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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Insight] 공수처 무차별 통신조회, 과연 정당성 있나

영장없이 10여 곳 기자 정보 조회

수사 관련 없는 민간인 등도 포함

전기통신법 악용, 언론자유 침해

법조계 "피의자 연관성 밝혀야"

헌법 소원도 5년째 심리만 거듭

조회사실 통보 등 법 개정 시급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무더기 통신 조회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를 악용한 언론 자유, 인권 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수처는 ‘전기통신사업자가 법원과 수사·정보기관의 서면 요청에 따라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을 제출할 수 있다’는 해당 조항에 따라 적법하게 통신 조회를 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상자만 30~40명에 이르는 데다 수사와 무관한 야당·법원 기자는 물론 민간인까지 조회 명단에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수처가 사찰을 넘어 언론 자유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묻지마’ 통신 조회가 공수처를 향한 비판을 넘어 전기통신사업법 83조에 대한 적법성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통신 자료를 조회한 기자는 최소 10여 개 매체 소속 수십 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 자료 조회 사실은 이동통신 가입자가 통신사에 신청하면 1년치를 확인할 수 있어 실제 공수처 조회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기자·민간인을 겨냥한 공수처의 통신 조회가 수사 과정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지 여부다. 공수처가 통신 조회했다고 알려진 인원은 기자와 민간인을 포함해 30~40명가량이다. 게다가 대상에는 민간인은 물론 정치부 소속 야당 취재기자와 방송사 카메라 기자까지 포함됐다. 법조계 안팎에서 ‘수사 과정이 적법·정당하다면 공수처가 사유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에서 발부 받은 영장을 근거로 하지 않은 만큼 실제 수사 대상과 통화 횟수가 빈번했는지 또 피의자와 연관성이 있는지 등까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 따라 수사기관은 통신사실확인자료와 통신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언제, 누구와 통화했는지의 정보가 담긴 것으로 수사기관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제공 받을 수 있다. 반면 이용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ID) 등이 담긴 통신 자료는 전기통신사업법 83조를 기반으로 영장 없이 받을 수 있다.

복수의 사정 기관 관계자는 “통상 수사할 때에는 통화 기록 등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내부 시스템으로 분석한 뒤 누구를 통신 조회할지 결정한다”며 “법원 통제에 따른 게 아닌 데다 민감한 개인 정보가 담긴 만큼 통화 빈도나 피의자와의 관계 등 수사 연관성까지 신중하게 검토해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수처가 이들 과정을 거쳤다면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않았다면 명백한 사찰이자 언론 자유 침해라고 여겨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통신 조회는 현행법상 통신 영장이 필요 없는 등 과정은 쉽지만 무리한 시도가 자칫 수사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만 가중시킬 수 있어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통신 조회를 둘러싼 논란은 과거부터 진행형이다. 앞서 2012년에도 전기통신사업법 83조(당시 옛 전기통신사업법 54조 3항)에 대해 헌법 소원이 청구됐으나 심리 없이 각하됐다. 4년 뒤인 2016년에는 ‘국가정보원·경찰·검찰 등의 통신 자료 무단 수집 행위는 물론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83조가 위헌’이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이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심판이 회부된 지 5년이 지난 현재도 심리 중이다.

헌법 소원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하나로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전화번호 등까지 담긴 통신 자료가 영장도 없이 제공되는 과정 자체가 문제”라며 “심지어 이동통신회사 등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서면으로 전달되는 통신 조회 요청서에는 근거가 명확히 명시되지 않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정보 주체가 요청하지 않으면 조회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는다”며 “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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