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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무분별 언론사찰' 논란 가열…통신조회법 이대로 괜찮나


입력 2021.12.24 05:29 수정 2021.12.24 08:51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법세련 "공수처에 비판 기사를 쓴 기자의 어머니와 동생 통신자료까지 조회…매우 충격적"

"명백한 보복성 민간인 불법사찰, 언론자유 침해한 반헌법적 범죄…전기통신사업법 83조 폐지 진정"

법조계 "공수처 100% 언론사찰…직권남용 검찰수사 해야"

"83조 폐지는 안 돼…조회사실 통지 등 남용되지 않도록 제도 보완해야 "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전경 ⓒ뉴시스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전경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조회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의 영장 없이도 조회가 가능한 현행 관련 법의 폐지를 요청하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접수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공수처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는 명백한 불법사찰이자 직권남용죄 소지가 다분하다면서도, 자료 조회의 근거 법령을 폐지하기보다는 조회 당사자에게 조회 사실을 통지하는 등 제도 보완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24일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근거가 된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의 폐지를 권고해달라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은 정보·수사기관은 전기통신사업자에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통신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법세련은 "공수처가 83조3항을 근거로 영장 없이 특정인의 통신자료를 무차별·무제한적으로 조회한 것은 영장주의에 반하고 사생활 비밀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명백히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에 비판적 기사를 쓴 기자의 어머니와 동생 등 가족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며 명백한 보복성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며 "언론자유를 침해한 반헌법적 범죄"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100% 언론 사찰로 봐야 한다"며 "범죄와의 관련성이 있다면 조회를 해도 되지만 관련성이 명백하게 소명되지 않은 기자들의 통신 조회를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 반복해서 조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수처는 현재 수사 중이니 말할 수 없다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범죄와의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종배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대표가 공수처의 민간인 통신조회 사찰 인권침해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종배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대표가 공수처의 민간인 통신조회 사찰 인권침해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또 다른 법조계 전문가들도 공수처의 언론사찰 행위가 명백하다고 지적하고,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고영주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사생활을 조회하는 강제수사는 영장을 받는 것이 원칙"이라며 "아무리 근거 법령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공수처의 무분별한 통신 조회는 법의 남용"이라고 꼬집었다.


고 변호사는 이어 "타당한 범위 내에서 이뤄졌는지는 앞으로 검토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통신 조회에 대한 필요성과 상당성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다"며 "공수처가 이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계속 미룬다면 자신들의 직권남용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기자뿐만 아니라 기자의 가족 통신 자료까지 조회한 것은 명백한 언론 사찰이다"며 "통신 조회 사유가 불명확하고 이른바 '황제수사' 논란 보도로 인해서 그런 것이라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법세련이 폐지를 요구한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은 범죄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필요한 법령인 만큼 이를 즉각 폐지하기보다는 남용되지 않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민 변호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근거 법령이 수사기관의 무차별적인 언론 사찰을 넘어 민간인 사찰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범죄 수사를 위해서는 사실상 필요한 법령이기도 한 만큼 효과적으로 수사하면서도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당사자가 알아보지 않으면 조회 사실을 알 수 없지만, 통지 절차를 둬 당사자한테 알리는 제도나 사법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 등을 이번 기회에 짚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한규 변호사는 "해당 법령은 수사상 필요한 때도 있기 때문에 즉각 폐지될 필요성은 없다"며 "다만 당사자한테 제공 사실을 통지해주거나 정보 조회 사유가 명백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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