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유튜브도 쩔쩔맨 온라인 광고, 이 회사는 달랐다

안상현 기자 2021. 12.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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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대만 유니콘 '애피어' 치한 위 CEO 인터뷰

온라인 광고 시장은 현재 혹한기를 겪고 있다. 사용자 정보 보호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고객 맞춤 광고에 활용하던 각종 사용자 데이터를 더는 이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웹브라우저 시장점유율이 60%가 넘는 구글은 작년 1월 사이트 방문 이력과 검색 기록 등 웹브라우저 자체에 저장돼 다른 기업 같은 제3자가 이용 가능한 사용자 데이터(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모바일 환경도 같은 처지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한 애플은 지난 4월 아이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함께 ‘앱 추적 투명성(ATT)’ 정책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앱의 개인 정보 수집 허용 여부를 사용자가 사전에 결정하도록 했다. 디지털 광고 업계 피해는 막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ATT 도입 후 반년간 페이스북(현 메타)과 스냅, 트위터, 유튜브 등 네 기업 광고 사업 매출은 98억5000만달러(약 11조6500억원) 증발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오히려 매출을 늘린 글로벌 애드테크(광고 기술) 기업이 있다. 대만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출신으로 올해 3월 도쿄 증시에 상장한 애피어(Appier)다. 빅테크마저 고전을 면치 못한 지난 3분기 애피어 매출은 32억엔(약 3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늘어났다. 시가총액은 22일 기준 1350억엔(약 1조4100억원)에 달한다. 설립 해인 2012년만 해도 직원이 4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한국과 일본 같은 아시아 지역은 물론 미국과 유럽까지 진출해 전 세계 지사 17곳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까르푸, 피자헛, 미닛메이드, 시세이도, 도요타, 아우디 등 글로벌 브랜드 1000여 곳이 애피어의 고객들이다. 애피어 공동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인 치한 위 대표를 WEEKLY BIZ가 화상 인터뷰로 만나 디지털 광고 시장의 혹한기를 이겨낸 비결을 물었다.

애피어 공동창업자 겸 CEO인 치한 위 박사.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하버드대학에서 10년 이상 AI를 연구한 AI 과학자 출신이다. /애피어

◇디지털 마케팅 업그레이드한 AI

위 대표는 애피어를 에드테크 기업보단 “AI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소개한다. 애피어의 제품이 모두 인공지능(AI) 기반의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위 대표는 “우리가 가진 기술은 소비자 행동 예측 기술”이라며 “일반적 마케팅 기업들은 유치한 고객에게서 모은 데이터를 사후 분석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지만, 우리는 여러 AI 알고리즘을 통해 좋은 고객이 될만한 사람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방식의 집중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가령,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가 있을 때 구체적 행동 패턴에 따라 다른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 상품 위에서 마우스를 여러 번 움직이는 소비자에게는 이 상품과 비슷한 품목을 추천 상품으로 보여주고, 장바구니에 상품을 오랫동안 담아둔 이용자에게는 한정 기간 사용 가능한 무료 배송 쿠폰을 제공해 구매를 유도하는 식이다.

개인 정보 보호 강화 흐름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도 AI 덕분이라고 위 대표는 설명했다. 일반적인 마케팅 기업은 다른 사이트에서 수집한 다양한 데이터(서드파티 쿠키)로 잠재 고객의 취미와 관심사를 파악해 맞춤형 광고를 하지만, 애피어는 사이트 방문자의 몇 가지 행동 데이터(퍼스트파티 쿠키)만으로도 충분히 개인화된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위 대표는 “AI 마케팅은 더 적은 데이터로도 일반 디지털 마케팅보다 20~30%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중견 가구 브랜드 일룸은 애피어의 소프트웨어 사용 후 신규 회원 가입 규모가 도입 전 대비 106% 상승했다고 한다.

◇기술력 뒷받침하는 인재

AI 기술을 마케팅에 접목하는 기업이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애피어는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2017년 미국 경제지 포천은 애피어를 세계 50대 AI 기업 중 한 곳으로 꼽기도 했다. 중국 기업 3곳을 제외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 중에선 유일했다. 위 대표는 “뛰어난 인재 풀을 바탕으로 한 기술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피어 소속 엔지니어 중 70%가 AI와 빅데이터 분야 석·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며 “KDD컵(세계적인 권위의 데이터 분석 경연 대회)에서 우승한 엔지니어도 7명이나 있다”고 자랑했다.

위 대표의 이력도 화려하다. 그는 원래 AI와 로봇공학, 머신러닝(기계 학습) 분야에서 연구 논문 수십 편을 저술한 AI 과학자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AI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에서 AI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차가 인수해 화제가 됐던 로봇공학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에 적용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스탠퍼드대 시절에는 세계 최초로 산악길에서 200마일(약 321km) 넘게 자율주행하는 차를 개발했다. 당시 위 대표와 함께 일했던 팀원들을 구글이 데려가서 만든 기업이 고성능 자율주행 기술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웨이모다.

◇팬데믹 계기로 AI SaaS 시대 열린다

AI 과학자가 갑자기 기업가, 그것도 마케팅 분야로 진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10년 넘게 AI 과학자로 일했지만 이 기술이 정작 실생활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며 “AI 기술을 당장 활용할 만한 사업을 찾다 보니 마케팅 시장을 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개발했던 로봇공학 쪽은 데이터 부족으로 개발의 한계가 있었지만, 마케팅 쪽은 반대로 소비자 데이터가 많은데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기업이 마케팅을 위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할 인력이 없다”면서 “하지만 24시간 잠들지 않는 AI는 데이터만 있으면 알아서 결과를 낸다”고 했다.

위 대표는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AI 서비스(SaaS)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팬데믹 이후 모든 업종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졌고, 온라인 상거래 역시 세대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면서 관련 데이터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AI는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똑똑해진다”며 “한국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국가에선 AI 마케팅이 이미 잘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피어의 장기 목표는 스스로 생각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AI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위 대표는 “AI는 이미 옷을 직접 디자인하고 모델에게 코디해 입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면서 “충분히 인간 지능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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