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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부터 배달까지, 은행 앱이 진화하는 이유

  • 2021.12.21(화) 06:20

시중은행, 비금융서비스 확대에 역량 집중
차별화된 고객 데이터 확보 목적, 효과는 미지수

주요 은행들이 모바일 뱅킹 어플리케이션(앱)에 비금융서비스를 하나둘 탑재하고 있다. 은행의 핵심업무인 여·수신 상품 판매보다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비금융서비스 탑재라는 말까지 나온다.  

은행들은 수익보다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의 의도대로 움직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실제 활용 가능한 데이터 축적까지 은행들의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은행에서 통신부터 배달까지 

가장 일찌감치 비금융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금융위원회로부터 MVNO(알뜰폰) 사업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이후 MVNO 브랜드인 'Liiv M'을 지난 2019년 12월 런칭했다.

이를 기점으로 은행들은 모바일 뱅킹앱에 다양한 비금융서비스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자동차구매정보, 의료비 진단 등 금융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비금융서비스는 물론 최근 들어서는 배달시장까지 뛰어들었다.

구체적으로 우리은행은 세븐일레븐과 양해각서(MOU)를 통해 우리WON뱅킹에서 세븐일레븐 식료품과 생필품 1만5000원 이상 주문할 경우 고객이 신청한 장소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지난 19일부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이달중 직접 요식업 배달서비스에 진출한다. 신한은행은 새로운 배달 서비스 '땡겨요'를 이달중 출시해 신한은행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SOL'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은행권 비금융서비스인 Liiv M. 허인 KB국민은행장은 'Liiv M'을 런칭하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통신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비금융 서비스, 사실 '돈' 안된다

사실 은행들은 이러한 서비스를 하는 것이 마냥 쉬운일은 아니다. 당장 은행들은 은행법에 명시된 업무 외에는 할 수 없다. 은행들이 무분별하게 다른 업권에 진출하거나, 산업자본이 은행자본을 쉽게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은행업 발전을 위해 새로운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 최근 몇년새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 혁신금융서비스란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높고 은행업 전체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한 서비스에 대해 규제를 일정기간 유예해 주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모든 은행들이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비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비금융 서비스중 KB국민은행의 MVNO서비스 'Liiv M'과 신한은행의 배달서비스 '땡겨요' 정도가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았다. 

다른 은행들이 제공하는 비금융 서비스의 경우 이종업계와 MOU를 맺어 은행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고 사업자와의 서비스를 중개해주는 방식을 택한다. 직접 서비스를 할 경우 은행법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직접 서비스 여부를 떠나 은행들이 비금융서비스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새로운 먹거리로 삼기에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MVNO 서비스 'Liiv M'을 런칭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통신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서비스가 아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타 업권과 제휴를 통해 제공하는 비금융서비스는 은행이 철저하게 상품을 중개하는 방식을 택한다"면서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도 아니고, 오히려 법위반 사항 등에 대한 검토가 수반되면서 비용이 지출되는 측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돈 안되는 비금융서비스, 왜 할까

은행들이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든데도 불구하고 비금융서비스 제공에 힘을 쏟는 것은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오픈뱅킹, 금융권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 등으로 인해 금융사는 '초개인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향후 금융권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우선 요건으로 꼽고 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아예 비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조직을 따로 만들어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비금융신사업 전담조직 'o2o조직단', 우리은행의 '뱅킹앱연구팀'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가치있는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다. 특히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작으로 인해 그간 개별 금융사가 보유했던 데이터는 그 회사만의 경쟁력이 될 수 없게 됐다.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서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전 산업분야로 확대되기 위한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외에도 개별 금융회사별로 더욱 다양하면서도 고유한 데이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은행의 경우 고객들이 보유한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가장 필요로 한다. 특히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고객의 생활습관을 파악할 수 있는 데에는 각종 다양한 결제 스타일에 대한 데이터가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질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은행들이 제공하고 있는 비금융서비스가 결제가 이뤄지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결제수단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체크카드, 신용카드 뿐만 아니라 간편결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계열 카드사 외에 다양한 결제정보를 획득해 특정 고객이 어떤 소비습관을 지녔는지 파악한다면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다 새롭고 특정화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의미다.

관건은 과연 금융소비자들이 은행 앱 등을 통해 비금융 서비스를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 수집을 시작했더라도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표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결국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들이 비금융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이를 위해 직접적인 프로모션, 간접적인 고객 유도 방안 등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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