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영 "예술계 지원 꿈..죽는 순간까지 연기할 거예요"

조연경 기자 2021. 12. 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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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엔터뉴스〉

큰 산을 넘고 넘어 맑은 공기를 마음 껏 들이 마셨다. 오로지 '연기' 하나만 알고 살았던 40여 년의 인생. 전문가라는 표현도 모자란 '연기장인'의 내공이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찾아 활짝 꽃 피웠다. '배우 김선영(46)의 해'로 봐도 무방한 2021년. 트로피를 품에 안을 때마다 웃음과 눈물이 공존했던 그 얼굴은 올해의 한 컷으로 기억 될 전망이다.

지난 5월 치러진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조연상을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30회 부일영화상 여우조연상, 4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조연상, 42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22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여자연기자상, 8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여우조연상까지 영화 '세자매(이승원 감독)'를 통해 일궈낸 성과가 감동을 부른다.

'세자매'는 김선영이 남편 이승원 감독과 함께 협업한 부부의 작품으로 영화계의 시선을 받았던 영화. 투자와 캐스팅 등 난항을 겪으며 3년 이상의 시간을 매달렸기에 그 열매는 더욱 달콤할 수 밖에 없다. 김선영은 "첫 리딩 날 ''세자매' 이승원 감독입니다'라고 인사한 장면을 절대 잊지 못한다"며 "가편집본을 봤던 편집실에서 펑펑 울며 작품의 완성을 실감했다"고 의미있는 애정을 표했다.

1995년 연극 '연극이 끝난 후에'로 데뷔해 이승원 감독과 함께 극단 나베('나누고 베푸는 극단')를 운영하며 연극을 또 다른 인생의 무대로 이어가고 있는 김선영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로맨스는 별책부록' '동백꽃 필 무렵' '사랑의 불시착' 등 30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 '허스토리' '미쓰백' '내가 죽던 날' '세자매' 등 2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했다.

말 맛이 명장면이오, 눈빛이 서사인 존재감이다. 매 작품마다 "연기 좀 살살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평을 받는 김선영은 외길 인생의 긍정적 영향력을 타고난 능력치로 보여주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연극과 연기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시선조차 돌리지 않았던 세월. "관공서에 가기 전에도 떨려 친언니에게 전화를 했을 정도"라고 말하는 김선영에게는 연기가 곧 삶 그 자체였다.

지난 24일 공개 된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까지 2021년을 누구보다 알차게 채웠다. 그 사이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광' '드림 팰리스' 등 세 편의 영화 촬영도 마쳤다. "캐릭터가 주어질 때마다 머릿속에서, 혹은 주위에 꼭 함께 데리고 다니는 것 같다"는 김선영 나름의 연기 노하우. 2022년에는 대가족의 그림자가 김선영에게 비춰지길 명작 다작 꽃길을 힘차게 응원한다.
〈사진=JTBC엔터뉴스〉
〈사진=JTBC엔터뉴스〉
〈사진=JTBC엔터뉴스〉

-수상의 물꼬가 제대로 트였어요. 백상예술대상에서는 드라마에 이어 영화까지 2년 연속 트로피를 품에 안았죠.
"누구나 그렇겠지만 솔직히 받고 싶었어요. 근데 정말 제 이름이 불려서 너무 놀랐죠. '세자매'가 저에게는 워낙 특별한 영화라 제가 아니어도 우리 팀에서 누구 한명은 꼭 받기를 바랐어요. 매년 받게 돼 좀 부끄럽기도 한데 예능, 연극 부문까지 받으려면 갈 길이 멀었다고 봅니다. 하하."

-언급한 것처럼 '세자매'이기 때문에 조금 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배우들이 워낙 끈끈한 모습을 보였고, 남편 이승원 감독과의 협업작이기도 하죠.
"맞아요. (문)소리 언니, (장)윤주와는 가족 같은 관계가 됐고, 영화도 가족영화처럼 아주 작은 작품이에요. 진짜 가족인 남편과 함께 한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더 좋기도 했고요. 자기 표현이 없는 사람인데 이번엔 정말 좋아해줬어요. 수상을 하자마자 문자가 와 있더라고요. 무언가에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도 오랜만이었어요."

-수상으로 '세자매'라는 작품을 다시 한번 알릴 수 있게 됐어요. 작은 영화의 큰 힘을 보여준 것 같아요.
"개봉 때 많은 관객 분들과 만나지 못해 아무래도 아쉬웠어요. 그래도 영화를 찾아 주신 10만 명에 가까운 관객 분들과, 영화 관계자 분들이 좋게 봐 주셔서 계속 좋은 작품으로 기억되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크랭크인까지 준비가 녹록치 않았던 것으로 알아요.
"정말 오랫동안 준비했어요. 촬영이 진행되기까지는 3년 정도가 걸렸고요. 투자가 딜레이 되기도 했고, 캐스팅에 난항을 겪기도 했죠. 저는 이승원 감독과 함께 3년내내 그 과정을 같이 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지긋지긋하더라고요.(웃음) 첫 리딩 날 다 같이 모여서 인사를 하는데 '와, 진짜 시작 되는구나' 싶었어요. 남편이 ''세자매' 이승원 감독님입니다'라고 말하던 장면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크랭크업 땐 '와, 진짜 끝났구나' 싶었나요.
"전혀요. 믿겨지지도 않았고, 뭔가 슬프긴 한데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첫 편집본을 봤던 날인가? 작은 편집실에서 가편집본을 보는데 그날 진짜 많이 울었어요. 아주 펑펑.(웃음) '이게 이렇게 만들어졌구나' 그제서야 실감이 났던 것 같아요."

〈사진=JTBC엔터뉴스〉
〈사진=JTBC엔터뉴스〉
〈사진=JTBC엔터뉴스〉


-문소리, 장윤주 배우와 웃으면서 우는 모습을 여러 번 보였죠.
"신기하게도 다 기혼자이고, 딸이 있어요. 더 재미있는건 소리 언니와 저는 처음부터 배우의 길을 걸었지만, 윤주 씨는 모델 길을 걸어왔잖아요. 영화에서도 막내만 다른 길을 걸어요. 여러가지로 조화부터 잘 이뤄졌고, 묘하게 밸런스가 맞았어요. 윤주 씨는 이래저래 많이 열려있는 친구예요. 받아들이는 것이 엄청 뛰어나 준비할 때도, 촬영 할 때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소리 언니는 한마디로 부처님이죠.(웃음) 시야가 넓고 일희일비 하지 않아요. 그 내공은 정말…. 평소 생각이나 나아가야 할 방향성 등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세자매' 속 희숙의 가족과 실제 김선영 가족은 극과극 대척점에 있을 것 같아요.
"보여지는 스토리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죠. 정말 멀지 않은 이야기더라고요. 이 영화를 보고 뒤늦게나마 몇 년 전 겪은 아픈 경험들을 털어놓은 사람들도 많았어요. 다 오픈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뿐, 각자의 사연은 있을테니까요. 우리 가족이야 뭐 전형적인 핵가족이고요.(웃음) 요즘 엄마들은 TV에 오은영 박사님도 나오고 하니까 초, 중학생을 키우는데 있어 그래도 예전보다는 의식이 나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럼에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은 존재하고 사회면을 장식하는 사건은 늘 발생하죠. 생각할거리가 많아요."

-과거 스스로를 멋진 엄마, 아내로 정의했었죠.
"생각이 바뀌었어요. 멋진 엄마인데, 멋진 아내 같지는 않아요. 요즘은 특히 더 바빠서. 하하. 그냥 '저 멋진 엄마예요~'라고 던진 마음도 있는데 그게 중요한 포인트는 아닌 것 같아요. 글쎄요. 돌이켜 보면 저는 좀 편협되고 편중된 삶을 살았어요. 연극, 연기 밖에 몰랐거든요. 그 외에 것들은 관심도 없고 진짜 모르는게 너무 많아 삶이 편하지 않았어요. 기계치에, 관공서는 가기 전부터 심장이 떨렸으니까요. 본격적인 연예인 활동을 하기 전부터 그랬어요. 친언니에게 전화하는게 일이었죠. 지금은 또 딸이 저를 많이 도와주는 것 같아요."

영화 '세자매(이승원 감독)' 김선영 스틸


-'세자매'의 세자매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로 소개돼요. 본인은 어떤 표현과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아주 골고루 다 갖췄어요.(웃음) 그래서 좋은 점만을 더 찾아 본다면, 저는 측은지심이 많아요. 뭐든 5초 정도 보고 바로 감정이입이 확 된다고 해야 할까요? 공감대가 아주 높죠. 그러니까 배우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인간은 사랑의 대상'이라는 삶의 태도를 갖고 있어요. 저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희숙은 '미안하다' '괜찮다'고 버티는 엄마죠. 누구나 응어리는 생기기 마련인데, 평소 응어리진 것들을 잘 털어내는 스타일인가요.
"너무 바로 다 이야기 해서 참고 안하는 사람들을 신기해 해요. 때론 부럽기도 하고요. 이게 DNA가 있는 것 같아요.(웃음) 진짜 가슴에 품어야 하는, 누가 알면 안되는 비밀을 제외하고 속상한건 바로 다 말해 버려요. 고민의 종류마다 다르겠지만 해봤자 길어야 한 시간? 그 이상은 고민하지 않으려고 하죠."

-그럴 때 아무 말 없이, 조건없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이승원 감독일까요.
"아니요? 언니예요. 하하. 친언니가 제 인생의 멘토거든요. 언니가 저를 키웠으니까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가장 바쁜 배우 중 한명이 됐어요. '고요의 바다'도 찍었고,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광' '드림팰리스' 등으로 스크린 열일도 이어갈 예정이고요.
"그거 큰~ 오해예요. 러브콜? 쇄도하지 않아요. 하하. 좋은 작품 있으면 많이 많이 보내주시고 소개해 주시길 바라요.(웃음) 다만 영화는 세 작품을 거의 동시에 찍다 보니까 체력 관리가 필요해 운동도 시작하고 홍삼에 영양제를 10알 씩 먹기도 했어요."

〈사진=JTBC엔터뉴스〉
〈사진=JTBC엔터뉴스〉


-지금의 모습이 연기 시작 후 '배우로서 언젠가 이렇게 될 거야'라고 상상하고 생각해봤던 모습일까요.
"아니에요.(웃음) 왜냐하면 처음 연극을 시작할 때 꿈은 연출이었거든요. 지금은 워낙 찾아가는 예술이 많이 생겼지만, 예전에는 예술 자체에 소외된 지역이 많았잖아요? 완전 시골 농촌이나 산골에서 자급자족하며 연극을 만드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어요. 더 큰 꿈을 본다면 NGO 단체를 통해 예술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죠. 그러다 연기를 하게 됐고 연예인이 됐는데, 사실 지금도 지원에 대한 꿈은 진행형이에요. 좋은 일에 후원하고 싶고, 돈으로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저를 써줄 때까지 연예인 일을 계속 할 생각이에요."

-연출에 대한 꿈은 완전히 접었나요.
"제가 우리 극단에서는 연기 디렉션을 해요. 사실 연출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연기 디렉팅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작품 속 연기 연출은 제 담당이죠. 연기를 하는 것, 보는 것 등 연기에 대한 관심이, 연기에 대한 관심만 너무 많아요."

-이승원 감독과 함께 극단 '나베'를 공동 운영 중이죠. 코로나19 여파로 공연계도 피해가 컸을텐데요.
"원래 하반기에 공연을 하려고 했는데 보류했어요. 영상 회의까지는 진행 했는데 상황이 난감하더라고요. 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생각이 많은 시기예요.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5명 앉혀 놓고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게 현실적 고민이죠."

-말 그대로 연기 외길 인생을 걸었어요.
"솔직히 할 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너무 늙어서 '더 이상 작품이 없다' 싶을 땐 연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지 않을까요? 전 정말 연기 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막막해요. '아주 나중까지 연기를 하고 살 수만 있다면 너무 좋지 않을까' 진심으로 희망해요."

영화 '세자매' 이승원 감독·김선영 스틸
영화 '세자매' 이승원 감독·김선영 스틸

-연기를 한 것에 대한 후회도 전혀 없을 것 같아요.
"없죠.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연극이라는 길을 정해놓고 걸었어요. 힘들면 중간에 다른 쪽에 관심도 생긴다는데 전혀요. 한번도 연기 외적으로 시선을 돌린 적이 없어요. 무용 공연을 보면 무용가가 되고 싶고, 좋은 그림을 보면 '저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음악을 들으면 '내가 가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망상과 상상을 또 한 시간 정도 하기 마련인데(웃음), 저에겐 그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연기였어요."

-시청자 입장에서 김선영은 보는 이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움직일 줄 아는 배우예요. 우문일 수 있지만, 완벽한 연기를 위한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작품마다 달라요. 어떤 작품인지에 따라, 또 그 작품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이고 인물인지에 따라 다르죠. 캐릭터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연기 방식도 매번 똑같을 수는 없어요. 대사가 10줄 밖에 없는데 한 달 내내 들여다 볼 수는 없잖아요. 많이 봐야하는 대본은 따로 있죠. 그런건 과장을 조금 보태 24시간 생각해요. 그래도 공통적인 부분을 꼽자면 '내가 이 인물을 하겠다'고 하면 그 순간부터는 계속 그 인물이 저와 함께 해요. 머릿속에 같이 데리고 다니는 느낌이에요. 분량을 떠나 캐릭터를 이해하고 익숙해져야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영화를 세 편 동시에 찍을 땐 세명을 데리고 다녀야 해서 힘들었어요.(웃음)"

-평소 다른 작품들도 많이 보는 편인가요.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은 떨쳐지지 않으니까요. 한 안은 '전원일기'에 빠져서 그 방대한 전 회차를 계속 돌려봤어요. 김수미, 김혜자, 최불암 선생님들을 보면서 '아니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하시지?' 감탄하고 또 감탄했고요. 빨려 들어갈 정도로 꽂히면 옆에서 놀랄 정도로 계속 반복해요."

-올 상반기에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디지털 성착취 범죄 근절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죠. 평소 관심이 많았나요.
"제가 국제엠네스티를 통해 후원한 것이 10년이 넘었어요. 대학로 시절부터 거창한 기부는 아니어도 마음을 나누는 일에 동참하고 싶어 이곳 저곳에 소액 기부를 해왔거든요. 근데 이번에 국제앰네스티 측에서 처음으로 배우 캠페인을 기획했고, 그 후보군에 제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한 관계자 분이 후원자 목록에서 저와 이름, 생년월일이 똑같은 사람을 발견했고 '혹시?' 싶은 마음에 연락을 취했대요. 저도 당연히 놀랐죠. '아니 어떻게 아셨어요?' 했으니까요.(웃음) '무의식 중에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구나' 싶기도 하고 정말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저도 뿌듯했어요."

-지금, 김선영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음…. 이건 노코멘트! 비밀로 할게요. 다만 '어떻게 연기를 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성은 병적으로 심한 부분이라 넘긴다면, 딸 아이에게 미안한 것들이 있어요, 어떤 유리 벽이 느껴질 수도 있다고 보고…. 근데 전 그래요. '미안하니까 뭐 해야지?'라기 보다는 '내 딸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거든요. 아직 딸이 초등학생이라 걱정인건데 이 시간도 잘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믿고 있어요."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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