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핑 속도 다르면 이상거래로 탐지"
인식률 100%, 에러율 0%. 카카오뱅크가 자체 개발한 얼굴인식 기술이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시험인증에서 받아든 성적표다. 조명 방향, 표정, 포즈, 액세서리 등을 요리조리 바꿔가며 벌인 테스트에서 모두 최고점을 받았다. ‘카뱅(Kabang) FR’로 이름 붙은 이 기술은 카카오뱅크 금융기술연구소가 딥러닝 방식을 활용해 직접 만들었다. 본인 인증, 사기거래 탐지 등에 실제 적용될 예정이다.

올 1월 꾸려진 이 연구소는 인증·인식·보안을 3대 연구 분야로 삼아 비대면 금융 거래에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발굴한다. 지난 14일 경기 성남 판교 본사에서 만난 안현철 카카오뱅크 금융기술연구소장(사진)은 “업체마다 좋은 기술을 갖고 있지만 그걸 서비스에 자연스럽고 편리하게 녹여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비대면 금융에 필요한 여러 기술을 ‘카뱅답게’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다음 카페 개발팀장, 카카오N 기술파트장 등을 거쳐 2016년 12월 카카오뱅크에 합류했다.

안면인식과 더불어 한창 개발 중인 기술은 ‘무자각 인증’이다. 사람마다 스마트폰을 다루는 방법이 다르다는 점에서 착안한 일종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이다. 안 소장은 “예컨대 키보드를 누르는 속도나 방식이 평소와 다르면 거래를 제한한 뒤 영상통화와 같은 추가 인증을 거치게 하는 것”이라며 “학계 연구는 많이 이뤄졌지만 기술적 난도가 높아 좀 더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영상 처리와 자연어 처리 등 기술도 연구소의 중요 과제다.

카카오뱅크 금융기술연구소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됐다. 은행 내부 조직이지만 ‘망분리 규제’의 예외를 인정받아 운영되고 있다. 그는 “뱅킹 서비스도 포털 서비스를 개발할 때처럼 자유로운 환경에서 해보자는 뜻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문제를 풀었다”고 했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까지 연구개발(R&D)에 1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안 소장은 “한국 핀테크산업의 경쟁력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에이스 개발자들이 금융권 이직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