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목숨걸고 오신 분들"..나훈아 콘서트, 5000명 삼중 검사

김정연 2021. 12. 18.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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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의 서울 공연 '어게인! 테스형'
가수 나훈아의 '어게인 테스형' 공연이 1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열렸다. 2년 만의 서울 공연이다. 김정연 기자


"오늘 제가 옆눈으로 보니, 2년 만에 여러분들 많이 늙었네요. 1년에 한 번은 해야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하니..."

가수 나훈아(74)의 공연이 2년 만에 서울에서 열렸다. '어게인! 테스형' 서울 공연 첫날인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DOME)에는 공연 1시간30분 전인 오후 6시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서울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지고, 해가 지면서 영하 8도로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도 5000명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18일 0시부터 강화되는 방역수칙에 따라 20일부터는 1회 공연 관람 가능 인원이 4000명으로 줄어든다.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나훈아의 이번 서울 공연이 마지막 '5000명 관객'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 됐다. 문체부는 18일부터는 300석 이상 모든 공연은 문체부와 지자체 승인을 받아야 하고, 방역수칙 위반이 적발될 경우 공연 기획사에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기 승인 공연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연 시간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된다.


"백신 3차까지 맞아서 큰 걱정 없다" 공연장은 '3중 검사'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어게인 테스형' 서울 공연은 공연장 전면에 방역수칙을 강조한 현수막을 크게 붙였다. 김정연 기자

추운 날씨와 늘어난 코로나19 확진자 수에도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은 불안함보다 기대감이 더 커 보였다. 부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성모(77)씨는 "나훈아를 원래 좋아해서 왔다, 백신을 3차까지 다 맞아서 크게 걱정은 없다"고 말했고, "어머니의 공연 티켓을 대신 끊어드리고 공연장에 데려다드리러 왔다"는 김모(37)씨는 "예전부터 '나훈아 공연 보게 해 주겠다'고 약속해서, 이번엔 꼭 보여드려야 했다"고 전했다. 거의 해마다 열리던 나훈아의 연말 공연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열리지 않아, 이번이 2년 만의 서울 공연이다.
영하 8도의 날씨에도 오후 6시가 넘자 안심콜 확인을 받는 펜스 바깥에는 관객이 쭉 둘러섰다. 김정연 기자


공연장 주변에는 두 겹으로 펜스를 둘렀다. 가장 바깥 펜스에서는 안심콜 전화 확인, 두 번째 펜스에서는 공연 티켓과 신분증, 방역패스 확인 후 각각 티켓에 스티커를 붙였고 공연장 입구에서는 확인 스티커를 한 번 더 점검하는 식으로, 3중의 검사를 통과해야 공연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날 공연은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뒤 발급되는 '백신패스' 혹은 48시간 이내에 시행한 PCR 검사 '음성' 확인을 제시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공연 시작 전 무대 커튼에도 '마스크'


17일 '어게인! 테스형'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안심콜 확인을 기다리는 모습. 이날 공연장 입장을 위해서는 안심콜, 백신패스 혹은 PCR 음성증명서, 티켓과 신분증 등 여러 가지를 확인하기 위해 펜스를 두 겹 치고 차례로 관객들을 안내했다. 뉴스1

객석 2석당 1석을 띄어 앉은 실내는 거의 꽉 찼다. 공연 시작 전 무대를 가린 붉은 커튼에는 마스크 그림이 빔 프로젝터로 그려져있었고,“여러분의 박수로 이 마스크를 떨어지게 해주십시오”라는 안내 멘트로 공연 시작을 알렸다.

“난 네가 왠지 좋아~”로 시작하는 ‘아담과 이브처럼’을 부르며 무대에 등장한 나훈아는 오후 9시 48분, 공연을 마칠 때까지 25곡을 내리 불렀다. 곡과 곡 사이 채 빈틈없이 노래가 이어졌고, 나훈아는 2시간 넘는 시간을 오롯이 노래와 말로 채웠다. 15초 넘게 고음을 유지하며 여전한 폐활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물레방아 도는데’를 부를 때는 그의 1972년과 1996년 영상을 틀어 '셀프 듀엣'을 하기도 했는데, 2021년 나훈아는 영상과 비교해 목소리에 거의 변함이 없었다.


"2주씩, 하다보니 2년이 지나버렸다" "제가 잘 해서 끝내야 합니다"


공연 중간중간 이어진 발언 중 거의 절반은 코로나19가 차지했다. 나훈아는 “오늘 오신 분들, ‘코로나라는데 뭐하러 가려고 하냐’고 집에서 못 가게 막은 분들이 태반일 거다. 제가 다 안다”라며 “마스크 두세겹씩 쓰고 오신 분도 있지 않냐. 오늘 오신 분들은 전부 목숨 걸고 오신 분들이니, ‘우리는 두 번 죽어버리자’고 공연 준비하는 식구들한테 말했다”며 농을 던졌다. 그는 “저는 코로나19라고 해서 ’어이쿠야, 19살 이상만 먹는 맥주가 새로 나왔는갑다‘ 했었다”는 그는 “이 코로나가 뭐 보여야 모가지를 비틀어서 밟아 죽이든 때려죽이든 할텐데, 2주씩, 하다보니 2년이 지나버렸다”고 탄식했다.

나훈아는 “41년 동안 일기를 쓰는데, 어제 일기엔 ‘내일 날도 춥다고 하는데 오시는 분들이 걱정된다, 말도 못하고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있을텐데 이 공연을 어쩌면 좋을까'라고 썼다”며 환호·떼창이 금지된 상황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절대 우리는 (방역 수칙을 잘 지켜) 모범이 되게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연 후반부 '고장난 벽시계'를 부르면서는 "답답하지요? 할 수 없어. 제가 잘해서 끝내야 합니다“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저를 이래저래 욕하는 것 다 안다”면서도 “저는 그 욕들을 거꾸로 꺼내가며 쳐다본다. 박수만 받다보면 저를 잃어버리는데, 나쁜 얘기 들으면 정신이 번쩍 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나훈아는 “코로나가 인간을 가르친다. 첫째는 평등, 총리고 대통령이고 까불면 걸리는 것”이라며 “둘째는 감사, 친구랑 소주 한잔하는 게 별것 아닌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 한다. 셋째는 겸손, '인간들아, 먹을 것만 가려 먹어라, 왜 그렇게 자연을 멋대로 휘두르고 있냐'며 가르치는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함성·떼창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훈아는 “지금부터 말을 놓겠다. ’알겠제?‘ 하면 ’음!‘ 하고 여러분도 말을 놓으시라. 입 벌릴 것도, 침 나올 것도 없다”라며 입을 다문 채 소리만 내는 묘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집에 가서 나는 나훈아하고 말 튼 사람이다, 얘기할 거죠?”


"마이크 내려놓을 시간을 찾고 있다"


그는 ’테스형‘을 부르기 전 “정말 속에 있는 얘기를 하자면, 아마 지금 마이크 내려놓을 시간을 찾고 있다. 저는 다시 태어나면 절대 가수를 안 할 것, 이 힘든 걸 왜 하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 곡으로 ’징글벨‘을 부르고 난 뒤 그는 무릎을 꿇고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함성이 금지돼 ‘앵콜’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전같으면 ‘앵콜’ 소리지르고 난리가 나서 지금부터 몇 곡을 더 해야 했는데, 앵콜 못하니까 이건 좋다”면서도 연신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무대를 떠났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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