. 인도의 스타트업은 인도인의 삶의 속도를 바꿀 뿐 아니라 개방적 문화도 만들고 있다. ‘긍정적인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인도 내 창업자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1970~90년대 고학력 엔지니어들의 70%가 기회가 없어서 인도를 떠났다. 이들의 영어 실력과 대인관계, 커리어를 고려해보면, 앞으로 다국적 기업 고위직에 인도인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동시에 대기업의 품에서 나와 미국이나 인도에서 창업하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다. 인도는 지금껏 인적 자본 이탈을 겪었지만, 앞으로는 인적 자본 유출이 줄고 인도의 풍경도 바꿀 것이다.”

인도 유니콘 스타트업 중 핀테크와 이커머스가 가장 많다. 이유는.

틸라이 “인도에는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국민의 평균 소득이 높지 않고, 인구수 대비 소득 수준도 낮다. 대출, 보험 등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핀테크 산업이 크게 성장한 이유다. 이커머스 스타트업이 발달한 이유는 인도 인터넷 이용료가 낮다는 점이 한몫한다. 인구가 많기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이 낮은 가격에 인터넷과 모바일 접근을 제공할 수 있다. 향후 5G(5세대) 같은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인도 소비자들의 제품 및 서비스 접근 방식을 또 한 번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별 특성도 스타트업 발전에 영향을 미쳤나.

틸라이 “인도는 면적이 매우 크고 지형도 다양해 도시별 편차가 큰 편이다. 예를 들어 북부 지역은 매우 극단적으로 춥거나 더운 편이다. 반면 남부 지역은 기후가 온화해 북부 지역과 소비 패턴이 다르다. 남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도시가 진보적이며, 지역별로 중요시하는 가치, 소비 패턴 등이 다른 편이다. 창업 생태계에도 차이가 있다. 벵갈루루는 미국 실리콘 밸리처럼 기술 및 IT 서비스가 강하다. 뭄바이는 미국의 뉴욕과 비슷한 금융 도시다. 금융과 은행,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위주로 강력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인도 시장의 장단점은.

틸라이 “전 세계 인구 규모 2위이고, 젊은층 비중이 높기 때문에 활력이 넘칠 것이다. 막강한 소비력을 자랑하는 중산층도 있다. 신기술과 신제품, 새로운 서비스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도 장점이다. 단점은 인도 소비자들이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인도 내에서는 가격 프리미엄이 붙은 제품과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 기업들의 영업 수익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

인도 시장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에게 조언한다면.

틸라이 “인도는 미국, 한국, 싱가포르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스타트업 성장세가 더딘 편이다. 드물게 여러 유니콘을 세운 연쇄 창업자가 있긴 하지만, 인도 내에서 유니콘을 키우는 데에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목표가 유니콘이라면, 그 스타트업이 큰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지 보는 게 중요하다.”

인도 스타트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점은.

틸라이 “엔젤투자가 활발해져야 한다.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 활동하는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 등을 통해 지속해서 스타트업을 지원해야 한다.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부의 정책도 지속해야 한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Part 1. 유니콘 쏟아내는 인도

· 13억 인구가 끌고, 親기업 정책이 밀고, 中 규제 풍선효과도

· [Infographic] 급증하는 인도 유니콘

Part 2. 인도 유니콘 탐구

· [Interview] 인도 첫 뷰티 유니콘 ‘굿 글램 그룹’ 창업자 달판 상피

· [Interview] 실시간 온라인 교육 유니콘 ‘베단투’ 창업자 밤시 크리슈나

Part 3. 전문가 분석

· [Interview] 틸라이 라잔 에이 인도공과대(IIT) 마드라스 교수·매니시 새브하왈 팀리스 창업자

· [Interview] 인도 부자연구소 후룬인디아 공동 창립자 아나스 라만 주나이드

· [전문가 기고] 신봉길 前 주인도대사가 본 모디의 경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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