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잘 죽는법' 해법 찾는 스타트업 케어닥의 창업기와 투자기

김유진 스파크랩 공동대표 입력 2021. 12. 2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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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 코너에서는 현업의 벤처캐피털 심사역이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 정보를 직접 공유합니다.

“한국에도 이런 서비스가 꼭 필요해.”

2019년 초, 전날 막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에 계신 어머니를 방문하기 위해 서울에 도착한 스파크랩의 핀테크 분야 전문 멘토 조이스 김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녀가 확신에 차 말했다. 부쩍 거동이 불편해진 어머니를 위한 요양 서비스를 알아보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조이스는 미국의 방문 시니어 케어 스타트업인 ‘어너(Honor)’의 이야기를 하며, 한국에도 이런 스타트업이 있다면 본인이 멘토링도 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나 역시도 신경내과 전문의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아버지의 영향으로 시니어 케어 시장이 가진 폭발적인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바로 그다음 날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데모데이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케어닥의 박재병 대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아주 초기 단계였던 케어닥은 각종 창업 경진 대회의 상금으로 한 주, 한 주를 버텨내고 있었다고 한다. 박 대표의 IR 피칭에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그의 진정성이었다. 투자자들은 사람을 보고, 팀을 보고 투자한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그 말이 그렇게 흔한 것은, 그렇게 투자를 했을 때 성공률이 높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체감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스파크랩 역시도 마찬가지다. ‘뭘 해도 될 사람’이라는 표현도 있지 않은가.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대한민국

2020년 12월 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815만 명이던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3년 뒤에는 1천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56년부터는 15 ~ 64세의 생산연령인구보다 부양할 어린이나 노인 인구가 더 많아지고, 50년 뒤에는 인구 절반을 노인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부모님을 요양 시설에 모시거나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러한 우울한 전망 속에서 요양산업은 매년 17%씩 빠르게 성장하며 15조 이상의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규모는 폭발적으로 커져 왔으나 오랜 기간 동안 혁신이 정체되어있던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 바로 케어닥이다. 케어닥의 미션은 ‘부모님 돌봄 걱정 없는 세상 만들기’이다. 요양 시설이나 간병인을 찾는 과정에서 자녀들은 공통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우리 부모님을 대체 어디에 모셔야 할까?’, ‘누구에게 믿고 맡길 수 있을까?’. 4만 여개가 넘는 전국 요양 시설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오프라인에서 발품을 팔거나 지인에게 추천을 받아야만 했던 기존 방식으로는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고, 간병인 역시 믿을 수 있는지 여부를 알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케어닥은 IT 기반 실버케어 서비스로서 보호자가 이용하는 ‘돌보미 매칭 플랫폼’과 병원, 시설 운영자가 사용하는 온라인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개발,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 맞춤형 개인 요양 및 간병 서비스, 다인간병을 위한 간병인 공급과 알선 지원 서비스, 병원과 요양 시설을 위한 검색과 홍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환자 상담부터 간병비 결제, 정산을 모바일화한 환자 및 병실 관리 소프트웨어 역시 개발 중이다.

케어닥은 실버케어 서비스에 IT를 접목함으로써 돌봄 서비스의 품질을 고도화, 표준화하고 후기와 가격 등의 정보를 투명화하며 상담과 예약의 편의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저 ‘아픔을 유지하는 돌봄’이 아닌, ‘회복하는 돌봄’으로, 그리하여 환자는 더욱 주도적인 삶을, 보호자는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뭐가 돈이 될까’ 보다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까’에 주목하는 창업자

이렇게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가진 시장에는 ‘뭐가 사업이 될까’를 먼저 고민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뛰어든다. 어떤 사업이 돈이 될지, 기회를 쫓는 이들이 몰린다. 그러나 데모데이 이후 미팅을 요청해 만났던 박재병 대표는 우리가 늘 찾아 헤매는, 어쩌면 클리셰로 들릴 수 있는 ‘진정성’과 ‘사명’을 갖춘 창업가였다.

여행자로, 여행작가로, 때로는 노숙인으로 2개 대륙을 횡단하며 20대를 보냈던 그는 귀국 후 삶의 목적을 잃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한다. 사업을 하고 싶어 경영학도 공부했지만 늘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고, 그때 ‘잘 죽는 것’에 대해 집중하게 됐다. 박 대표가 말하는 ‘잘 죽는 것’이란, 타인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면서 ‘잘 죽어가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였다. 부산에서 독거노인들을 방문해 각종 도움을 드리는 봉사활동을 1년 이상 하고, 오랜 기간 지병을 앓던 본인의 조모를 짧지 않은 기간 직접 보살피기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인 돌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나는 박 대표가 이렇게 전문 요양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분들과 말 그대로 직접 살을 부딪치며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그 과정에서 진짜 세상이 갖고 있는 ‘페인 포인트’를 찾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사명을 찾아 창업까지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이 투자자로서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빠른 속도로 커지는 시장과 그 시장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진정성 있는 창업자의 조합이라니. 더군다나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IT 기업들이 차고에서 탄생했듯, 박 대표를 비롯한 3명의 케어닥 초기 멤버들은 원룸에서 함께 살며 밤낮없이 서비스 고도화에 몰두하고 있었다. 결국 스파크랩 13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설득해 투자 집행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프러덕트 마켓 핏(Product-Market-Fit)의 함정과 투자자의 역할

2018년 4월 법인 설립, 2019년 3월 스파크랩으로부터 씨드(Seed) 투자 유치, 2019년 11월 프리에이(Pre-A) 투자 유치, 2020년 5월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 프로그램 선정, 2021년 5월 106억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 꾸준한 성과를 보여온 케어닥의 주요 연혁만을 보면 그 사이사이 이들이 겪어야 했던 엄청난 성장통은 읽히지 않는다.

초기 스타트업이 빠지기 가장 쉬운 함정이 바로 가짜 프러덕트 마켓 핏의 함정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빈번히 PMF로도 쓰이는 이 용어는 쉽게 말하면 ‘성장 잠재력 있는 시장이 꼭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한 마디로 시장과 핏이 꼭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내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스타트업들이 서비스의 일간 이용자 수(DAU), 월간 이용자 수(MAU), 가입자 수 등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하면 PMF를 찾았다고 착각한다. 매출이 일어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각종 지표가 성장하니 우리는 잘 하고 있는 것이라 믿고 보유 현금이 모두 동날 때까지 ‘우리는 PMF를 찾았는데 왜 돈이 벌리지 않는 것인지’를 고민하다 사업을 접게 된다.

이렇게 창업자가 PMF의 함정에 빠져 있을 때 투자자는 현실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케어닥 역시 초반에는 기존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달의 민족’이나 ‘직방’과 같은 모델로 요양 시설 정보를 한데 모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으면 자연스레 예약이 일어나며 매출이 발생하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2020년 2월 베타 서비스 출시 후 4개월 만에 15만 유저를 확보하며 10배 성장을 했으니 가설이 잘 맞아떨어지는 듯 보였다. 해당 기간 신규 유입된 유저들의 시설 검색량만 100만 회가 넘었다.

하지만 스파크랩 파트너들은 매출이 일어나고 있지 않는다는 부분에 우려를 표했다. 피보팅(Pivoting) 없이는 케어닥은 망할 것이라는 모진 말도 오갔다. 업의 본질이 뭔지, 사업을 왜 하는 것인지, 고객은 누구인지 계속해서 물으며 박 대표를 몰아붙였다. 진짜 PMF를 찾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이것들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니 당연히 100% 만족스러운 스토리텔링은 나오지 않았지만, 우려 속에 올랐던 데모데이 무대에서 케어닥은 흥행에 성공했다.

스파크랩 13기 데모데이가 끝나고 케어닥이 받은 VC들의 명함만 100여 장. 무대 대기 장소와 데모데이 뒤풀이 행사에서도 케어닥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줄을 섰다. 한 달간 50개의 IR 미팅이 이어졌다. 당시 박 대표는 매출이 없는데도 이렇게 관심을 받는 것을 보니 투자는 흥행(인기)과 협상이 가장 중요한 거구나, 회사 밸류를 세게 불러도 되겠구나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와 김호민 대표(스파크랩 공동대표)는 진짜 PMF를 찾아 매출을 일으키지 않으면 투자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연신 찬물을 들이부었다.

◇'PMF의 발견과 함께 드디어 찾아온 J커브

결국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투자를 받지 못해 고전하던 케어닥은 5천 개 이상의 요양 시설에 직접 전화해 아웃바운드 영업을 하며 업계에 대해 아주 깊이 배우게 된다. 그리고 방향을 틀어 다시 도전한 것이 바로 간병인 중개 서비스다. 까다로운 면접을 통해 간병인들을 선정하고, 기존의 요양 시설 검색 홈페이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심플한 랜딩 페이지 하나를 만들어 매칭 서비스를 선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간병인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아 재예약이 계속해서 일어났던 것이다. 케어닥 설립 후 처음 느끼게 된 J커브였다고 한다. 그때가 스파크랩 13기 프로그램 종료 후 약 3개월이 지난 후였다.

PMF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 시간은 케어닥이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시장을 속속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 과정에서 간병 플랫폼이 아닌, 실버케어 산업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정체성까지 확립했다. 2020년 상반기 월평균 거래량도 40%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시리즈A 투자도 수월하게 유치할 수 있게 됐다.

투자자가 주는 조언은 조언일 뿐, 모든 선택은 결국 창업자에게 달렸다. 박 대표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참여 당시 들었던 조언들을 바로 적용했다면 더 빨리 매출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조금 돌아왔을 뿐 이렇게 직접 부딪히고 경험을 쌓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 역시 동의한다. 그는 이제 인기와 협상이 아닌, 지표와 논리가 곧 회사의 밸류이고 투자의 주요 요소임을 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실버케어 산업의 진정한 전문가로 성장했다.

스파크랩은 창업가들이 창업가들을 위해 설립한 액셀러레이터다. 리스크가 너무 커 다른 곳에서 투자를 꺼리는 극초기 스타트업에 과감히 배팅하고, 이들에 대한 투자가 ‘배팅’이 아닌 성공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들의 성장을 돕는다. 이런 우리에게 케어닥과 같은 멋진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늘 굉장한 특권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2년 반 전, 데모데이 무대에서 외쳤던 박 대표의 포부가 현실이 될 것임을 진심으로 믿는다.

“여러분, 이 세상 누구도 노인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76세의 저의 부모님도 언젠가 요양 시설을 이용하실 텐데요. 그때 저를 포함한 세상 모든 자녀들이 안심하고 부모님을 맡길 수 있는 세상, 케어닥이 만들겠습니다!”

◇잘 죽기 위한 창업, 16명 할머니 봉사활동과 케어닥 창업기

@유료멤버십 일부 공개합니다.

케어닥의 창업자, 박재병(32) 대표. 부산사투리의 박 대표는 삶의 목표가 잘 죽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잘 죽는 걸까요? 3년간 무전(無錢) 세계 여행을 했습니다. 16명 할머니들을 위한 봉사활동했습니다. 그리고 케어닥 창업.

봉사활동 시절 찍은 박재병 대표와 할머니의 사진. 할머니의 초상권을 위해 아이콘을 넣었지만, 사진 속 할머니는 아주 환하게 웃고 있었다. /박재병 대표 제공

“요양과 간병, 두가지 분야에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장기요양시설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중개하는 서비스, 그리고 간병인과 간병 서비스 이용자를 매칭하는 중개 플랫폼 앱을 운영하고 있어요.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기본적인 정보들 있죠? 침상 수, 한 방에 몇 명이 지내시는지, 의료 인력의 수와 가격 등을 보기 편한 UI/UX로 모아서 제공하고 있어요. 전국의 요양시설 약 4만곳에 대한 데이터 전부요.

가공되지 않았던 정부 데이터를 저희가 가공해서 보여주기도 하고요. 정부가 주기적으로 요양 시설에 대해 평가를 해요. 매해 각 시설의 등급 현황을 공개하거든요. 근데 이 정보는 소비자를 위한 정보라기보다 사업자들 평가를 위한 정부와 기관용에 가까워요. 기관의 지역과 이름이 나와있는 것이 아니라, 기관 번호 ‘1111′에 등급 ‘A’ 이런 식으로 매겨져 있거든요. 소비자들은 이런 등급 평가가 있는 줄도 몰랐죠. 그래서 공단에 여쭤봤어요. ‘소비자를 위해 써도 되느냐’고요. 공단에서 ‘어짜피 공개된 자료’라는 입장이더군요. 그래서 저희가 조사한 기초 정보와 평가 정보까지 매핑해서 제공을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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