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혜준 "대배우 이영애와 호흡, 부모님도 부러워했죠"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천진난만한 얼굴로 살인을 저질렀다. 나름 신념도 있다. 죽일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만 죽였다. 기존 영화·드라마 속 살인마의 고정관념을 깼다. 12일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구경이'에서 '송이경'(K)을 연기한 김혜준(26)이다. 자신만의 색깔로 빌런 캐릭터를 구축, 이영애(50)와 맞서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드라마는 게임과 술이 세상 전부인 경찰 출신 보험조사관 '구경이'(이영애)가 사고로 위장된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김혜준은 대선배인 이영애에게 밀리지 않았다. 발랄하면서 섬뜩한 사이코패스 역을 완벽 소화했고, 제 옷을 입은 듯 훨훨 날아 다녔다.
"극본이 만화책처럼 흡입력있게 잘 읽혔다. 캐릭터가 어딘가 이상한데 매력있고 묘하게 중독됐다. '킹덤'에서 서늘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케이는 서늘하면서 해맑다. 내가 가진 해맑음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과장스러운 부분이 꽤 있어서 '납득이 될까?' 고민했지만, PD님이 '이렇게 하는게 맞다'면서 잡아줬다. 구경이와 케이 대립 구도가 영국 드라마 '킬링이브'와 비슷하다고 해서 참고했는데 인물 설정, 상황, 목표의식 등이 달랐다. 나만의 케이를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구경이는 '김혜준의 발견'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1(2019)에서 연기력 논란이 있었던 만큼 더 기쁘지 않았을까. "다행이었다"면서 "킹덤을 떠나 매 작품에 임할 때 '내 연기가 누군가를 설득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걱정한다. 첫 방송 후 안심했고, 뒤로 갈수록 내 연기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케이 캐릭터를 많이 사랑해줘서 기분이 좋았고 하루하루 설렜다"고 돌아봤다.
처음에 이영애와 호흡한다고 했을 때는 그저 신기했다. '같이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상대역이라고 하니 "엄마 아빠도 부러워했다"며 "부모님이 더 난리였다"고 웃었다. 늦게 합류해 걱정이 많았는데, 이영애가 집에 초대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내가 먼저 선배에게 연락했다"며 "흔쾌히 집에 와서 같이 '밥 먹자'고 해 편안하게 작품 얘기를 했다"고 털어놨다.
"초반에 구경이는 이영애 선배만 캐스팅이 확정 난 상태였다. 극본이 재미있고 캐릭터도 매력 있지만. 신인인 내가 표현하기 조금 어려웠다. '해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살면서 이영애 선배와 언제 연기할 수 있을까?' 싶었다. 위험해도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선배가 '너의 해맑음이 보여졌으면 좋겠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고 나만 잘하면 돼'라며 무조건 신뢰해줬다. 현장에서 큰 힘을 받고 연기했다."
이영애와 연기하며 "역시 대배우는 다르구나"라고 느꼈다. "대중들이 이영애 선배에게 갖는 고정관념이 있지 않느냐. 신비롭고 우아한 모습을 생각했는데 털털하고 소박하고 귀엽다"며 "내가 자취해서 과일을 잘 못 먹는데 간식도 챙겨줬다"고 귀띔했다.
"선배는 촬영 내내 거의 화장을 안 했다. 스태프들이 머리를 예쁘게 정리해줘도 어떻게든 부스스하게 보이려고 했다"며 "마지막에 구경이가 꾸미고 나오지 않았느냐. 우리가 아는 이영애 선배 모습이 마지막 구경이었다. '우리 드라마에 이영애가 특별 출연이라니…' 이런 느낌이었다"고 웃었다.
구경이는 시청률이 높지 않았지만,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1회 2.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2회 2.3%로 막을 내렸다. 반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 국내 톱1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정흠 PD의 연출도 신선했다. 구경이가 사건을 들여다볼 때 한편의 연극무대를 보는 것처럼 연출했다. 구경이가 걸어 다니면서 무대장치를 누르면 등장인물이 어떻게 사망했는지 보여주는 등 게임, 만화적인 요소를 적절히 활용했다.
김혜준은 "처음에는 시청률이 아쉬웠다"면서도 "넷플릭스와 체감 반응도 좋았다. 많은 작품을 했지만 주변에서 이렇게 많이 연락 온 적은 처음이다. 시청자들이 접근하는 매체가 다양해져서 '시청률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겠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PD님의 요구사항이 명확했다. 현장에서 뭔가 삐그덕 거리거나 지체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케이와 구경이를 비슷한 구도로 찍는 등 명확한 그림이 있었던 것 같다. 방송을 보고 'PD님은 계획이 다 있었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사이코패스 역을 연기하며 어려운 점도 많았을 터다. 케이가 과거 어떤 아픔을 겪었는지 등 구체적인 서사가 그려지지 않아 아쉬워한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김혜준은 "케이가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궁금했다"면서도 "과거를 설명하면 케이가 한 나쁜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을까. 연쇄살인마가 어렸을 때 불우한 가정사가 있었다고 해도 정당성을 부여하는 건 맞지 않으니까. 사이코패스 성향은 이유, 동기가 있는 게 아니라 타고난 기질이라고 생각했다.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동정심을 유발하고 싶지 않았다"고 짚었다.
"케이를 사이코패스가 아닌, 천진난만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사이코패스는 감정이 없고 냉소적이지 않느냐. 케이는 어린 아이 같아서 감정에 솔직하고,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원래 난 조심성이 많은 스타일이라서 케이를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 더 해도 되는데 의심하니까. 6개월간 케이로 살면서 조금 대범해졌다. 좀 더 과감하게 연기해도 될 것 같다.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고 캐릭터도 많이 사랑해줘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어느덧 데뷔한 지 6년이 흘렀다. 2015년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tvN 'SNL 코리아' 시즌7(2016)에서 고정 크루로 활약했다. 2019년 영화 '미성년'(2019)으로 제40회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받았고, 킹덤 시즌1·2(2019~2020)로 인지도를 높였다. 구경이는 드라마 '십시일반'(2020) 이후 1년2개월 만에 만난 "선물같은 작품"이다.
"올해 4월까지 작품이 없어서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구경이가 선물처럼 찾아왔다. 구경이를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한해가 될 것 같다. 데뷔하고 감사하게도 쉬어 본 적이 없었는데, 올해 처음 쉬어서 쉬는 방법을 몰랐다. 구경이는 내 인생의 필모그래피에서 확신을 갖게 해준 작품이다. 연기하고 촬영장에 가는 게 재미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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