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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600켤레로 37억 수익…나이키도 못하는 걸 해낸 이 기업 [생생유통]

강영운 기자
입력 : 
2021-12-18 18:01:02
수정 : 
2021-12-18 22: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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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스타트업 RTFKT 인수
"디지털 혁신 가속화 나설 것"
아디다스도 NFT 투자 나서
소장욕구 높은 신발들 디지털화
가상세계서도 인기몰이 위한 행보
지나친 투자 열풍 이어지면서
에르메스 이미지 저작권 논란도
국내 패션계도 NFT 걸음마
사진설명
나이키가 신생 스타트업 RTFKT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은 나이키 산하 브랜드와 나란히 선 RTFKT.
[생생유통] 패션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NFT(대체불가토큰)'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가상현실 세계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디지털 신발 NFT, 명품 NFT의 등장은 디지털 세계에서 패션이 여전히 뜨거운 관심 분야라는 걸 방증합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글로벌 기업 중 하나는 나이키입니다. 나이키는 13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패션 NFT 스타트업 RTFKT를 인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존 도나호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인수는 나이키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스포츠, 창의성, 게임 및 문화의 교차점에서 운동선수와 창작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도약"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죠. "앞으로 RTFKT 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하고 나이키의 디지털 발자국을 확장시킬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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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FKT는 어떤 기업이기에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의 선택을 받은 걸까요. RTFKT는 설립된 지 2년이 안된 어린 기업입니다. 하지만 패션 NFT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다양한 디자이너·아티스트와 손잡고 디지털 신발 NFT가 크게 흥행한 덕분입니다. 올 2월 디지털 아티스트 푸오셔스와 함께 만든 600종의 가상 스니커즈 NFT는 판매 7분 만에 완판되기도 했습니다. 수익은 310만달러(약 37억원)였습니다. 지난 10월 패션 디자이너 제프 스테이플과 협업으로 만든 가상 신발 NFT는 현재까지 누적 거래액이 1200만달러(약 143억원)에 달합니다. 일본 예술가 무라카미 다카시와 함께 선보인 아바타 NFT '클론X'도 출시 즉시 완판됐죠. 나이키의 RTFKT 인수 이후엔 인기가 더 올라 현재 세계 최대 NFT 거래소인 오픈시(OpenSea)에서 전체 NFT 프로젝트 중 거래액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NFT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인 건 확실히 증명된 셈이죠. 나이키가 RTFKT를 주목한 건 비단 NFT 때문만은 아닙니다. 또 다른 기술력도 나이키의 구미를 당겼습니다. 증강현실(AR) 기술로 '가상 피팅'을 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소비자가 가상 신발을 구매한 뒤 자신의 발을 스마트폰으로 비추면 가상 신발을 착용한 모습이 보인다고 합니다. 고객의 디지털 경험을 미래 먹거리로 삼은 나이키로서는 최적의 선택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조만간 나이키 조던 NFT가 나오는 모습을 기대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경쟁사인 아디다스도 이달 초 NFT 프로젝트인 BAYC(Bored Apes Yacht Club)와 제휴를 체결했습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잇달아 NFT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를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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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버킨백을 주제로 한 NFT 작품 메타버킨스. 최근 저작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사진 출처=오픈시 홈페이지>
NFT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잇단 잡음도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시에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대표 제품 버킨백 디지털 작품 '메타버킨스(MetaBirkins)'가 올라옵니다. 메이슨 로스차일드라는 작가의 작품이었죠. 이 작품은 당시 약 200이더리움에 팔립니다. 한화로 약 10억원 정도의 가격이었습니다. 문제는 판매 이후였습니다. 해당 작가가 에르메스와 사전 협의 없이 버킨백 이미지로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에르메스가 메타버킨스 NFT가 브랜드의 저작권과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밝히면서 문제는 더욱 커졌습니다. 에르메스가 정품 보증을 안 해주면서 작품 가치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더욱 황당한 건 메이슨 로스차일드라는 작가가 "한 번 거래가 완료된 NFT는 이미 완료된 것"이라며 "메타버킨스를 구매한 사람들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는 사실입니다. "블록체인의 세계는 냉혹하다"는 말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죠. 이러나저러나 이를 구매한 소비자만 '벙찐' 상황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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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스포츠가 국내 아웃도어 최초로 NFT 기술을 활용해 안타티카 오리진 보증서를 발급했다. <사진 제공=코오롱FnC>
국내 패션계도 걸음마 수준이지만, NFT 사업 진출을 시작했습니다. 코오롱스포츠 안타티카는 오리진 레드 제품에 NFT를 적용한 카카오 클립을 통해 디지털 보증서를 제공했습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최초 사례였죠. 이 제품은 코오롱스포츠가 남극 극지연구소에 제공한 대표 피복입니다. 안타티카 오리진 레드 컬러는 남극 극지연구소에 납품하는 동일한 상품에 NFT 보증서를 발급해 한정판의 의미를 더한 것이죠. 패션회사들이 신기술 마케팅에 나선 이유는 주력 소비 계층인 MZ세대에게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라는 계산 때문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콘텐츠가 세계를 주름잡는 시대, 한국 패션업계도 디지털 시장에서 새로운 한류를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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