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도 연임한 홈쇼핑 3사 대표.. "탈 TV가 생존과제"

배동주 기자 입력 2021. 12. 23. 09:57 수정 2021. 12. 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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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사 올해 영업이익 두 자릿수 감소
"누가 와도 변화는 어렵다" 판단 작용
PB 확대, 라이브커머스 강화 전략 추진

TV홈쇼핑사가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최근 이뤄진 정기임원 인사에서 롯데·GS·현대 등 국내 주요 TV홈쇼핑사 대표들이 연임했다. 롯데쇼핑(023530) 등 유통가 전반에 수장 교체 바람이 불었던 것과 대조된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사장과 임대규 현대홈쇼핑(057050)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이 각각 발표한 정기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과의 합병으로 지난 7월 출범한 통합 GS리테일에서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호성 홈쇼핑BU(Business Unit) 사장도 이달 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다.

CJ온스타일을 이끄는 허민호 CJ ENM(035760) 커머스부문 대표이사도 다음주 예정된 CJ그룹 인사에서 연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1~9월) 영업이익이 906억원으로 전년보다 30% 급감했지만, 최근 허 대표 주도의 탈 TV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왼쪽부터)과 김호성 GS리테일 홈쇼핑BU(Business Unit) 사장, 임대규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 / 조선DB

이들 대표들의 연임은 누가 와도 변화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블TV의 등장과 함께 출범해 한때 연평균 50% 성장을 기록했던 TV홈쇼핑은 이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온라인으로의 소비 중심 이동에 따라 쿠팡 등 전자상거래 기업이 모든 연령대의 소비자를 빨아들였고, 이들이 연 실시간 판매 방송인 라이브커머스가 TV홈쇼핑 수요마저 흡수하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집콕’ 효과로 반짝했던 실적은 올해 다시 나빠졌다. 롯데홈쇼핑은 올해(1~9월) 영업이익이 8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홈쇼핑은 1008억원의 이익을 내 9% 가량 줄었다. GS리테일과 합병 후 첫 실적을 발표한 GS홈쇼핑은 같은기간 이익이 1년 전보다 27% 감소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포털에 따르면 TV홈쇼핑사의 채널로 사용되는 유료방송 가입자 비율은 2019년 97%에서 지난해 9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TV 보는 사람이 줄면서 시작한 TV홈쇼핑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미 그룹 차원의 전략이 일정 부분 세워져 있는 탓에 교체보단 지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의 라이브커머스 제작 대행 서비스 '문래라이브'의 방송 촬영 현장. / 문래라이브 홈페이지

TV홈쇼핑 대표들은 그간 추진해 온 ‘탈 TV’ 전략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TV홈쇼핑사의 매출 주요 채널이 이미 모바일로 넘어갔지만, 유료방송에 내는 송출 수수료가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내놓은 TV홈쇼핑 구매 매체별 비중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모바일 비중이 72%로 가장 많았다. TV 주문은 19% 정도에 머물렀다.

이런 가운데 라이브커머스가 TV홈쇼핑 대표들의 생존 수단으로 떠올랐다. 실시간 소통으로 젊은 층이 주목하면서도 방송 기반이 있는 홈쇼핑이 유리한 분야라는 판단에서다. 미디어미래연구소는 지난 4월 라이브커머스 전망 보고서에서 “라이브커머스의 실시간 양방향 소통 기능은 TV홈쇼핑의 일방향적 정보 전달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른 채널로의 소비자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썼다.

이완신 대표는 2019년 4월 선보인 ‘롯데홈쇼핑 모바일TV’를 라이브커머스가 가능한 양방향 쇼핑 플랫폼으로 키우고 나섰다. 지난 4월 모바일TV 명칭을 ‘엘라이브(Llive)’로 변경하고 애플리케이션(앱)을 개편하는 작업을 이 대표가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모바일 생방송 전문 PD, MD 등으로 구성된 모바일 라이브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기도 했다.

허민호 CJ ENM 커머스 부문 대표이사가 28일 'CJ온스타일 출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CJ ENM 제공

GS와 현대홈쇼핑도 라이브커머스에 힘을 주고 있다. 특히 GS홈쇼핑 영업본부장과 영업총괄 부사장을 거쳐 TV홈쇼핑 업계 ‘영업통’으로 불리는 김 대표는 지난 10월 GS샵(GS홈쇼핑)의 라이브커머스 제작 대행 서비스인 ‘문래라이브’는 출범을 주도했다. 지난해 라이브커머스 사업에서 285억원의 매출을 낸 현대홈쇼핑은 전문 쇼호스트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라이브커머스 강화가 되레 홈쇼핑 업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들었다는 분석 때문이다.

홈쇼핑들은 공격적으로 확장했던 해외 사업도 철수하고 있다. GS홈쇼핑은 러시아 현지 법인인 ‘빅 유니버설 몰’(Big Universal Mall LLC)’의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2009년 인도에 설립한 현지 법인 청산도 진행 중이다.

현대홈쇼핑은 2019년 말 호주에 세운 자회사 ‘ASN’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사업을 접은 롯데홈쇼핑 역시 지난 9월 대만 ‘모모홈쇼핑’ 지분 일부를 매도했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국내 TV홈쇼핑 성장 정체의 대안으로 인도, 동남아, 러시아 등 신흥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되레 적자만 쌓이면서 부담이 커졌다”면서 “현재의 대표들이 수장에 오르면서 직접 철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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