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울리는 택배취업사기.. 차량-알선 분리 법안 필요해"

조마초 2021. 12. 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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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의 잡설 2.0] 택배 사기 피해자 돕는 택배기사 한남기 대표

[조마초 기자]

 택배 탑차에서 구역 내 배달할 박스들을 끌차에 내려 놓고 배달 준비를 한다.
ⓒ 한남기 제공
 
작년 10월 서울 한 물류업체, 자회사, 차량 개조업체 대표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 광고를 보고 찾아온 장애인, 외국인, 여성 등에게 '택배기사로 취업하려면 개조한 차량을 사야 한다'고 속여 캐피탈 회사 알선비와 개조 비용으로 부풀린 금액으로 트럭 할부 계약을 한 혐의를 받았다(관련기사 : "차 사야 일감 준다길래"…죽음까지 내몬 택배 취업사기).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수익 보장 광고에 속아 취업도 못 하고 고액의 차량 할부금까지 떠안은 피해자는 1900여명에 달한다. 심지어 유서와 트럭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도 있었다. 문제는 본인이 동의하고 계약서에 서명했기 때문에 사기 입증이 어려워 법적으로 사기죄 성립이 어렵다는 것이다.

구직자는 택배기사 채용사이트를 보고 물류업체를 찾아간다. 그러나 실제 그곳은 화물운송업체가 아닌 차량 딜러가 운영하는 업체였고, 그들은 '택배기사 채용'을 미끼로 고금리 할부가 낀 트럭을 팔았다. 업체는 비대면인 전화로 차량구입에 대한 동의를 녹음하고, 주민등록번호로 신용조회까지 해 차량 구매 시 대출 한도까지 확인했다.    택배 사기 피해자가 생기는 이유는 정보의 부재 탓이다. <허위매물 잡는 중고차 시장의 유튜버 딜러들>(http://omn.kr/1wd2h)을 취재하다 택배 사기 피해자를 돕고 있는 택배기사를 알게 되었다. 복수가 추천해준 그는 청와대국민청원을 했던 유튜브(택배기사TV)와 블로그(택배기사 소통카페)를 운영하는 현직 택배기사 겸 개인 사업자다.

현재 전남 광주광역시에서 근무하는 한남기 대표와 9~15일 전화, SNS, 이메일 등으로 인터뷰했다. 

- 택배기사가 되려면 어떤 절차를 밟나. 
"(CJ대한통운의 경우)교통안전공단 화물운송종사자 자격증(실기, 필기, 교육 이수) 취득 > 신차 또는 중고 1톤 트럭 구매 > 세무서 "개인사업자" 신고(서비스, 택배대행업) > 대리점 사원 택배계약서 작성 및 SM 사번 생성 > 스마트폰에 배송 앱 설치 & 로그인 사용 > 블루투스 스캐너 및 모바일 프린터 장비 구입 > 대리점에서 택배사원 근무복 수령 > 대리점에서 SM(집배사원) 기본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 택배 취업 사기 피해자를 돕게 된 동기는 뭔가. 
"전에는 택배업 등 화물운송업을 하려면 영업용 번호판(아, 바, 사, 자)이 필요했다. 당시 물류업체들은 소유했던 영업용 번호판을 화물차와 함께 1천만 원 넘는 임대료를 받고 택배기사직을 알선해 왔다. 물류업체는 알선비(업무추진비)를 따로 받거나 탑차에 포함해 대출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택배 일자리를 소개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소형화물(택배)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택배기사의 수요가 급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부터 국토부에서 택배 전용으로 사용 가능한 '배' 번호판을 무상으로 공급해 준다.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 알선업체들이 채용을 알선하며 물류업체와 연계해 필요 없는 영업용 번호판에 차 할부금과 약 500만 원의 알선비를 포함한다. 그리고 고금리 리스 대출을 유도한다. 택배 전용차가 있지만, 일반 트럭을 탑차로 개조해야 택배 일을 할 수 있다고 현혹해 외장특장업체에서 개조 비용 대출을 유도한다.

예로 1t 트럭 1850만 원에 탑 장착 비용 500만 원(실제 약 200만 원)과 업무추진비(알선비) 약 500만 원을 추가해 차량 가격은 2850만 원이 된다. 이를 리스 방식으로 대출하면 갚아야 하는 차량 가격은 무려 3500만 원이 넘는다. 외장특장업체와 리스사 수수료 등 건당 1천만 원 넘게 폭리를 취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리스 피해가 늘어나며 캐피탈(여신전문금융) 민원이 제기되고, 추가 대출이 막히자 사기 방법이 바뀐다.

탑차는 캐피탈로 팔고, 따로 업무추진비 500만 원을 송금, 카드 결제 또는 제2 금융 이상의 대부업 대출을 일으켜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니, 구직자가 모든 금전적 피해를 떠안게 됐다. 그러다 신차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중고차를 중개하며 중고차 허위매물 딜러와 짜고 수수료를 챙겼다. 요즘에 중고차 가격이 오르자 고액의 알선비를 직접 받는 방법으로 구직자를 울리고 있다.

알선비를 받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하지만 문제는 이후다. 그들은 광고나 면접 시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 택배 기준으로 구직자가 원하는 회사나 배송물량을 약속하고, 실제로는 계약서에 명시한 대로 대기업 택배회사(대한, 롯데, 한진 등)에 연결해주면 끝이다.

그런데 택배 구역 배분은 알선업체가 아니라 택배대리점 소장 권한이다. 상황을 모르는 초보 구직자는 그들의 말만 믿고 근무 투입 전에 비싼 탑차를 사고 물량도 적고 근무환경이 안 좋아 택배기사가 자주 바뀌는 구역에서 혹사당하며 고액의 알선료와 대출금까지 갚아가는 등 더 큰 피해를 입는다.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 신분인 지입 기사다. 구역 택배대리점 소장과 택배위수탁계약서를 작성한다. 이 계약서에 1년 이내 퇴직할 경우, 대체 기사를 구하거나, 대신 배송할 용차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약정이 있다. 그래서 죽어라 일하고도 돈을 못 받거나, 위약금까지 물고 퇴직해야 한다. 그러니 구직자는 감당할 수 없는 빚에 허덕이다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것이다."

- 그동안 몇 건이나 해결했는지. 
"내가 현직 택배기사로 일하느라 영상 또는 기록으로 남겨놓지 못했지만, 피해자 구제 상담은 2천여 건, 일부 환불은 10여 건, 환불 완납은 20여 건 정도다. 피해자들은 형편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이다. 3개월만 택배 일 하고 탑차를 팔면 1천만 원을 번다는 거짓말에 속은 뒤 탑차 대출 이자 때문에 대학교도 그만둔 대학생, 사업이 망해 택배기사로 뛰어들었다가 빚만 잔뜩 지게 된 중년도 있었다. 안정된 일자리를 꿈꾸며 시작했지만 적은 물량과 빚에 허덕이다 일부라도 환불받고 기뻐한 부부도 기억난다. 택배기사 일이 불가능한 장애인을 꼬드겨 계약서를 작성한 걸 알고 그 악덕 업체를 찾아가 환불 조치해 줬다.

일반적으로 취업 사기 피해 99%는 잘 알려진 구직사이트를 통해 발생한다. 택배업을 모르는 초보자들의 기대감을 이용한 범죄행위다. 불량업체를 통해 일을 시작했다가 그만둘 때, 화물차 경우 알선비 500만 원+고이율 캐피탈 수수료, 탑차 경우 알선비 300만 원+차량 감가 포함 최소 500~15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한다.

그래서 택배기사 소통 카페에 피해자가 글 등록하면, 피해자와 연락해 업체 정보 및 계약 내용 확인 후, 카페에 공지 띄우고 해당 업체에 알린다. 유튜버 등과 함께 공론화해 환불 처리한다. 최근에는 계약서는 작성했지만, 차량 인도가 늦어지며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들은 거의 다 환불받고 있다."

- 일반인이 중고 택배 차량 구매 시 유의할 점이 있나?
"택배기사 지인 또는 현직 택배기사가 많이 활동하는 '택배기사 소통카페', '전국택배 구인구직'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차량구입은 반드시 본인이 딜러와 직접 진행하고, 특히 중고차 구매 시 허위매물에 주의하고, 가능하면 허위매물 잡는 유튜버 딜러와 상담하는 걸 추천한다.

덧붙여서 차량과 알선을 분리하는 법안이 나왔으면 좋겠다. 법이 있으면 만약 피해를 보아도 피해 금액은 계약서에 명시된 탑차와 알선비가 합쳐진 총비용 2850만 원의 10~20%를 위약금(285~570만 원)으로 내야 하지만, 차량과 알선이 분리된다면 알선비(150만 원)에 대한 10~20% 위약금(15~30만 원)이면 된다. 그러나, 우리가 필요한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을 기다리느니 지금처럼 안전한 알선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더 빠르지 않나 생각한다."
  
 택배 사기 피해자를 돕고 있는 한남기 대표
ⓒ 한남기 제공
 
- 피해자를 위한 블로그, 카페와 유튜브를 어떻게 운영해오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네이버 블로그(택배친구)와 카페를 운영해왔고, 약 2년 전부터 유튜브를 시작해 택배 관련 유튜버 등과 함께 공론화해 오고 있다.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피해자가 없도록 상담 사례와 예방 영상으로 홍보해왔다. 욕설, 협박 전화도 많이 받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중고자동차 허위매물은 명백한 사기죄에 해당하지만, 택배 취업 사기는 알선업이라는 특성상 해결이 쉽지 않다. 그래서 알선문화를 바꾸고자 성실한 알선회사를 찾아 업무협약서(MOU)를 체결하는 방법 등을 시작했다. 적절한 알선비로 택배기사 취업 알선에 노력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기존 업체들이 정화되며 30여 물류알선업체 중 불량업체는 약 6곳으로 줄어들었다. 카페와 블로그 등에 명확한 환불 규정을 올리고 매달 환불명세를 공개하며 노력했다. 지금은 중고차 허위매물 잡는 유튜버 딜러들과 같이 불량알선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 시장 상황에 따라 현재의 지입 사기 방법도 변할 것이다. 어떠한 새로운 사기 형태가 활개 치더라도 같은 마음을 가진 1만여 명의 택배기사 카페회원이 함께 택배 취업 사기를 예방하고 안전한 택배 종사자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겠다."

국내 택배업체 규모는 1위 대한통운 40%, 2위 쿠팡 18%(쿠팡로지스틱서비스 포함), 3위 롯데 11%, 4위 한진 10%, 5위 우체국 및 로젠 4%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 매출액은 2015년 4조 3440억 원에서 2020년 7조 4920억 원으로 72.5% 급성장했다.

2020년 기준 택배물동량은 34억 개로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계속되는 코로나 특수와 맞물려 60억 개로 예상한다. 통계청의 2017년 '소화물전 운송업'에 속한 택배업 종사자는 38,408명이었다. 그러나, 올해 그 수는 약 6만 명(쿠팡 포함)으로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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