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세부담상한 3배라는데..500배 오른 종부세 왜?

김나리 2021. 12. 18. 09: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종부세 폭탄 사례 속출..수백배 뛴 경우도
최대 3배까지 세부담 상한 설정돼 있지만
함정은 계산 기준액..종부세는 납부액 기준 아냐
"오류 생긴 줄 알았다"..납세자들 분통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부산에 거주하는 A씨는 올해 종합부동산세 1억300만원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20만원에 불과했던 종합부동산세가 1년 만에 515배가 된 것이다. A씨는 “소형 아파트 5채를 등록 임대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7·10대책으로 사업자를 강제말소 당했다”며 “아파트 3채는 재건축 조합 시기가 맞물려 매도가 불가능한 상황인데다 다시 임대사업자를 등록할 수도 없게 돼 세 부담이 급격히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정부는 과도한 세부담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상한을 설정해둔 상황이다. 세부담 상한제는 전년도보다 세액이 일정 수준 넘게 오르지 못하도록 상한을 정해둔 제도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종부세에 대한 세부담 상한은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총 보유세액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1주택자와 일반 2주택자는 전년 대비 1.5배, 3주택 이상(조정지역 2주택)은 3배의 세 부담 상한을 적용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종부세가 급등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 걸까.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종부세 세 부담 상한, 납부액 기준 아냐”

김상문 케이택스 세무사는 “비밀은 바로 세 부담 한도 계산 기준이 실제 납부한 금액이 아니라는데 있다”고 말했다. 많은 납세자들이 종부세 세부담 상한액을 계산할 때 지난해 납부한 금액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라는 설명이다.

김 세무사는 “과세기준일인 올해 6월 1일 이전 추가 주택을 구입했다면 종부세 세 부담 한도는 지난해 납부액이 아니라 지난해 이 주택이 있었을 때를 가정해 계산한 금액에서 산출하기 때문에 실제 납부액을 기준으로 한다면 3배를 가뿐하게 넘을 수 있다”며 “또 종부세와 재산세까지 합친 보유세액에 적용되기 때문에 재산세까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조정지역인 김포에 있는 공시가 4억원짜리 임대용 아파트와 공시가 11억원이 조금 넘는 실거주용 서울 아파트를 각각 1채씩 보유한 등록 임대사업자 B씨가 지난해 말 사업자를 말소당했다고 가정해보자.

김포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서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을 받아 지난해까지 서울 아파트 1채에 대한 종부세만 내왔던 B씨는 올해는 조정지역 2주택자로 종부세를 부과받는다.

김상문 세무사에 따르면 이 경우 B씨는 지난해에는 35만1000원이었던 종부세 금액이 올해는 1326만7520원으로 38배가 된다. 종부세와 재산세 309만원까지 합친 두 아파트 보유세액은 1635만7520원이다.

김 세무사는 “이때도 세부담 상한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난해 납부했던 종부세액 35만원이 아니라 조정지역 2주택자로 지난해 임대사업자 특례를 받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 전년도 세부담 상한 적용 전 보유세액 676만9540원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토대로 올해 보유세액을 살펴보면 2.4배에 해당해 세 부담 상한 3배 한도에 문제가 없다. B씨는 임대사업자로 받았던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이 사라지면서 결국 주택을 새로 구입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류 생긴 줄 알았다”…납세자들 분통

이에 더해 주택 수가 그대로인 경우에도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가 지난해 낸 금액보다 3배 넘게 오를 수 있다. 김종필 세무사가 조정지역인 부산 수영구 B 아파트 2주택 보유자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총 공시가 24억1500만원인 두 아파트 보유세는 올해 2041만9770원(재산세 195만5220원, 종부세 1846만4550원)이다.

전년도 세부담 상한 적용 전 금액인 680만6593원을 기준으로 보면 3배에 해당하지만, 지난해 납부액인 546만438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3.74배가 된다.

김 세무사는 “지난해 실제 납부한 금액이 아니라 전년도 세부담 상한을 적용하기 전 공시가격을 토대로 산출한 계산액을 기준 삼아 올해 보유세 세부담 상한액을 정하는데, 지난해에는 없었던 금액을 있다고 보고 계산하다 보니 납부액 기준으로 3배가 넘는 경우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종부세와 달리 재산세는 전년도 실제 납부금액을 기준으로 세 부담 상한을 계산해 합산한다. 현행법상 주택 재산세는 공시가격에 따라 전년 대비 납부액의 최대 30%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상한이 설정돼 있어서다.

김 세무사는 “이로 인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보유세 세 부담 상한 계산에서 재산세보다 실제 납부액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 종부세가 더 크게 늘어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납세 대상자들의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다. 올해 종부세가 전년 대비 9배가 된 C씨는 “세 부담 상한이 있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금액이 너무 높아 오류가 생긴 줄 알았다”며 “종부세도 실제로 납부한 세금을 기준으로 세부담 상한을 계산해야 혼선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리 (lord@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