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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에선 못파는 ‘지도표 김’ 미국에선 잘 팔려요”
임영청 성경식품 대표 인터뷰
‘지도표’ 브랜드 독도 표기는 당연
자부심·책임감으로 세계 누비는중
‘성경’기독교 단어 아닌 ‘김의 수도’
‘웰빙 트렌드’ 20여개국 해외 진출
美홀푸드 입점 등 3년새 40배 성장

입점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의 친환경 식품 유통체인 홀푸드(Whole Foods)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일본에는 수출이 어려운 한국의 김 브랜드가 있다. 바로 ‘지도표 성경김’이다. ‘지도표’ 브랜드명처럼 상표에는 ‘독도’가 정확하게 표시된 한반도 지도가 그려져 있다. 아무리 김을 좋아하는 일본이라지만 독도가 버젓이 표시된 상품을 먹기란 어렵다.

임영청 성경식품 대표는 “대한민국 지도라면 당연히 독도가 표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30여 년간 식품업계에서 일해 온 그는 지난 2018년 영업부문 부사장을 거쳐 2019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임 대표에게 독도를 달고 해외 시장을 누비고 있는 김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한민국 지도를 브랜드로 내걸은 것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 수출에는 제약이 따르지만, 지도표에 대한 정체성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임 대표는 이같이 말하면서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성경식품이 최근 아이돌그룹 BTS의 ‘타이니탄김’을 출시하자 일본에서도 반응이 온 것이다. 독도가 그려진 지도표 대신 ‘SG’ 만으로 로고를 변경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독도 표기 외에도 성경식품은 흥미로운 점이 꽤 많은 업체였다. 기자는 바로 다음 질문으로 ‘성경’이 들어간 업체명의 의미를 물었다. 기독교와 연관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처럼 오랫동안 대중의 오해가 큰 브랜드가 또 있을까.

“‘성경’은 이룰 성(成)에 서울 경(京)으로, 김의 수도를 이루겠다는 의미에요. 김을 통해 대전에 위치한 지방 중소기업이 최고로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죠”

브랜드명처럼 현재 성경식품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3년간 매출액이 25%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내수 중심의 영업에서 수출 시장을 확대한 결과다. 수출국은 미국, 캐나다,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약 20 여개국으로 늘었다. 지난 2017년 약 5억원에 불과하던 수출액은 지난해 약 200억원 수준으로 3년 사이 40배 성장했다.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미국이다. 임 대표는 “미국 홀푸드의 경우, 미국 시장에 적합한 브랜딩과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로 미국 현지 브랜드 ‘김미(gimMe)’를 통해 지난해 초 부터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홀푸드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USDA(미국 유기농), 비건(vegan, 엄격한 채식), 글루텐프리(Gluten-Free, 불용성 단백질의 일종인 글루텐이 없는) 등 다양한 인증을 확보했으며, 심사 통과를 위해 중금속, 미생물과 관련된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고 했다. 까다로운 과정에 공을 들이는 이유에는 김에 대한 동서양의 인식 차이가 있었다.

“한국에서 김은 친숙한 식재료이지만 해외에서는 ‘바다의 잡초(seaweed)’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식자재로서의 인식이 부족한 편입니다. 이 때문에 식품으로서의 안정성을 보여주려고 더 노력하고 있어요”

소비 방식도 다르다고 했다. 한국의 반찬용과는 사뭇 다른 용도이다.

“해외에서는 김을 가벼운 스낵으로 먹어요. 보다 건강하고 가벼운 간식을 먹으려는 웰빙 트렌드죠. 그래서 수출용은 대체로 염도가 낮게 만들며, 한 입에 먹기 좋도록 잘려진 제품 반응이 좋습니다. 데리야끼 맛 시즈닝(seasoning, 양념한)김이나 아보카도유·올리브유·천일염을 넣은 김 등 다양한 제품을 수출중입니다”

미국에서는 김이 ‘비건 푸드’로 알려지면서 건강식에 활용하는 방법도 선호되고 있다. 샐러드에 뿌려먹거나 아보카도, 연어 등을 김에 싸서 먹는 방식이다. 관련 레시피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국내 시장의 변화도 궁금했다. 임 대표는 안주나 간식으로의 전환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김을 밥과 함께 먹는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최근에는 스낵용이 조금씩 확대되는 중이에요. 이에 김부각 스낵을 비롯해 마라맛, 불닭맛, 치즈맛처럼 다양한 시즈닝 제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TV에서도 가수 백지영이 김을 간식으로 즐기거나 배우 김지석이 안주로 김부각을 먹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젊은 층 위주로 소비 방식이 차츰 변화되고 있는 듯 합니다”

임 대표는 마지막으로 “아직도 김을 음식으로 접하는 세계인들이 매우 적다”고 말하며 아쉬워했다. 해외에서는 안전하고 건강한 식재료로 김을 알리고, 국내에서는 반찬용이라는 고정된 소비 분야를 확대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웰빙 식재료인 한국 김이 ‘기분좋은 변신’을 이뤄낼 수 있기에 기대가 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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