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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n번방 방지법, 같은 비공개 카페인데…카카오는 적용·네이버는 X


법 적용 기준 모호함 때문…텔레그램·디스코드는 애매한 기준으로 법망 피해가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정한 법 적용 대상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n번방 방지법'이라는 별칭에도 정작 n번방 사건이 일어난 텔레그램과 음란물 유포 경로로 지목되고 있는 디스코드는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이뿐 아니라 국내 사업자 간 기준도 지나치게 들쭉날쭉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서비스라도 네이버는 비공개 카페에 n번방 방지법에 따른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적용하지 않은 반면, 카카오는 '다음' 비공개 카페에 이 같은 조치를 적용했다.

카카오가 디지털성범죄물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에 나선다. 사진은 카카오톡 공지사항. [사진=카카오]
카카오가 디지털성범죄물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에 나선다. 사진은 카카오톡 공지사항. [사진=카카오]

◆'n번방 방지법'의 애매한 기준…네이버·카카오 대응 '제각각'

16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3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n번방 방지법' 관련 주요 쟁점들에 대한 방통위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방통위는 "인터넷사업자의 사적 검열 우려를 피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상 기술적·관리적 조치는 '일반에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에만 적용된다"며 "1대1 대화방이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단톡방) 등 개인 간의 사적 대화방은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반에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에 해당하는 주요 포털사이트의 각종 서비스들이 법 적용 대상이 됐다.

네이버는 카페·블로그·포스트 등의 서비스에 영상과 관련해 음란물 등을 필터링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다음 카페·블로그 등에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당장 네이버와 카카오 간 관련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에 차이가 났다. 카카오가 서비스하는 포털 사이트인 다음의 경우 공개·비공개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카페에 영상 식별 조치를 적용했다. 반면 네이버는 비공개 카페와 폐쇄형 사회관계망인 '밴드'에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추후 밴드 중에서 공개된 밴드에 관련 기술을 도입할 방침이지만 비공개의 경우 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봤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방통위가 제공한 기술·관리적 조치 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방통위는 올해 초부터 n번방 방지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업체들과 관련 기준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기술 지원 등을 해 왔다. 그럼에도 업체 간 법 적용 서비스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필터링 기술 적용 서비스 범위가 다른 이유를 두고 업계에서는 n번방 방지법의 적용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n번방 방지법 적용 대상은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연 매출 10억원 이상 혹은 일 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의 인터넷사업자다. 이 중 '일반에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에만 음란물 등을 필터링할 의무가 부과된다.

문제는 '일반에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의 기준이 애매하다는 데 있다. 이러다 보니 법 시행 첫날 이용자들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이나 1대1 대화방 등에도 필터링이 적용되는지, 텔레그램 등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등을 확인하느라 혼란을 겪었다. 심지어 실제 기술적 조치를 적용한 사업자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톡의 공개 채팅 서비스인 '오픈채팅'이 대상이다. 방통위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일괄적으로 법 적용 대상으로 판단했다. 이로 인해 카카오톡은 오픈채팅방에 "불법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를 해당하는지를 비교·식별 후 전송을 제한하는 조치가 적용된다"고 공지했다. 이는 공개된 오픈채팅방은 물론 비밀번호가 걸려 비공개로 운영되는 오픈채팅방도 마찬가지다.

 한 카톡 오픈채팅방에 고양이 영상이 필터링 과정을 거쳐 업로드되는 모습.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한 카톡 오픈채팅방에 고양이 영상이 필터링 과정을 거쳐 업로드되는 모습.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적용 대상 차이를 두고 방통위 역시 n번방 방지법 기준의 불분명함을 인지하는 모습이다. 방통위 이용자정책국 인터넷윤리팀 관계자는 "사업자별로 법 적용에 대한 해석을 달리 한 것 같은데 그 부분은 현재 구체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법 적용이 되는 전체 87개 사업자에 대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사업자별로 형평성 있게 조치할 수 있도록 조정해 나가야 할 사항이며 지침 자체가 불확실한 측면이 있어서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밀번호가 걸린 카톡 오픈채팅방까지 법 적용 대상으로 본 것에 대해서는 "오픈채팅방에 비밀번호를 건다고 해도 비밀번호를 외부에 공유하는 등 사실상 공개나 다름없는 등 다양한 경우가 있어 전체적으로 적용하도록 한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분명히 비공개 운영이 가능한 서비스라면 '일반에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비공개로 한다는 것은 일반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법 적용 대상으로 간주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꼬집었다.

◆텔레그램·디스코드가 전부 '사적 대화방'이라고?

n번방 방지법의 모호한 기준은 해외 사업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됐다. 방통위는 텔레그램과 디스코드가 '사적 대화방'이기 때문에 법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텔레그램과 디스코드의 모든 기능을 '사적 대화방'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설명자료에서 텔레그램·디스코드 등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사적 대화방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국내에 사업장이 없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갔다는 일각의 주장을 부인한 것이다. 방통위는 "공개 게시판 등에만 법이 적용되며 이는 국내외 사업자 모두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텔레그램에는 '채널'이나 '그룹' 등 '사적 대화방'으로 보기 애매한 기능들이 있다. 채널은 여러 사용자들에게 채널 개설자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이다. 채널 구독 버튼을 누르면 개설자가 올린 게시물에 댓글 형태로 이용자들끼리 소통을 할 수 있다. 그룹은 여러 사람들이 한데 모여 대화를 하는 방이다. 일반적인 메신저의 단체 채팅방 성격이 강하지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처럼 익명의 다수 이용자들이 모이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상당수 채널과 그룹은 비공개이지만 일부 채널·그룹은 텔레그램 내에서 검색을 하면 자유롭게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디스코드 역시 공개 서버가 있다. 디스코드 앱 내에서 찾을 수 있는 서버와 디스보드 등 비공식 서드파티 사이트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서버로 나뉜다. 이 중 비공식 서드파티 사이트에서 검색 가능한 서버들은 해당 사이트의 초대를 받아 서버에 가입한 것으로 간주된다. 표면적으로는 초대를 받아 접속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공개된 게시판을 통해 접속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텔레그램에서 찾은 한 그룹의 모습. 포르노 관련 이미지이기 때문에 기기에서는 볼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떠 있다.  [사진=윤선훈 기자]
텔레그램에서 찾은 한 그룹의 모습. 포르노 관련 이미지이기 때문에 기기에서는 볼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떠 있다. [사진=윤선훈 기자]

특히 텔레그램과 디스코드의 경우 여전히 음란물 유포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n번방 방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더 큰 문제로 지목된다.

텔레그램의 경우 '주변 사람' 기능을 이용하면 내 위치와 가까이 있는 다른 텔레그램 이용자들이 접속한 대화방이 나오는데 검색된 대화방의 상당수에 각종 음란물이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일반 단체채팅방과는 달리 자유롭게 접속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디스코드 역시 비공식 사이트 등을 통해 음란물 관련 키워드로 검색하면 각종 음란물 유포 서버가 나타나며,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 심지어 해당 서버에는 음란물을 본격적으로 유포하는 비공개 텔레그램 대화방 등으로 연결하는 링크도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방통위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연초에 사전조치 의무 사업장을 선별했을 때 공개된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면담을 진행해 왔다"며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관련 건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더 필요하며 법적 검토를 해 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지연 오픈넷 변호사는 "방통위가 '일반에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 22조를 바탕으로 법적으로 해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지금 상황은 사실상 논란이 된 이후 해석을 통해 관련 지침에 대해 발표를 한 것이다"라며 "이는 법령을 대체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법 자체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내년 6월까지의 계도기간이 끝나면 87개 사업자에게 전부 법 적용이 될 텐데 그때까지도 각 기업 서비스에 대한 적용 유무를 설명하고 있을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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