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이 대학 문 여는 법은?

한겨레 2021. 12. 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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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청소년 위한 진로·진학 정보
진학 지원 희망 청소년 43.6%
입시 준비 인원도 꾸준히 증가 추세..
'학생부 대체 서식' 활용하고
검정고시 본 뒤 '비교내신' 따져봐
2017년 5월11일 서울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학교 밖 청소년 대학입시설명회’에서 청소년과 학부모가 강의를 듣고 있다.

“‘내 인생에 수능은 없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어요. 자퇴한 뒤 17살에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요. 한데 기사를 읽다가 문득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내가 원해서 하는 공부라 그런지 조별 과제에 적극 참여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올해 대학교 1학년인 윤아무개씨는 학교 밖 청소년이었다. 검정고시를 통해 중·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취득한 뒤 수능을 봐서 대학에 들어갔다.

검정고시부터 수능 준비까지 집 근처의 꿈드림센터가 윤씨의 ‘또 다른 학교’였다고 말했다. “꿈드림센터는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해주는 곳이에요. 이곳에서 저와 같은 길을 걷는 친구들을 만났고 따뜻한 선생님들 덕분에 중심을 잃지 않고 생활할 수 있었어요.”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은 한해 약 5만~6만명이다. 2020년 기준 23만2천여명에 달하고 전체적으로는 40만명에 이른다고 추산된다.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검정고시 및 대학입시와 같은 진학 지원을 희망하는 학교 밖 청소년이 43.6%다. 꿈드림센터라 불리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이용하며 대학에 가는 수도 매해 늘고 있는 추세다. 꿈드림센터를 이용한 학교 밖 청소년 가운데 대학에 진학한 인원은 2018년 771명, 2019년 1004명, 2020년 1506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학교 밖 청소년은 학업형, 직업형, 무업형, 비행형, 은둔형 등 다섯가지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학업형(검정고시 공부, 대학입시 준비, 복교 등)이 50%가 넘는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220개 꿈드림센터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의 검정고시 준비를 지원하는 스마트 교실과 학습상담(멘토링), 입시설명회 등을 꾸준히 열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진학 및 진로 정보를 알아봤다.

대학 가고 싶다면 뭘 준비해야 하나

학교 밖 청소년이 대학에 가려면 반드시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전국 모든 대학이 1개 이상의 전형에서 검정고시 출신자에게 지원 자격을 준다. 각 대학 누리집에 들어가 어떤 전형이 자신에게 열려 있느냐를 파악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도 수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 다만 학교 밖 청소년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가 없기 때문에 희망 대학 모집 요강을 잘 살펴봐야 한다. 정시는 수능 응시 여부에 따라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다.

문희태 교사(전곡고 진로진학상담부장)는 “검정고시 점수로 수시 지원이 가능하다. 검정고시 점수를 내신 점수로 환산해 수시모집 원서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권 대학에서는 대표적으로 명지대가 있다. 문 교사는 “검정고시는 내신 시험에 비해 다소 쉽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만점을 받아도 내신 2등급 후반대에 해당하는 점수를 얻기 때문에 높은 등급을 요구하는 과에는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쉬운 수능’이라 불리던 적성고사는 올해 폐지됐다. 학교 밖 청소년은 학생부가 없기 때문에 ‘비교내신’을 활용하게 된다. 비교내신은 대학 자체 기준으로 검정고시 성적을 내신점수로 환산한 것을 말한다.

2021학년도 기준으로 명지대의 경우 검정고시 100점을 맞으면 내신 2등급에 준하는 점수를 준다. 경기대는 검정고시 100점 맞은 사람에게 내신 3등급을 준다. 신한대의 경우 검정고시에서 94.5점을 맞으면 내신 5등급을 준다. 해당 대학 지원자의 성향과 성적 등을 고려해 자신의 합격 가능성을 살펴보길 권한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 누리집 갈무리.

청소년생활기록부 활용해봐

학교 밖 청소년의 생활기록부라 불리는 ‘청소년생활기록부’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통 6월에 꿈드림센터에서 신청자에 한해 작성해준다. 청소년생활기록부를 만들면 이를 통해서도 수시 지원이 가능하다.

지망 대학 누리집에 들어가 모집 요강에 다음 문구들이 있는지 자세히 읽어보자. 40~50쪽에 달하는 모집 요강에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 ‘검정고시 출신자’ ‘고등학교 졸업 또는 법령에 의하여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 인정을 취득한 자’라는 문구가 있다면 학교 밖 청소년이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학교 밖 청소년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대학에 갈 수 있지만 지원 가능성과 합격 가능성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 학생부가 없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대부분의 대학은 ‘학교생활기록부 미보유자용 대체 서식’(대체 서식)을 누리집에 올려둔다.

대체 서식은 학교 밖 청소년을 정성평가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다. 대학별 입학자료실에 들어가면 있다. 학업, 봉사, 동아리, 독서활동 목록, 자신에게 영향을 준 내용, 활동 기관 등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고 누리집에 대체 서식이 안 올라와 있다면 입학처에 전화해 물어봐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교육도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선택지가 됐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사이버대학과 장학 지원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국 꿈드림센터 이용 경험이 있고 고졸 검정고시를 합격한 학교 밖 청소년이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해당 사이버대 학부 과정에 입학할 경우 졸업 시까지 정규학기 수업료의 50%를 감면해준다.

길잡이 누리집 즐겨찾기 해두자

코로나19 이후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되거나 취소됐지만 누리집 등을 통해 손품을 팔면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전국 꿈드림센터 누리집(www.kdream.or.kr)에 접속해 ‘함께하는 공간’ 항목에서 ‘미디어콘텐츠-꿈드림 미디어관’에 들어가면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길잡이 영상이 올라와 있다. 대학입시 및 검정고시 준비를 위한 길잡이 영상을 비롯해 청소년생활기록부에 관한 안내, 청소년 창업가 소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건강검진, 다양한 진로·진학 영상이 마련돼 있다.

지역별 꿈드림센터에서는 매해 9월 수시모집 원서접수 기간 등을 전후해 입시 박람회를 개최한다. 올해는 온라인 입시설명회를 통해 4년제 대학에 관한 입시 전략과 대학별 입시전형 특징을 소개했다. 6월 모의평가, 9월 모의평가 등에도 신청을 통해 응시할 수 있다. 각 교육지원청에서도 입시 상담을 지원해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운영하는 대입정보포털 ‘어디가’(www.adiga.kr)는 반드시 즐겨찾기 해둬야 한다. 다양한 입시·진로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고 온라인 상담 신청이 가능하다. ‘전공상담’ ‘베스트 상담 사례’ ‘전형정보’ 등을 둘러보면 입시 지형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어디가’ 누리집에는 베스트 대입상담 사례를 비롯해 대입 전략 정보 등이 자세히 나와 있어 도움이 된다. 대교협 ‘대입 상담교사단’(교사단)이 진행하는 전화 입시 상담도 있다. 교사단은 10년 이상 진학지도 경력이 있는 현직 진학교사, 진로·진학 상담교사, 진학부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누구든 전화(1600-1615)로 무료 상담이 가능하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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