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vs 콘텐츠 '강대강'..천하의 유튜브도 디즈니 앞에선 체면 구겼다

윤지원 기자 2021. 12. 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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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TV·디즈니 이틀 만에 극적 합의
전문가 "디즈니 내부 CP vs OTT 전략 조정"의 결과
19일(현지시간) 월트 디즈니 컴퍼니(디즈니)와 유튜브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놓고 협상 결렬 이틀 만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사진은 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전세계를 장악한 '콘텐츠 강자' 디즈니와 '플랫폼 강자' 유튜브가 맞붙었다. 디즈니 콘텐츠 공급 계약을 놓고 갈등을 빚다 협상 결렬 이틀 만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디즈니 블랙아웃'이 현실화되면서 다급해진 유튜브가 한발 물러선 결과로 풀이된다. '콘텐츠 왕국'으로 불리는 디즈니 콘텐츠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디즈니플러스라는 자체 OTT 시장에 진출한 디즈니는 넷플릭스 등 여타 플랫폼에서 디즈니 콘텐츠를 철수해왔다. 이번에 유튜브만 예외로 둔 것으로 디즈니 입장에서도 유튜브는 놓치기 아까운 '자이언트 플랫폼'이라는 위상이 재확인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월트 디즈니 컴퍼니(디즈니)는 "구글의 유튜브TV와 새로운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사 간의 협상이 결렬된 지 이틀 만이다.

디즈니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시장에 맞는 공정한 조건에 이르기 위한 구글의 협력에 감사드린다"며 "자사의 스포츠 생중계와 뉴스 그리고 아동·가족 대상 및 일반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들이 전국 유튜브TV 구독자들에게 복원되는 과정에 있다는 것에 감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튜브TV 또한 이날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디즈니와의 계약이 성사됐고 ESPN, FX와 같은 채널에 대한 접근을 다시 복구 중"이라고 밝혔다.

유튜브TV는 자사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디즈니와의 계약이 성사됐고 ESPN, FX와 같은 채널에 대한 접근을 다시 복구 중"이라고 밝혔다. (유튜브TV 트위터 갈무리) © 뉴스1

◇협상 결렬 이후 디즈니, 유튜브TV서 콘텐츠 철수

유튜브TV는 구글의 자회사 유튜브가 운영하는 케이블·지상파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현재 미국에서만 서비스 중이다.

앞서 양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유튜브TV 내 디즈니 소유 콘텐츠 송출 관련한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후 곧바로 디즈니 소유의 ABC 뉴스,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 ESPN, 내셔널지오그래픽, FX 등 채널 콘텐츠가 유튜브TV에서 철수했다.

유튜브TV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협상 결렬 소식을 전하며 "디즈니와 공정한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며 "17일(현지시간)부터 디즈니 소유의 채널을 유튜브TV에서 시청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 대변인은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은 구글에 있다"고 전했다. 반면 유튜브TV는 자사의 홈페이지에 "우리는 디즈니에게 유튜브TV를 다른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대하고 (자사와) 비슷한 규모의 서비스 사업자가 디즈니에 지불하는 요금과 동일한 수준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디즈니가 자사 콘텐츠 철수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 디즈니플러스(+) 출시를 앞두고 디즈니는 넷플릭스, 웨이브 등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 자사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다.

◇기성 방송 콘텐츠 영향력 입증·경쟁보다 협업 택한 디즈니

한편 이번 협상 타결 이후 유튜브TV가 요금 인하까지 발표한 만큼 디즈니 콘텐츠의 저력이 입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TV는 디즈니와 협상 결렬 소식을 전하며 기존 월 64.99달러(약 7만7400원)에서 49.99달러(약 5만9500원)로 요금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상 타결로 앞선 요금 인하 결정을 번복하고 기존 요금으로 원상복구하겠다고 후속 발표했다.

특히 스포츠 생중계 채널 등 디즈니가 보유한 기성 방송 콘텐츠의 영향력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상 결렬 직후 외신들은 미국프로농구(NBA)·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미국프로미식축구(NFL) 등 스포츠 생중계가 중단되면서 유튜브TV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연말부터 시작되는 미국 대학가 미식축구 경기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미국의 대표 스포츠 중계 채널 ESPN이 철수한다면 구독자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앞서 다른 플랫폼에서는 자사 콘텐츠를 철수시킨 디즈니가 유튜브와는 막판까지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점에 대해 디즈니 내부에서도 콘텐츠 사업자로서의 전략과 OTT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전략을 조정하는 과정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특히 디즈니 소유의 자회사 중에는 유튜브TV의 경쟁사가 있다. 훌루 플러스 라이브(Hulu + Live) TV는 유튜브TV처럼 케이블·지상파 채널을 스트리밍한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훌루 플러스 라이브 TV의 가입자는 400만여명에 달했다.

유튜브 콘텐츠 마케팅 컨설팅 기업 네오캡의 김경달 대표는 "유튜브TV와 계약을 타결한 게 어떤 면에서는 디즈니의 망설임을 보여준 것"이라며 "미디어 제국인 디즈니 안에도 콘텐츠 사업자, OTT 플랫폼 사업자 등 여러가지 이해관계자가 있는데 내부 의사결정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현재 디즈니는 유튜브TV를 넷플릭스만큼이나 경쟁자로 명확히 세우려는 것 같지는 않다"며 "유튜브TV에서 콘텐츠를 철수한다고 해도 시기 문제를 이유로 내부 전략 조정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g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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